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매출 3조원 돌파…"예스24, 연내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선보일 것"

김석환 부회장 약력 : 1974년생.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햑. 조지워싱턴대 정보공학 석사. 2007년 예스24 입사. 2017년 예스24 대표이사. 2019년 한세예스24홀딩스 대표이사. 2020년 한세예스24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현)./이승재 기자
김석환 부회장 약력 : 1974년생.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햑. 조지워싱턴대 정보공학 석사. 2007년 예스24 입사. 2017년 예스24 대표이사. 2019년 한세예스24홀딩스 대표이사. 2020년 한세예스24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현)./이승재 기자
지난 7월 3일 서울 성수동 한복판에 상상의 요람이 펼쳐졌다. 1322㎡(400평)가 넘는 전시장 바닥 전체에 지푸라기가 수북이 깔렸고 곳곳에 빈 백과 요람이 놓여 있었다. 전시장 중간에 6000권으로 쌓아 올린 책 탑이 솟아올랐고 책을 주제로 한 그림과 설치 작품이 전시됐다.

온라인서점 예스24가 창립 24주년을 기념해 여는 전시 ‘생각 지상주의자들의 요람’ 현장이다. 김석환 한세예스24홀딩스 부회장은 서울 성수동 에스팩토리에서 진행된 이번 전시에서 ‘문화 콘텐츠 플랫폼’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예스24는 2007년부터 도서뿐만 아니라 음반·공연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발을 넓혔다. 이후 웹소설·웹툰 등 콘텐츠 제작, 전자책 단말기, 블록체인, 미술품 조각 투자 등 문화 콘텐츠 전반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예스24가 창립 24주년 기념 전시를 소설가나 시인이 아닌 예술 작가들과 함께 기획한 것도 이 같은 변화를 알리기 위해서다.

김 부회장은 예스24를 경영하는 동시에 지주회사 대표이사로 한세그룹 성장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김 부회장이 키를 잡은 한세그룹은 지난해 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한세실업·한세엠케이·예스24 등 6개 자회사를 거느린 한세예스24홀딩스는 지난해 3조322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룹사 매출이 3조원을 넘어선 것은 창사 이후 처음이다.

창업자 김동녕 회장의 뒤를 이어 2세 경영이 본격화된 한세그룹은 옷을 바꿔 입었다. 섬유 산업으로 시작한 회사는 제조업의 낡은 이미지에서 벗어나 패션에서 문화 콘텐츠, 물류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김동녕 회장의 장남인 김 부회장은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영학 학사와 정보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벤처캐피털과 함께 일하며 온라인 사업에 대한 역량을 익혔다. 2007년 예스24 엔터테인먼트 사업 부문을 총괄하면서 상무이사·전무이사를 거쳐 2017년 예스24 대표에 선임됐다. 그는 도서를 비롯해 공연·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디지털 콘텐츠 사업을 이끌며 예스24를 문화 콘텐츠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특히 정보기술(IT)을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구상해 계열사의 사업 역량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카오뱅크가 상장하기 이전인 2016년 예스24가 선제적으로 20억원을 투자해 지분 2%를 확보한 것도 김 부회장의 선구안이었다.

그는 한경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그룹 매출이 3조원을 돌파했지만 바닥을 다시 다져야 할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며 “패션·IT·콘텐츠 등 모든 사업 영역에서 새로운 기술 로드맵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예스24의 24주년 행사를 오프라인 전시로 기획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최근 예스24가 진행한 광고 캠페인이 크게 성공했습니다. 책을 읽는 행위 자체에 초점을 맞춘 내용이었죠. ‘하나의 문장에도 저마다의 세상이 있다’는 콘셉트로 책의 근간인 ‘상상력’을 주제로 진행한 광고인데 반응이 좋았어요. 그 캠페인의 연장선상으로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예스24가 보유한 콘텐츠 간 연계성을 찾고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예요.”

-2017년 예스24 대표 자리에 오른 후 시장이 빠르게 변했습니다. 예스24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2010년대 중반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한 콘텐츠 소비가 늘면서 시장에 완전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지난 몇 년간 예스24는 웹소설과 웹툰 등 콘텐츠 제작 역량을 키웠습니다. 원스토어와 합작법인인 스튜디오예스원을 설립해 웹소설과 웹툰 제작과 유통 역량을 확보했고 로맨스·판타지 웹소설 분야 한국 1위 업체 ‘북팔’을 인수하면서 콘텐츠의 경쟁력을 키웠어요. 기술에 대한 투자도 이어 왔습니다. 제가 대표를 맡은 이후 개발자가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김석환 한세예스24홀딩스 부회장./이승재 기자
김석환 한세예스24홀딩스 부회장./이승재 기자
-대표 취임 이후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이었나요.
“기술과 사람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늘 ‘업계 최고 임금을 줄 수 있는 회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셨어요. 기술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과 동시에 내부 조직원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게 숙제였죠. 실무진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회사와 구성원들이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기업의 모체인 한세실업이 아니라 예스24를 시작으로 그룹에 합류하고 경영까지 맡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전공이 IT였고 미국에서 벤처캐피털과 일하면서 새로운 사업을 구상 중이었습니다. 그때 기획했던 사업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였어요. 그러던 와중에 2003년 한세실업이 예스24를 인수했고 IT 사업이자 벤처기업이라는 데는 변화가 없다고 생각해 2007년 예스24에 합류했습니다. 온라인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판단했어요. 또 활자 중독이라고 불릴 정도로 책에 빠져 있었던 것도 개인적인 이유입니다.”

-예스24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요.
“도서가 아닌 분야에서 1위를 하는 게 다음 목표입니다. 올 하반기 독서노트 블로그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고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의 서비스를 연내 선보일 수 있도록 준비 중입니다.”

-그룹 매출이 지난해 처음으로 3조원을 넘어섰습니다. 그룹의 다음 지향점은 무엇인가요.
“수치상으로는 매출 5조원이 목표이지만 시기는 정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사업에서 기술 진보가 너무 빠르게 이뤄져 목표로 하는 시기가 더 짧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커머스 절대 강자인 아마존은 늘 기술적인 진보를 먼저 이뤄 냈고 아마존의 진보에 따라 세상이 바뀌어 왔습니다. 한세그룹 역시 의류와 콘텐츠 사업 전 영역에서 기술적인 로드맵을 짜고 오랜 기간 연구해 오고 있어요. 특히 예스 24는 도서 당일 배송을 한국 최초로 시행했고 물류 자동화는 2014년부터 준비했습니다. 최근 스마트 물류 기업 ‘마이닷’을 설립했는데 자율 주행형 로봇을 상용화한 물류 자동화 기업 중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몇 안 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은 크기가 규격화돼 있어 물류에 다양한 기술을 입히는 데 적합한 사업이거든요.”

-최근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경영자로서의 고민 역시 ‘기술’입니다.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과 그에 따라 바뀌어 나가는 세상에서 기업이 사회 구성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 어
떻게 기여해 나가야 하는지가 가장 큰 고민입니다.”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생성형 AI 기반의 서비스를 준비 중입니다. 이와 관련한 다양한 프로젝트도 고민하고 있어요. 또 한세그룹 계열사와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여러 벤처 후보에 투자나 인수·합병(M&A)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에는 예스24가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리뉴얼하는데 시장에 잘 안착할 수 있게 힘을 모을 계획입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