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비 개봉·레트로 트렌드 맞물리면서 바비인형 관심 늘어
패션업계, 바비 핑크 적용해 의류부터 액세서리까지 다양한 제품 출시
바비 인형은 자녀를 위한 고민에서 시작된 제품입니다. 마텔의 공동 창업자인 루스 핸들러와 엘리엇 핸들러는 부부입니다. 이 부부에게는 딸 바바라와 아들 켄이 있고요. 1950년대 시장에 나왔던 장난감들에는 한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대부분이 '남아용'이라는 것입니다. 이에 비해 여아들을 위한 놀잇감은 부족했습니다.
핸들러 부부가 딸 바바라를 위해 만든 게 바로 '바비'입니다. 독일에 잠깐 방문했을 당시 알게 된 '빌트 릴리'라는 인형을 보게 됐는데, 여기서 영감을 얻어 바비를 만들게 됐습니다. 세계 최초로 '성인 여성' 모습을 한 장난감이 탄생한 거죠. 부부는 이 바비의 이름을 '바바라'라고 정하고, 바비 남자친구에는 '켄'이라는 이름을 붙여줬습니다. 바비는 전 세계 어린이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고, 바비를 앞세워 마텔도 회사 규모를 적극적으로 키웠습니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실적 정체기를 겪고 있죠. 지난해 마텔 매출은 54억달러를 기록하며 전년(53억달러) 대비 1.9%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지난해 초 실적 발표에서 연 매출 전망에 대해 "전년 대비 최대 10% 증가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 비교하면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 셈입니다. 시대가 바뀌고 다양한 장난감들이 나오는 영향으로 보이죠.
그런데 올해는 바비의 시대가 다시 열린다고 하네요. 영화 '바비'의 개봉으로 다시 바비 인형들이 주목받는 건데요. 이 같은 분위기는 패션업계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바비를 상징하는 색인 '핑크'를 적용한 상품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조 바비는 눈이 쨍할 정도로 진하고 밝은 핫핑크 의상을 입는 것으로 유명하거든요.
패션 브랜드들은 바비 특유의 통통 튀는 발랄한 핑크 색상을 사용한 의류와 액세서리, 가방, 신발까지 다양한 아이템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으며, 마텔의 바비와 협업한 콜라보레이션 컬렉션도 출시하고 있습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핑크는 노란빛을 띠는 동양인의 피부색에 코디하기가 어렵고 특유의 여성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지 않았다"라며 "올해는 복고와 Y2K 열풍, 영화 바비의 개봉에 맞춰 전 세계적으로 '바비코어'가 급부상하면서 다양한 색조의 핑크를 사용한 제품들이 출시되며 큰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핑크가 이번 시즌의 메인 색상으로 떠오르면서 일상에서 입기 쉬운 연핑크 색상부터 진한 마젠타 핑크, 피치 핑크 등이 다양한 패션 아이템에 적용됐습니다.
의상은 물론 액세서리도 핑크 제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핑크 볼캡부터 핑크 슈즈, 핑크백까지 핑크 색상의 제품은 물론 바비의 필수품인 플랫폼(통굽) 신발, 반짝이는 큐빅 장식이 달린 가방, 플라스틱 액세서리 등이 인기를 끌 전망입니다. 아무래도 올여름, 수많은 '인간 바비'들을 길에서 보게 될 것 같네요.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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