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2K 트렌드로 키링 패션 다시 주목받아
판매량 늘어나자 업계서 키링 신제품 선보여

키링이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W컨셉)
키링이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W컨셉)
키링(열쇠고리)은 아주 오래된 패션 아이템입니다. 2000년대 초반 인형 뽑기가 유행할 때 인기 캐릭터 '마시마로'를 뽑아 가방에 달고 다닌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플라스틱 끈 또는 운동화 끈 두 개로 십자 매듭을 지어 만든 열쇠고리도 인기가 많았고요. 이외에도 휴대용 게임기 '다마고치', 1세대 인기 아이돌 관련 물품을 가방에 달아놓고 다녔죠.

그 시절, 키링은 개성을 표현하는 하나의 도구로 활용됐습니다. 그래서 키링을 통해 공통점을 찾은 사람들끼리는 친구가 되기도 했습니다. 키링을 보고 "어? 너도 그 가수 좋아해? 나도 좋아하는데"라고 대화를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키링은 2010년대 들어와서 인기가 없어졌습니다. 키링을 포함한 과거 유행 아이템들이 촌스럽다는 이미지를 얻으면서 선택받지 못한 탓입니다. 1~2년 전까지만 해도 길에서 가방을 통해 개성을 표현하는 사람을 마주치는 게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죠.

그런데, 키링이 다시 뜬다고 합니다. Y2K(세기말, Year 2000) 패션 유행과 키덜트 문화가 맞물리며 동물 모양이나 캐릭터 키링을 가방에 다는 '키링 패션'이 트렌드로 자리 잡은 건데요.

실제로, 패션플랫폼 W컨셉이 6월 한 달간 자체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백팩, 키링 등 '키링 패션' 상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배로 크게 늘었습니다. W컨셉 측은 "세기말 패션의 대표 상품인 백팩과 키링을 젊은 세대가 다시 활용하면서 패션 트렌드의 핵심이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W컨셉이 지난 6월 26일부터 일주일간 파우치, 키링 등 '가방 액세서리' 행사 진행했을 때도 관련 카테고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0% 증가했습니다. W컨셉 관계자는 "최근 디자이너 브랜드에서도 인형 키링이 출시되고 있는데 브랜드 팬덤을 중심으로 상품에 대한 소장 욕구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W컨셉뿐일까요. 또 다른 패션플랫폼 에이블리도 지난달 '인형⋅토이' 품목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80%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가방, 휴대폰 등에 인형 키링(열쇠고리)을 매치하는 스타일링이 인기를 끌며, △인형키링(590%) △키링(105%) 등 관련 키워드 검색량도 증가했고요.

그래서 적극적으로 키링 신제품을 선보이는 곳도 많습니다. 코오롱FnC의 럭키슈에뜨는 최근 초록색으로 뒤덮인 털과 코가 붙어있는 신규 캐릭터 '럭츄'를 출시해 젠지(Gen-Z) 세대를 공략하고 있습니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럭츄라인의 키링 인형은 Y2K트렌드 맞물려 인기 아이템으로 급부상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가방에 포인트를 줄 수 있는 장식품도 인기라고 합니다. 코오롱FnC 여성 핸드백 브랜드 '쿠론'은 서촌 유명 카페인 빅토리아 베이커리와 협업해 베이커리 모양의 참 장식 5종을 출시했습니다. '아카이브앱크'는 브랜드 시그니처 상품인 플링백을 열쇠고리 형태로 작게 제작했고요.

다양한 소품들 중에서도 특히 '소형 털인형'이 키링으로 선택받고 있다고 합니다. 귀엽다는 이유로요. 저도 얼마 전, 거리를 걷다가 인형을 매달아 놓은 가방을 발견했습니다. 심지어 백팩도 아닌 작은 핸드백이었는데도 말이죠. 키링이 유행이긴 한가 봅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