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생 용띠·서울대 경영학과 출신 전성시대
정기선·조원태·최윤범 등 40대 기수도 부상
한경비즈니스 선정 2023 100대 CEO

[2023 100대 CEO]
그래픽=박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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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6세대로 ‘SKY(서울·고려·연세대)’ 출신의 경영학을 전공한 남성.”

2023년 한국 경제를 움직이는 최고경영자(CEO) 100명의 표준 모델이다. 한경비즈니스는 NICE평가정보와 함께 ‘2023 한경비즈니스 100대 CEO’를 선정했다.

조사 결과 100대 기업을 이끄는 CEO들의 평균 나이는 60.4세로, 1960년대생들이 과반(72명)을 차지했다. 60~64세(1959~1963년생) CEO가 47명으로 가장 많고 △55~59세(1964~1968년생) 30명 △65~69세(1954~1958년생) 12명 순이다. 종합하면 ‘586(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세대’가 한국 산업계를 주도하고 있다는 얘기다.

1960년대생들은 최근 5년간 100대 CEO 조사에서 가장 많은 연령대를 차지했다. 1964년생(59세) 용띠가 15명으로 지난해(16명)에 이어 최다였다. 1962년생(61세) 호랑이띠와 1963년생(60세) 토끼띠도 각각 12명씩 나왔다.

1961년생(62세) 소띠도 11명으로 많은 수를 차지했다. CEO들의 평균 나이는 매년 젊어지고 있다. 2019년에는 1957년생 닭띠가 가장 많았고 2020년에는 1961년생 소띠가, 2021년에는 1963년생 토끼띠가 가장 많았다. 2022년부터 1964년생 용띠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래픽=박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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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나이 60.4세’…1961~1964년생이 주류

대표적인 1964년 용띠 CEO로 구자은 LS그룹 회장을 비롯해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이구영 한화솔루션 대표,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올해의 띠인 토끼띠 수장으로는 1963년생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최윤호 삼성SDI 사장,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박정림 KB증권 사장,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 등이 있다. 1975년생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1951년생 권오갑 HD현대 회장도 토끼띠 CEO다.

4050세대의 젊은 CEO는 38명으로 지난해(46명)보다 8명 감소했다. 1982년생(41세)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인 정기선 HD한국조선해양 사장이 2년 연속 최연소 CEO로 기록됐다. 또 다른 40대 기수로는 조원태(47세) 대한항공 회장, 최윤범(48세) 고려아연 회장, 추형욱(49세) SK E&S 사장이 있다.

젊은 CEO가 다소 감소한 것은 기업들이 미·중 갈등과 전쟁 등 지속되는 지정학적 불확실성,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CEO 인사 폭을 줄이며 변화보다 안정을 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3년간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생존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인적 쇄신과 세대교체 흐름이 뚜렷했지만 지난해부터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기조로 삼성·SK·LG 등 주요 그룹이 기존 체제를 유지하며 노련한 수장들을 전진 배치했다.

100대 CEO에는 관록과 연륜을 지닌 65세 이상 CEO들도 있다. 권오갑 HD현대 회장(1951년생)을 필두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1952년생),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1955년생), 허태수 GS 회장·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신학철 LG화학 부회장·김교현 롯데케미칼 부회장(1957년생) 등 15명이 그들이다.
그래픽=박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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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대’ 출신 강세…‘경영 전공’ 최다

출신 학교(학부 기준)로 보면 서울대(27명)가 지난해(28명)에 이어 100대 기업의 CEO를 가장 많이 배출했다. 연세대(14명), 고려대(13명)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 56명이던 ‘SKY’ 출신 CEO가 올해도 54명 과반으로 득세가 여전했다.

비수도권 소재 대학에선 부산대(4명) 출신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경제학), 조주완 LG전자 사장·안동일 현대제철 사장(기계공학), 윤해진 NH농협생명 사장(행정학)이 부산대 동문이다.

해외 대학 출신은 7명이다. 외국인 CEO 2명을 제외하면 5명의 CEO가 해외 대학에서 학부를 졸업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멘로대)·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아오야마가쿠인대)·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애머스트대) 등이 대표적인 해외파다.

전공은 다양하게 분포돼 있는 가운데 경영학 전공자(30명)가 가장 많았다. 경영학과 출신 CEO들의 약진은 매년 이어지고 있다.

단일 학과로는 ‘서울대 경영학과(8명)’가 100대 기업 CEO를 가장 많이 배출했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박정림 KB증권 사장·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등이다. 고려대 경영학과(6명), 연세대 경영학과(5명)가 뒤를 이으며 ‘SKY대 경영학과’ 출신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전공 계열로는 경영학·경제학·회계학 등 경상계가 49명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산업공학·컴퓨터공학·기계공학 등 이공계는 28명이다. MBA를 포함해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CEO는 59명, 그중 박사 CEO는 9명이다.

의사·법조인·관료 출신 5명…‘이색 이력’

100대 CEO 중 의학박사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유일하다. 신 회장은 서울대 의과대를 나와 서울대 의대 교수(산부인과)를 지냈다. 진료가 아닌 다른 길을 택한 의사들의 모임인 경의회(경계를 넘나드는 의사회) 회원이다.

법조인 출신은 3명이다. 10년째 GS건설을 이끄는 임병용 부회장은 사법연수원을 19기로 수료하고 수원지방검찰청 검사로 법조계에 입문했고 LG 회장실 상임변호사로도 일했다. 강한승 쿠팡 대표는 사법연수원 23기로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청와대 법무비서관 등 30년 가까이 법조인으로 활약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미국 애머스트대 수학과와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미국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는 행정고시로 농림축산식품부를 거친 관료 출신이다.

고교 동문 파워는 옅어지는 추세다. 출신 고교에서 경기고·경복고·서울고 등 전통 명문고 출신 비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지금은 특성화고로 불리는 상고·공고·농고 등을 나온 CEO들도 눈에 띈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회장(덕수상고)과 김홍국 하림지주 회장(이리농림고) 등 7명이다.

해외에서 고교를 졸업한 CEO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아오야마가쿠인고),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마리안고),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파운턴밸리고) 등이다. 특목고 출신은 대원외고를 나온 정기선 HD한국조선해양 사장이 유일했다.

올해 여성 CEO는 2명으로 늘었다. 2021년부터 유일한 여성 CEO로 자리를 지켰던 박정림 KB증권 사장에 이어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100대 CEO 중 여성 CEO에 올랐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