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용석 아이디어플랩 대표

메이저 회사들의 세계관이란 식재료를 진정성 있게 요리하는 아이디어플랩[이승윤의 지금은 세계관의 시대]
현시대에 세계관을 가장 잘 다루는 브랜드는 어디일까. 아마 많은 전문가들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디즈니’란 대답을 내놓을 것이다. ‘스타워즈’ 시리즈부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시리즈까지 거대하고 난해한 세계관을 잘 정리해 충성도 높은 팬들을 오랜 기간 만족시킨 기업이다. 그리고 한국에서 디즈니와 오랜 기간 협업하면서 가장 독특한 방식으로 디즈니의 세계관이란 식재료를 잘 요리해 온 회사가 있다, 바로 브랜딩·마케팅 회사 아이디어플랩이다.

아이디어플랩은 그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와의 협업을 통해 한국에서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공간을 만들어 왔다. 2023년 4월 신사동 가로수길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 볼륨(Volume) 3’의 한국 개봉에 맞춰 영화의 콘셉트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체험 팝업 존을 열었던 것도 그중 하나다. 한국 팬들의 열광적인 반응뿐만 아니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의 세계관을 직접 설계하고 완성한 제임스 건 감독과 배우들이 이 공간을 방문하고 극찬했을 정도로 독창성을 인정받았다. 아이디어플랩의 수장인 최용석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업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세계관을 활용해 비즈니스를 확장시키는지, 팬들과 어떠한 방식으로 소통해야 하는지 인사이트를 들어봤다.

이승윤 건국대 교수(이하 이승윤): 아이디어플랩은 디즈니의 핵심 지식재산권(IP)들을 이용해 공간 설계를 많이 했는데 최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이하 가오갤)’이 흥행했을 때 특히 한국에서 이슈가 된 것 중 하나가 ‘가오갤’ 가로수길 팝업 존이였어요. 그다음 전주 국제 영화제에서 ‘스타워즈’ 프로젝트였습니다. 이렇게 디즈니와 일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최용석 아이디어플랩 대표(이하 최용석) : “가장 먼저 2015년 명동에서 ‘스타워즈 데이’ 프로젝트로 시작했어요. 이후 매년 ‘스타워즈’ 관련 캠페인을 하고 있고 ‘스타워즈’를 너무 사랑하는 팬들과 깊은 관계를 쌓고 있죠. 이번 전주 국제 영화제에서도 팬들과 함께 ‘스타워즈’ 특별존을 만들었어요. 디즈니의 다양한 부서와 여러 분야의 일을 많이 하고 있는데 특히 브랜딩 측면 그리고 콘텐츠와 제품 관련 캠페인을 하고 있어요.”

이승윤 : 유명한 디즈니 IP가 많은데 아이디어플랩이 주최한 것 중에 성공시킨 공간이 많잖아요. 최 대표에게도 의미 있는 사례가 있나요.

최용석 : “감사하게도 최근 했던 세 프로젝트 모두 성공했어요. 첫째가 올해 초 ‘매지컬 디즈니’라는 디즈니 100주년 기념 행사로 갤러리를 대관해 스페셜 팝업을 진행했어요. 그간 하고 싶었던 것을 많이 녹여 냈죠. 홍보도 거의 없었고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평균 웨이팅 네 시간에도 불구하고 방문객이 끊이지 않았던 프로젝트였어요. 실제 크리에이터와 감독들이 직접 찾아와 ‘가오갤’과 ‘겨울왕국 2’ 프로젝트도 의미 있어요. 그 세계관을 만든 분들이잖아요. 원래 10~30분 방문 예정으로 오셨던 분들이 한 시간이 넘도록 머무르며 그분들이 만든 세계관을 바탕으로 우리가 재해석한 공간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꼈어요. ‘겨울왕국 2’ 감독은 자신의 콘텐츠로 이토록 다양하고 풍성한 경험을 전달해 줘 고맙다고 하더군요.”

이승윤 : 디즈니 세계관을 오프라인 공간으로 여러 번 재해석하면서 노하우가 생겼을 것 같습니다.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나요.

최용석 : “‘맥락’과 ‘공감’입니다. ‘꿀하우스’, ‘토이하우스’ 프로젝트를 예로 들 수 있는데, 우리에게는 큰 도전이었어요. 디즈니 스토어를 보면 스토리텔링과 공간 자체가 굉장히 정제됐고 몰이나 백화점에 최적화됐어요. 하지만 ‘꿀하우스’나 ‘토이하우스’는 완전히 다른 공간에서 그 지역의 맥락에 맞게 다른 방식으로 풀어 냈던 사례예요. 디즈니 IP로 공간을 만들면 그래픽과 비주얼에 맞는 것들을 생각하는 게 일반적인 접근일 수 있는데 우리는 ‘이 콘텐츠를 사람들이 왜 좋아할까’, ‘어떻게 공감을 이끌어 낼까’ 등 본질적인 질문을 했고 그 답을 최대한 뾰족하게 표현하려고 했어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팝업스토어 / 사진=아이디어플랩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팝업스토어 / 사진=아이디어플랩
스타워즈데이 프로젝트 / 사진=아이디어플랩
스타워즈데이 프로젝트 / 사진=아이디어플랩
이승윤 : 디즈니 콘텐츠가 돋보이는 방향에 대한 고민을 다른 방향으로 많이 하는 느낌입니다. 디즈니와 일하면서 곁에서 어떤 면에서 확실히 잘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나요.

최용석 : “디즈니의 역사가 100년 됐잖아요. 철저하게 브랜드를 관리해 왔고 근본적으로 스토리텔러나 콘텐츠에 대해 무척 존중해 줘죠. 그 핵심 밸류를 지키기 위해 배제해야 할 것들은 과감히 배제합니다. 좋은 아이디어일지라도 디즈니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이 유독 많은 이유이기도 해요. 어떻게 보면 브랜드는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지하기 위해 단호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데 그걸 디즈니가 참 잘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디즈니 쪽 사람들 중에서는 디즈니를 정말 사랑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들이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 위한 고민을 쌓고 본질에 집중하면서 지금의 디즈니를 만들고 있어요.”

이승윤 : 어찌 보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가진 회사의 힘이기도 하지요.

최용석 : “그런 진정성이 늘 바탕에 깔려 있어 나오는 액티비티들이 진심 어리게 발현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팬의 마음을 모른다면 아무리 탁월한 기획자가 작업을 해도 그 프로젝트는 망할 수 있어요. 저는 일할 때 여러 가지 앵글로 봐요. 경영자면서 기획자이기도 하고 팬이기도 하고…. 반면 팬의 시각에서 생각해야 하지만 너무 이를 강조하면 대중성을 놓칠 수 있는 점도 신경 쓰죠.”

이승윤 : 팬들만 생각하면 공감을 놓칠 수 있으니 밸런스를 맞추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최용석 : “콘텐츠 자체의 매력 포인트는 그대로 살리면서 공감을 얻고 이와 함께 팬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해 콘텐츠가 탄탄해지는 방향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마블’의 세계관이 통했던 이유 중 하나가 대중과 밀접한 히어로들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히어로지만 우리처럼 고민하고 실수하고 밑도 끝도 없이 싸우죠. 구구절절한 설명보다는 공감대 형성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어떤 분야의 세계관을 풀어 갈 때 실수하기 쉬운 것이 스토리텔링에만 집중하는 점인 듯해요. 사실 세계관은 스토리가 아니라 설정한 특정 세계를 어떤 철학이나 소신을 갖고 바라보는 관점을 말하잖아요. 그런데 그 관점 없이 스토리에만 집중한다면 연결은 되지만 공감을 얻지 못하는 부분이 생기는 듯해요.”


이승윤 : 아, 이야기는 연결되는데 남의 이야기 같은 것이군요.

최용석 : “그런 과정이 없다면 그저 자신과 상관없는 남의 이야기가 되는 거죠. 만든 이들의 철학이 녹아 있고 보는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 팬과 소통돼야 그 콘텐츠와 세계관이 살아남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다면 공감이 아니라 일방적이고 일시적인 거래가 되고 말죠. 남의 이야기에 불과한 세계관은 자신의 현실과 동떨어진 동화 속일 뿐이고요. 자기 얘기, 자신의 생각과 공감되면 자연스럽게 팬이 되는 거죠.”

이승윤 : 너무 좋은 말씀이에요. 최 대표가 생각하는 계획도 알려 주세요.
최용석 : “우리 회사는 사실 연간 계획을 세우지 않아요. 다만 수익성이 아닌 가치 전달을 우선적인 목표로 삼아요. 예전에 ‘꿀하우스’를 오픈했을 때 사람들이 너무 몰려와 걱정했죠. 이렇게 되면 여유와 위로라는 가치를 전달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승윤 : 그렇죠. 사람이 너무 많으면….

최용석 : “그런데 경험을 마치고 나가는 분들의 너무나 행복한 표정을 보면서 안심했어요. 매출과 트래픽보다 더 중요한 게 공감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잘하는 일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밸류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일을 천천히 해 나가고 싶어요. 그리고 일할 때 저뿐만 아니라 직원들도 같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들이 계속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대학 마케팅분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