최 회장의 지휘 아래 SK이노베이션은 ‘탄소’ 중심에서 ‘그린’ 중심으로 사업 전환을 담은 ‘카본 투 그린(Carbon to Green)’ 전략을 발표했다. 석유에서 전기차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친환경 소재 등으로 전폭적인 사업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 영역도 디램(DRAM) 성공에 안주하지 않는다. ‘비욘드 메모리(Beyond Memory)’를 위한 새로운 기획을 설계하고 있다. 도시바 낸드 사업에 이어 인텔 낸드 사업(현 솔리다임)을 인수했고 미국 연구·개발(R&D)센터 건립을 추진하는 등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
건설회사였던 SK에코플랜트는 3년 전부터 아파트·플랜트 사업 대신 자원 재활용·폐기물 사업에 집중적으로 뛰어들며 그린 사업으로 전환을 성공적으로 추진 중이다.
SK실트론·SK머티리얼즈 등은 반도체 첨단 소재 기업으로, SKC는 2차전지 소재를 주력으로 하는 글로벌 유수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이런 변신을 통해 SK의 올해 5월 기준 자산은 327조3000억원으로, 매출은 224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2%, 32% 수직 상승했다.
특히 SK그룹 사업이 내수 시장에만 머무른다는 인식을 깨기 위해 최 회장은 취임 초부터 글로벌 진출, 해외 거점 확대 등을 강도 높게 주문해 왔다. 그 결과 2022년 기준 SK그룹 수출액은 83조4000억원으로 최 회장 취임 전 대비 10배 증가했다. 국가 총수출액 863조7700억원(6839억 달러) 중 약 10%를 SK가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 업황에 따라 한국 경제가 어려운 국면에 처했다는 분석이 많다.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SK도 당분간 위기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업계의 시각도 다수 있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투자에 더 과감하게 나서며 다운사이클의 최저점을 지나 퀀텀 점프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0년간 꾸준히 투자했던 배터리 사업은 올해 3분기부터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또한 하반기부터 글로벌 반도체 업황도 업턴(Up-turn)으로 전환되며 예전보다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으로 SK는 미래 핵심 사업으로 ‘그린 사업’ 또한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수소 에너지, 소형 원자로와 같은 친환경 에너지, 탄소 포집, 자원 재활용 등에 관련된 다양한 그린 기업들을 인수하거나 기술을 확보하는 상황이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