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출시된 신생 브랜드, 패션 플랫폼 무신사 입점하면서 인기 얻어
2030세대 여성 고객들 구매 늘어나면서 ‘동사무소 티’ 별칭까지
한남동 매장에는 중국·일본 등 외국인 관광객들 몰려

마르디 메크르디는 지난 4월 배우 김고은을 모델로 발탁했다. (사진=마르디 메크르디)
마르디 메크르디는 지난 4월 배우 김고은을 모델로 발탁했다. (사진=마르디 메크르디)
“그 옷, 동사무소(동주민센터)에서 뿌리는 건가요?”


전면을 가득 채운 단순한 꽃 그림, 크게 적힌 브랜드명, 진하고 화려한 원색…. 길에서 한 번쯤 마주친 그 브랜드, 피스피스스튜디오가 운영하는 ‘마르디 메크르디’에 대한 인터넷 밈(meme : 온라인 유행 콘텐츠)이다. 마르디 메크르디의 대표 상품인 꽃무늬 티셔츠는 ‘동사무소 티’라는 수식어까지 붙었다. 입은 사람들이 자주 보인다는 의미가 있다.

마르디 메크르디는 쇼핑을 좋아하는 2030세대 여성이라면 이미 옷장에 하나쯤은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젊은층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언뜻 보면 투박한 디자인이 브랜드를 성공시킨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됐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오프라인 매장은 웨이팅 없이 들어갈 수 없을 만큼 평일에도 방문객이 넘쳐난다. 심지어 이들 대부분은 외국인 관광객이다. 토종 브랜드 마르디 메크르디는 한국을 넘어 일본까지 넘보고 있다.“외국인이 더 많네” 마르디 메크르디 매장 가 보니“돈 테이크 어 픽처!”

휴대전화 카메라를 들자마자 직원의 손이 화면 안으로 들어왔다. 6월 28일 오전 한남동에 있는 마르디 메크르디 매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브랜드 정책상 매장에서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것도 영어로 말한다. 한국 고객보다 외국 고객이 많기 때문이다.
매장에서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는 샤넬과 에르메스 등 명품 브랜드처럼 마르디 메크르디도 매장 촬영은 금지다.

제품을 둘러볼 수 있는 공간은 6.6㎡(2평) 남짓이다. 피팅룸(옷을 입어볼 수 있는 공간)도 없고 사이즈를 고를 수도 없다. 제품은 한 사이즈, ‘프리(free)’ 사이즈밖에 없다. 그래도 매장에는 대기 없이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인기다. 평일에도 ‘바로 입장’은 불가능하다.
6월 28일 오전 11시 한남동 매장 앞 모습. (사진=최수진 기자)
6월 28일 오전 11시 한남동 매장 앞 모습. (사진=최수진 기자)
심지어 오픈런도 있다. 이날 오전 11시, ‘1 매장’ 앞에는 약 20명이 서 있었다. 한남동에서 2개의 매장을 운영하는데 1 매장에서는 의류를, 2 매장에서는 액세서리를 판매한다. 2 매장은 현재 리뉴얼 공사 중이다.

이날 줄 선 사람들은 대부분 외국인이었다. 중국인과 일본인이 가장 많았다. 외국인들 사이에서 마르디 메크르디는 ‘한국에서 꼭 사야 하는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현장에서 만난 중국인 연아(30) 씨는 “샤오홍슈라고 중국판 인스타그램이 있다. 거기서 마르디 메크르디를 알게 됐다. 중국에서도 인기가 많아 한국 여행을 온 김에 궁금해 찾아왔다. 꽃무늬가 그려진 티셔츠를 살 예정”이라고 했다.

일본인 아리사(25) 씨와 아키(27) 씨는 “3박 4일로 한국 여행 중인데 길이 어려워 택시를 타고 찾아왔다”며 “인스타그램에서 봤는데 마음에 들어 한국 여행을 오면 꼭 방문할 계획이었다. 꽃무늬 티셔츠 2~3장을 사려고 한다. 너무 늦게 오면 남은 게 없을까봐 오픈 시간에 맞춰 왔다”고 말했다.

특별한 것은 없다. 다른 매장처럼 직접 제품을 보고 구매할 수 있는 게 전부다. 현장에서 만난 20대 김 모 씨는 “학생이라 평일에도 시간을 낼 수 있어 티셔츠를 사러 왔다”고 했다.
마르디 메크르디 관계자는 “주말은 기본이고 평일에도 대기 줄이 있다”고 말했다.. 가격 접근성, 감각적인 디자인 ‘강점’마르디 메크르디는 프랑스어로 화요일과 수요일을 뜻한다. 이 브랜드를 운영하는 피스피스스튜디오 측은 “프렌치 무드 기반의 데일리 웨어를 제안하는 디자이너 브랜드”라고 설명하고 있다.

마르디 메크르디는 2030세대들이 좋아하는 브랜드다. 무신사가 공개하는 ‘브랜드 랭킹’에 따르면 6월 26일 기준 무신사에 입점된 브랜드 가운데 인기 순위 35위를 기록하고 있다. 리복(36위), 폴로 랄프로렌(44위), 푸마(49위), 뉴발란스(57위) 등 유명 브랜드보다 높다. 카테고리를 ‘상의’로 좁히면 14위까지 올라간다.

인기 요인으로는 적당한 가격, 감각적인 디자인, 플랫폼 영향 등이 꼽힌다.
마르디 메크르디는 2018년 판매를 시작했고 2년 뒤인 2020년부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무신사 스토어와 29CM에 단독 입점한 직후다. 무신사에서 판매가 늘어나면서 ‘무신사 간판 브랜드’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플랫폼을 통해 인지도를 높였다면 실구매까지 이어지게 한 요인은 ‘가격’이다. 백화점 입점 브랜드보다 낮게 설정한 가격이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마르디 메크르디의 대표 상품인 반소매 티셔츠는 4만~5만원대, 맨투맨 티셔츠는 7만~8만원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른 디자이너 브랜드와 비교하면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며 “요즘 인터넷에서 파는 티셔츠도 2만~3만원은 한다. 그런 것과 비교하면 가격 정책은 잘 세웠다”고 말했다.

단순한 ‘꽃 그림’ 디자인이 인기의 핵심 비결이다. 마르디 메크르디의 시그니처 패턴으로 자리 잡은 꽃 그림은 2019년 탄생했다. 봄여름(SS) 시즌의 테마를 ‘꽃’으로 정하고 꽃 그림이 들어간 다수의 아이템을 선보였다. 당시 마르디 메크르디는 시즌 제품 특성을 고려해 한 시즌에만 꽃을 사용하려고 했지만 인기가 높아지면서 반소매와 니트 제품 등으로 범위를 넓혀 갔다. 꽃 그림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켰고 이듬해 무신사 입점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마케팅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 4월 배우 김고은 씨를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 모델을 기용한 것은 처음이었다. 6월 30일 롯데몰 잠실롯데월드점 지하 1층에 3호 매장을 오픈했다. 한남동을 벗어난 첫 매장이다.
2 매장은 리뉴얼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최수진 기자)
2 매장은 리뉴얼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최수진 기자)
토종 브랜드, 일본까지 홀렸다마르디 메크르디는 서울 패션 창작 스튜디오 출신의 박화목 디자이너와 제일모직(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신세계인터내셔날, 한섬 등을 거친 이수현 디자이너가 함께 만든 토종 브랜드다.

매출은 빠르게 늘고 있다. 2019년 4억7000만원에서 2021년 153억9400만원까지 뛰었다. 지난해에는 407억2300만원을 기록했고 올해 700억원이 목표다.

마르디 메크르디 관계자는 성공 요인에 대해 “감도 있는 그래픽 디자인과 매 시즌 고퀄리티의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는 등 브랜딩에 대한 과감한 투자, 시그니처인 플라워 그래픽 등이 성장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다년간의 패션 산업 경험을 가진 생산팀·디자이너·상품 기획(MD) 등 전문성 있는 내부 인력들도 성장의 한 축을 담당했다.

마르디 메크르디는 론칭 3년 만에 무신사와 함께 일본 진출에도 성공했다. 마르디 메크르디가 일본에서 관심을 받게 된 계기는 백화점의 ‘팝업 행사’였다. 일본의 이세탄백화점은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한국에서 유명한 패션·뷰티 브랜드를 소개하는 팝업 행사 ‘리틀 서울’을 개최하고 있다. 마르디 메크르디는 2021년 8월 도쿄 이세탄백화점 신주쿠 본점에서 열린 팝업 행사 첫날 매출 1위에 올랐다.

성공 가능성을 확인하자 두 달 뒤인 2021년 10월 무신사의 지원을 받아 일본에 공식 진출했다.

이후 마르디 메크르디는 일본에서 빠르게 자리 잡았다. 진출 6개월 만인 2022년 4월 ‘매출 10억원’을 달성했고 지난해 연매출은 30억원을 기록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마르디 메크르디는 빠르게 현지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며 “일본 패션 플랫폼에 입점하지 않고 브랜드 공식 스토어와 팝업 행사로 거둔 매출이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은 성과”라고 강조했다.

마르디 메크르디 측은 “향후에는 우리가 하는 튜웨드믹스(TUE, WED_MIX)와 같이 문화를 지원하는 여러 활동들을 강화하고 그러한 활동들을 마르디 메크르디의 브랜드와 연결해 컬처 기반의 패션 브랜드로 발돋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