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당신은 어떤 리더입니까 [EDITOR's LETTER]
“좋은 리더십을 구성하는 마법의 성분은 여전히 수배 중이다.”

리더십 전문가들이 하는 얘기입니다. 실제 그렇습니다. ‘리더십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경영 구루 톰 피터스조차 “리더십의 첫째 슬로건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말할 정도니 말입니다.

종합 예술가로 불리는 마에스트로들을 통해 그 성분이 왜 수배 중인지 한번 살펴볼까 합니다.

첫째 인물은 이탈리아의 아르투로 토스카니니입니다. 그는 다혈질의 폭군이었습니다.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휘봉을 던지고 꺾어 버리기도 했죠. 별명이 ‘베수비오 화산’이었습니다. 미국 NBC 심포니 단원들은 그를 무서워했습니다. 하지만 알고 있었습니다. 폭발이 오롯이 음악에 대한 열정에서 나오는 것임을…. 1957년 토스카니니가 세상을 떠나자 악단은 1년간 지휘자 없이 추모 연주를 하고 해산했다고 합니다. 위대한 리더십에 대한 최고의 존경을 표한 것이지요.

다음은 베를린필을 35년간 이끈 폰 카라얀입니다. 그는 세상의 흐름과 인간의 심리를 이해한 마에스트로였습니다. 1940년대 후반 LP 시대가 열립니다. 많은 음악가들이 “레코딩은 죽은 음악”이라고 무시했지요. 하지만 카라얀은 집에서 음악을 즐기는 시대가 온 것을 직감하고 LP 녹음에 집중했습니다. 1980년대 CD가 등장했을 때도 가장 먼저 반응했습니다. 이를 통해 크게 성공했습니다.

심리를 파악하는 능력도 탁월했습니다. 지휘자가 연주자와 눈을 맞추며 교감하는 것은 필수적이었지만 그는 때때로 눈을 감고 은발을 흩날리며 지휘봉을 휘둘렀습니다.“음악의 내면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연주자와 청중을 빨아들이기 위한 연기였다고 말하는 평론가들도 있습니다. 그런 카라얀에게는 항상 카리스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습니다.

마지막 인물은 베를린필의 빌헬름 푸르트뱅글러입니다. 그는 말주변도 없고 연주자들에게 무언가를 지시하는 것도 주저했습니다. 그래도 단원들은 그가 있으면 탁월한 연주를 했습니다. 지휘봉이 아니라 그의 얼굴을 보고 연주했습니다. 영감을 불러일으킨 것이지요. “그의 존재 자체가 아름다운 베를린필의 음색을 만든 것”이라고 평론가들은 말합니다.

세 명의 마에스트로 가운데 어느 쪽을 선호하는지요. 관리자라면 어느쪽에 가까운지요. 리더십의 성분은 다양합니다. 그럼에도 공통점은 있습니다. ‘따르게 하는 탁월함’ 아닐까요.

이번 주 한경비즈니스는 대한민국을 이끄는 100인의 최고경영자(CEO)를 다뤘습니다. 리더십의 성분 가운데 탁월한 무언가를 갖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현대 국가의 경쟁력은 군함의 수가 아니라 좋은 기업의 수에 달렸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들은 권리만 있는 게 아니라 조직과 조직원을 성장시키고 나아가 한국의 국가 경쟁력을 책임지는 사람들입니다.

2023년 그들에게 주어진 숙제도 만만치 않습니다. 세계화의 종말, 경제의 정치화라는 전환점을 돌아야 합니다. 주가 부동산 등 자산 가격 하락의 여파를 피해야 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MZ세대가 주류가 되는 변화에도 적응해야 합니다. CEO에게 주어지는 모든 특전은 이 도전을 맨 앞에서 헤쳐 나가는 것에 대한 대가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미국 6대 대통령 존퀸시 애덤스가 한 말로 글을 맺습니다. “당신의 행동이 타인들로 하여금 더 많이 꿈꾸고,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일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게끔 영감을 불어넣는다면 당신은 분명 리더다.”

김용준 한경비즈니스 편집장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