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디아, 1분기 세계 반도체 시장 통계 발표
인텔 1위…독일 인피니언은 7위로

1분기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와 매출 순위 / 출처=옴디아
1분기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와 매출 순위 / 출처=옴디아
삼성전자가 인텔에 밀려 1분기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2위를 기록했다. 3위권에 이름을 올리던 SK하이닉스는 1분기에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메모리 반도체의 업황 악화 때문이다.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이 모두 줄어든 가운데 인공지능(AI), 차량용 반도체 수요 증가로 미국 엔비디아와 독일 인피니언만이 증가세를 보였다.

28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1분기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가 전분기보다 9% 줄어든 1205억달러라고 밝혔다. 지난해 반도체 시장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다섯 분기 연속 반도체 업계 매출 합계가 줄었다. 옴디아는 "2002년 시장 통계를 살핀 이래 가장 긴 (매출) 감소 기간"이라고 평가했다.

1분기 매출 기준으로 인텔이 1위(111억3900만달러)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2위(89억2900만달러)였다. 뒤로는 퀄컴(79억4200만달러), 브로드컴(66억6500만달러), AMD(52억9900만달러), 엔비디아(52억7800만달러), 인피니언(43억8100만달러), 애플(42억9100만달러), 텍사스인스트루먼트(42억7000만달러),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44억2700만달러) 순이다.

옴디아는 메모리 반도체와 마이크로프로세서유닛(MPU) 시장 매출 감소가 전체 반도체 시장 매출을 끌어내렸다고 분석했다. 특히 1분기 메모리 시장은 194억달러 매출을 기록해 전년 동기 매출(436억달러)의 44%에 그쳤다. MPU 시장도 131억달러로 전년 동기 매출(200억달러)의 65%에 불과했다.

메모리 시장 침체가 두드러진 배경에는 산업 구조 특성이 있다. 메모리 업체들은 제품을 대량 생산한 뒤 시장에 판매해 이익을 얻는다. 주문받아 생산하는 방식이 아니다 보니 시장 수요가 없을 경우 재고가 많이 쌓이게 된다. 메모리 가격도 내려갈 수밖에 없다. 이는 곧 기업들 실적 악화로 이어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메모리 업계 1위인 삼성전자가 1분기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인텔에 밀려 2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인텔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지만 업황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삼성전자 1분기 매출은 전분기보다 25.6%, 전년 동기보단 55.7% 급감했다.

세계 5위권에 속하던 메모리 기업들의 순위 하락도 이어졌다. 기존에 3~4위이던 SK하이닉스와 5~6위를 오가던 미국 마이크론이 모두 1분기에 10위권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전체 매출에서 메모리 비중이 90%가 넘는 SK하이닉스의 경우 작년 4분기와 이번 1분기 모두 영업적자를 기록한 상태다.

반면 매출을 늘린 기업이 있다. 인공지능(AI)과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엔비디아와 인피니언 매출이 모두 전분기보다 증가했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 강자인 인피니언은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20.5% 급증했다. 1분기에 7위를 기록하며 전분기(12위)보다 다섯 계단 상승했다.

옴디아는 생성형 AI 수요 증가로 향후 엔비디아 활약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클리프 림바흐 옴디아 수석 연구원은 "엔비디아가 AI 분야를 선도하다 보니 매출 성장세가 뚜렷하다"며 "올해부터 대다수 반도체 기업 실적을 앞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