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인상 지속되면 한은의 금리 스탠스도 복잡해질 것
[경제 돋보기]지난 4일 정부가 관계 부처 합동으로 하반기 경제 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12월 전망치 1.6%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세계 주요 선진국들의 긴축 기조가 지속되고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생각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수출 부진이 완화되지 못했다.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6000억원으로 내려앉으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2.3% 영업이익은 95.7% 감소했다. 영업이익이 2009년 금융 위기 이후 1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여전히 반등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미국은 고용 강세로 소비 회복세는 유지되겠지만 금리 인상 등의 긴축 기조가 지속되고 은행 불안 요인이 상존한다. 유로존도 물가 불안과 통화 긴축으로 인해 경기 회복세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하반기에 좀 더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이 이른 시일 내에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반기 한국 경제는 소비 심리 개선으로 민간 소비가 완만하게 활성화되고 원자재 및 환율 안정으로 수입 물가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인플레이션이 둔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본격적으로 경기가 반등하고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출 상황이 개선돼야 한다.
지난 6월 무역 수지가 마침내 흑자를 기록하면서 작년 3월부터 15개월째 이어지던 무역 적자 흐름을 끊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면 수출이 증가하지 않고 여전히 감소했지만 수입 감소가 더 커 수치상으로 나타난 흑자라는 점에서 수출 경기가 완연히 턴어라운드한 것이라는 판단에 유보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은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높아 석유·석탄·가스 등의 에너지가 수입액의 5분의 1을 차지한다.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이 감소함에 따라 수입 규모가 줄어 나타난 착시적 현상이다.
반도체 시장이 바닥을 지나고 있고 무역 수지가 주요 적자 원인으로 일컬어지는 대중국 적자도 중국 경기 개선이 가시화되는 하반기에 점차 나아질 것으로 예측되지만 구체적 경기 반등의 시기는 불확실해 보인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경고처럼 하반기에 미국의 금리 인상이 계속되면 한국은행의 금리 관련 스탠스도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상태에서 여전히 높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는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기업은 물론 최근 한국은행에서 31조원을 빌린 정부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부동산 대출 규제로 인한 신용 경색이 나타난다면 경기 침체를 악화시킬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본격적인 경제 발전이 시작된 1960년대 초에서 1990년대 이전까지 경제성장률의 평균치가 9%를 넘는 고성장시대였지만 서서히 감소하더니 2010년대 이후 10년 동안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2%대로 저성장 국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4월과 10월에 업데이트하는 국가별 1인당 명목 GDP 순위를 보면 한국은 2020년 25위, 21년 27위, 22년 31위, 23년 현재 33위로, 꾸준하게 하락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저성장 고착화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미뤄져 왔던 근본적인 개혁 노력과 동시에 새로운 성장 동력 확충에 진심으로 매달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