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3월 인구 동향’에서 혼인 건수 증가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올해 1분기 혼인 건수는 5만 3964건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8.9% 늘었다. 월별로 보면 지난 3월 혼인 건수는 1만 8192건으로 전년 3월 대비 2876건 증가하며 동월 기준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하지만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부부의 한숨도 늘어났다. 혼인 건수에 비례해 예식 비용도 함께 치솟고 있으며, 관련 업체로부터 피해를 보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 정보 회사 듀오가 신혼부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3 결혼 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 예식 비용은1390만원이다. 이는 식장 예약비와 웨딩 패키지 비용만 합한 금액이며, 지난해보다 8.76%, 2021년보다 16.8% 증가했다.
서울 주요 예식장들의 예약 비용(대관료, 식비, 꽃장식 등)도 일제히 상승했다. 서울 중구의 한 예식장은 1인당 식대 12만 원, 꽃장식만 기본 1500만 원에 달한다. 지난해와 식대 값은 동일하지만, 대관료 등 부대 비용을 올리면서 총비용은 200명 기준 5000만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달 견적으로 비교했을 때 약 1천만 원 오른 금액이다.
웨딩 패키지, 일명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비용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평균 200~250만 원이었던 패키지 비용이 올해는 최소 300만 원을 훌쩍 넘어간다. 이 또한 기본 금액으로, 웨딩드레스의 소재 및 디자인, 앨범 사진 장수와 액자 포함 유무에 따라 추가금이 최대 몇백만 원까지 붙게 된다. 한 웨딩플래너는 “팬데믹 이후 매년 금액이 오르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 이후 예식비가 끊임없이 오르면서 예비부부들 사이에서는 “오늘 예약하는 게 가장 저렴하다”는 인식이 통념으로 자리 잡았다. 원하는 업체를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예약하기 위해 예식장이나 스드메 업체 ‘오픈런’을 하는 경우도 흔해졌다.
폭발적으로 증가한 수요와 인생에 단 한 번뿐이라는 인식을 이용해 ‘배짱 장사’를 하는 업체도 많아졌다. 결혼 준비 관련 업체가 계약 해제 요구를 거부하거나 계약을 이행하지 않아 신고 접수한 사례도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접수된 웨딩컨설팅(결혼 준비 대행 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총 361건이다. 지난해 접수 건수는 176건으로 전년도(111건)에 비해 51.7% 증가했다.
올해는 1월~4월에만 74건 접수되어 지난해 동기 대비 38.6%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피해구제 신청 사유로는 계약 관련 불만이 가장 많았으며, 내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계약해제 거부 및 과다한 위약금 청구’ 62.1%(224건), ‘청약 철회 거부’ 18.8%(68건), ‘계약불이행’ 12.7%(46건) 순이었다.
그중 ‘과다한 위약금 청구’는 서비스 개시 전 계약을 해제할 때 대행 요금의 20~30% 이상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요구한 사례다. 이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인 10%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계약불이행’은 결혼사진의 품질 불량이나 앨범 인도 거부, 사업자의 일방적인 계약사항 변경·취소 등의 사례가 많았다.
접수된 신고 건 가운데 37%가 결혼박람회 등에서 이뤄진 계약이다. 관련 정보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계약해 피해를 본 것이다. 이에 소비자원은 계약 전 상품 내용과 환불·위약금 조건 등을 세세히 확인하고 가급적 신용카드 할부 거래를 이용할 것을 당부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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