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부회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의 영향으로 대부분 금융회사가 부동산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을 때 과감히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을 시작해 메리츠증권의 주요 수익원으로 만들었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선순위 시장과 우량한 사업장을 공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수익성을 높였다.
특히 ‘미분양 담보 대출 확약’이라는 상품을 한국 시장 최초로 출시해 ‘대박’을 쳤다. 시공사에 과도하게 부담되던 미분양 리스크를 증권사에서 일부 부담해 리스크를 경감시킴으로서 원활한 주택공 급과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도 기여했다.
이후 최 부회장은 시장 변화와 부동산 PF 규제에 따라 부동산 PF 비율을 낮추고 트레이딩, 해외 대체 투자, 인수·합병(M&A) 인수금융 등 다양한 신규 수익원을 발굴하며 메리츠증권을 대형 종합 증권사로 만들었다. 2022년 12월 말 메리츠증권의 자기자 본은 5조6919억원으로 2010년 최 대표 부임 당시 자기 자본 5912억원에 비해 무려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메리츠증권은 9년 연속 두 자릿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기록하며 업계 최상위권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메리츠가 뛰어드는 사업마다 높은 수익성을 내는 원인은 ‘프라이싱(pricing : 가격 정책)’에 있다.
최 부회장이 말하는 “신중하게 결정하되 남과 다르게 한다”는 경영 철학은 회사의 프라이싱 전략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메리츠증권의 모든 사업 진행 여부는 프라이싱을 통해 결정된다. 프라이싱을 통해 시장 가격과 손익분기점(BEP)을 비교한 후 시장 가격이 BEP보다 낮은 영역에는 진입하지 않는다. 반대로 다수의 증권사가 치열하게 경쟁 중인 시장일지라도 시장 가격이 BEP보다 충분히 높다면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을 내세워 과감하게 진입한다.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 소비자는 더 낮은 가격에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메리츠증권은 이익을 남긴다. 메리츠증권의 프라이싱이 증권업계에 전반에 영향을 주며 시장 가격이 하락하고 메리츠증권이 제시한 가격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이 같은 과정은 회사의 이윤과 소비자 효익 증대에 이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통한 사회 기여로 연결된다.
최 부회장은 이와 함께 인재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자주 언급한다. 최고의 인재가 메리츠증권의 울타리 내에 차고 넘칠 수 있도록 수시로 우수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 능력 있는 프로들이 함께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인재를 존중하고 이들이 업무에만 몰두할 수 있는 기업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 메리츠만의 기업 정신이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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