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 [김홍유의 산업의 窓]
최근 일자리와 관련해 의미 있는 정부 발표가 나왔다. 정부가 앞으로 구직자에게 현금을 지원하는 대신 구직자의 취업을 촉진하고 근로 의욕을 높이는 방향으로 일자리 정책을 전환한다고 했다.

정부 주도의 직접 일자리 사업을 줄이고 기업들의 활발한 활동으로 민간의 일자리 창출을 뒷받침하기 위한 직업 훈련, 고용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현 정부의 제5차 고용 정책 기본 계획은 첫째, 청년·여성 등 고용 취약 계층을 핵심 정책 대상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둘째는 사업·인구 구조 전환 등 미래 대응 체계 구축, 셋째는 인력 수급 미스 매치 해소, 넷째는 현금 지원 대신 서비스 중심의 노동 시장 참여 촉진형 고용 안전망 구축, 마지막으로 직접 일자리 제공 대신 민·관 협업 노동 시장 정책 강화 등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송나라의 대유학자로서 성리학을 집대성한 주자(朱子)의 ‘주문공문집(朱文公文集) 권학문(勸學文)’에 나오는 시의 첫 구절에 “소년은 늙기 쉬우나 학문을 이루기는 어려우므로 일촌의 광음이라도 가벼이 하지 마라”는 문구가 나온다.

요즘같이 빠르고 다양하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살다 보면 더더욱 절실히 느껴지는 문구이기도 하다. 우리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들의 앞날은 아직까지 암울하다. 정부의 정책을 비롯한 정치권에서 청년 일자리와 취약 계층의 일자리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의 시대에 맞는 정책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 패러다임 변화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의 큰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는 크게 1980년대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으로 일자리 패러다임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환됐고 1990년대 인터넷의 등장으로 정적인 일자리에서 동적인 일자리로 다이내믹하게 바뀌었다.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네트워크 기반 데이터 중심의 경제가 활성화되고 있고 전 세계에 불어닥친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경제로의 역동적인 일자리 패러다임 변화의 파고에 놓여 있다. 인구 절벽과 고령화 현상,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등장 등 각 계층의 일자리와 노동의 질 문제 등이 변화에 파고에 서 있는 것이다.

즉 새로운 패러다임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일자리 형태가 요구되고 있다. 이렇듯 우리 사회는 다방면에서 청년 실업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를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청년 일자리 정책 패러다임 변환의 핵심 트렌드를 크게 나누면 다음과 같다.

첫째, 노동 시간 개념의 변화다. 농경 사회와 산업 사회를 거치면서 노동 시간 개념이 자연적인 노동 시간 개념에서 인위적인 노동 시간 개념으로 변화했다.

둘째, 노동 공간 개념의 변화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현재는 노동 공간에 대한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과거처럼 지엽적인 것에 의해 정책이 경쟁력이 있었다는 것은 옛날 얘기가 된 지 오래다. 가상 공간을 활용한 청년 일자리 정책에 정부가 눈을 떠야 한다.

셋째, 노동 속도 개념의 변화다. 물리적인 노동 공간이 사라지고 논리적인 노동 공간이 주축이 되면서 공간 이동 간의 속도가 빛의 속도로 변화했다.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전 세계 어디나 갈 수 있고 관련된 정보도 실시간으로 분석·파악할 수 있게 됐다. 다양한 외국의 정책과 소통하고 필요하면 공조해야 하는 부분이다.

넷째, 노동 소통 방식의 변화다. 농경 사회의 커뮤니케이션의 대표적인 형태는 면대면(face to face)이었다. 산업 사회에서는 매스컴을 통한 일방적인 의사소통이었다면 지금은 가상의 네트워크를 활용한 다방향의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노동의 도구 변화를 들 수 있다. 숫자 위주의 정책 우수성에 바탕을 둔 산업 사회에서는 분업에 근거해 기능 중심의 정책 구조와 특성에 따라 사용해 왔다. 하지만 지금은 융합의 논리가 정책에 기초가 되고 있다. 따라서 하나의 도구가 여러 가지의 기능을 수행하는 형태로의 변화를 들 수 있다.

과거의 개념으로 정책을 입안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우리 사회의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 정부 조직, 정책 입안자 그리고 실행자 모두가 미래 지향적인 패러다임으로 자기 역할에 충실히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의 미래 세대를 위한다면 말이다.

김홍유 경희대 교수·전 한국취업진로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