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실력자 프로이센 왕조를 명화로 만나다[서평]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5
명화로 읽는 독일 프로이센 역사
나카노 교코 지음│조사연 역│한경arte│1만6000원


명화를 통해 유럽 왕조의 역사를 소개하는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시리즈’ 다섯째이자 마지막 책, ‘명화로 읽는 독일 프로이센 역사’가 출간됐다. 이 책은 브란덴부르크 선제후국에서 시작해 독일 통일의 주역이 된 프로이센 호엔촐레른 왕가의 역사를 살펴본다.

프로이센의 호엔촐레른 왕가는 현대 유럽 지도의 원형을 만든 주인공이다. 몇 세기나 신성로마제국 아래 있으면서 300개나 되는 중소 주권국가로 분열돼 있었던 독일은 호엔촐레른가 역대 가주들의 분투 덕분에 19세기에 마침내 하나로 통합된다.

더욱이 이때 같은 게르만 민족이었던 합스부르크가를 배제하는 형태로 독립해 세계 최강국의 한 모퉁이를 차지하게 된다. 이후 제1차 세계대전으로 왕조가 와해되기 전까지 프로이센 왕조의 찬란한 역사는 지속된다.

저자 나카노 교코는 이 책에서 프로이센 호엔촐레른 왕가를 대표하는 인물이 그려진 명화를 선정해 소개하고 명화 속 인물에 얽힌 사건과 시대 배경을 알려준다.

13세기 프로이센 지역에 살던 옛 독일인은 고대 토착 프로이센인을 몰아내고 이 지역을 완전히 차지했다. 이유는 종교 문제다. 기독교 신도인 독일인에게 다신교였던 고대 프로이센인은 정벌해야 하는 이교도 종족에 불과했다.

그래서 신성로마제국은 종교기사단을 파견한다. 이때 파견된 기사단이 템플기사단, 성요한기사단과 함께 중세 3대 기사단 중 하나인 독일기사단(튜턴기사단)이다. 독일기사단은 수십 년에 걸친 분쟁을 제압하고 프로이센을 지배하며 영토를 차지했다. 프로이센은 일종의 수도회 국가가 되지만 어디까지나 바티칸과 신성로마제국의 속박 아래 있었고 수장인 총장은 공화정처럼 선거로 선출했다.

이로부터 250년이 더 지난 1510년. 20대 젊은이가 제37대 총장에 선출된다. 바로 알브레히트 호엔촐레른이다. 그리고 그 덕분에 기사단령이었던 프로이센은 호엔촐레른가의 공국으로 거듭난다. 이후 프리드리히 1세 때 에스파냐 계승 전쟁에서 합스부르크가 진영에 가담하기로 약속하면서 중간 규모의 공국에서 작지만 왕국으로 격상하는 데 성공한다. 이에 프리드리히 1세는 프로이센 왕조 초대 왕이 된다. 이후 9명의 왕이 217년 동안 통치하며 부국강병을 이룬다.

프로이센 왕조 역사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프리드리히 대왕이다. 18세기 유럽은 절대 군주가 계몽사상을 몸에 두르고자 했던 시대다. 각 국왕은 중세적인 강권 일변도에서 벗어나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인식에 기초해 국민을 지도함으로써 국가 근대화를 촉진하고자 했다. 이 이상적인 계몽 전제군주상에 꼭 들어맞은 인물이 프리드리히 대왕이었고 이 점이 프로이센의 위상을 더욱 높였다. 철학자 칸트의 말을 빌리자면 “프리드리히 시대”였다. 그 옛날 베르사유에 군림했던 금빛 태양왕 루이 14세 대신 새 시대를 맞이한 지금은 군복 차림의 지식인 대왕이 슈퍼스타로 부상했다.

프로이센은 자그마한 공국에서 시작해 왕국으로 성장한 후 독일 통일을 이룬 뒤 제국으로 발돋움했지만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합스부르크 왕조, 로마노프 왕조들처럼 와해되고 말았다. 하지만 프로이센의 정신이 밑바탕에 있었기에 이후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을 잘 극복하고 지금도 여전히 대국의 자리를 보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의 근검절약, 실용주의 정신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접할 수 없었던 프로이센의 명화와 역사를 명쾌하고 흥미진진하게 풀어 내는 작가의 이야기와 함께 따라가다 보면 프로이센이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선 역사가 아닌 더 알고 싶은 역사로 다가올 것이다.

노민정 한경BP 출판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