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리단길 남산대학
망리단길·송리단길·해리단길·황리단길 등 다양한 ‘○○단길’들이 탄생하기 전에 이태원의 경리단길이 있었다. 힙의 상징이자 밀레니얼 세대들이 즐겨 찾던 곳으로, 주민들과 외국인들이 조화를 이루는 이색적인 동네였다. 길거리에 앉아 커피나 맥주를 즐기는 모습은 이곳의 풍경 중 하나였고 주택가 사이에 자리한 특별한 가게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단길’이 너무 많아진 탓일까. 단길들의 조상 격인 경리단길을 찾는 발걸음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에 공간 브랜드의 대표 주자 ‘글로우서울’이 나섰다. 경리단길에 대학 캠퍼스를 만들어 버렸다는 소식이다.
기상학과 호우주의보 내부. 기둥처럼 자리한 모니터에는 세계 기상 상황이 보인다. Ⓒglowseoul
도시 재생을 위한 공간 브랜딩경리단길의 이름은 ‘육군중앙경리단’의 ‘경리단’에서 따왔다. 경리단 건물 자리에서 하얏트호텔 앞과 그 주변 골목을 의미하며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2016년 이후 다양한 지역에서 경리단길을 따라 20개 이상의 단길이 생겨나면서 경리단길의 영향력이 이전과는 달라졌다. 특히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인해 기존 소상공인들이 쫓겨나면서 거리 곳곳에는 ‘임대’라고 붙은 빈 건물들이 늘어났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어느 한 지역이 번성하면서 임대료가 올라 기존 주민이나 가게들이 이를 감당하지 못해 떠나는 현상을 뜻한다. 이에 글로우서울은 남산대학 프로젝트, 즉 경리단길 살리기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에 옮겼다.
이처럼 글로우서울은 지역에 어울릴 만한 공간 콘텐츠를 발견하고 기획하는 등의 일을 한다. 대표적으로 ‘온천마을 프로젝트’가 있다. 이는 종로 익선동 한옥마을 상권 앞 골목에 자리한 상점들을 하나의 콘셉트로 연결하는 작업이다. 이를 통해 청수당·송암여관·도넛정수 등 가게엔 젊은 층으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골목 상권 활성화는 물론, 익선동 뒷골목을 재발견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후 글로우서울이 눈을 돌린 곳은 경리단길이었다. 왜 하필 경리단길이었을까.
도시 재생을 기반으로 한 공간 솔루션 기업 글로우서울은 최근 경리단길에 대학 캠퍼스를 조성했다. 그 이름은 ‘남산대학’. 영국과 미국 등 대학과 마을의 울타리를 없앤 칼리지 타운에서 영감을 받아 이 콘셉트를 완성했다. 남산대학은 학과별로 건물이 나뉘어 있고 학과는 식물학과·기상학과·정치외교학과·지질학과 등이다.
이처럼 글로우서울은 지역에 어울릴 만한 공간 콘텐츠를 발견하고 기획하는 등의 일을 한다. 대표적으로 ‘온천마을 프로젝트’가 있다. 이는 종로 익선동 한옥마을 상권 앞 골목에 자리한 상점들을 하나의 콘셉트로 연결하는 작업이다. 이를 통해 청수당·송암여관·도넛정수 등 가게엔 젊은 층으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골목 상권 활성화는 물론, 익선동 뒷골목을 재발견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후 글로우서울이 눈을 돌린 곳은 경리단길이었다. 왜 하필 경리단길이었을까.
도시 재생을 기반으로 한 공간 솔루션 기업 글로우서울은 최근 경리단길에 대학 캠퍼스를 조성했다. 그 이름은 ‘남산대학’. 영국과 미국 등 대학과 마을의 울타리를 없앤 칼리지 타운에서 영감을 받아 이 콘셉트를 완성했다. 남산대학은 학과별로 건물이 나뉘어 있고 학과는 식물학과·기상학과·정치외교학과·지질학과 등이다.
오래된 빌라를 개조한 듯한 레이지 파머스의 외관 Ⓒglowseoul
새비지가든에서 만날 수 있는 수조 Ⓒglowseoul
혹시 학번이 어떻게 되나요다음은 해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정치외교학과다. 살라댕 앰버시는 실제 영사관저였던 건물을 리모델링한 곳이다. 태국의 여느 휴양지 리조트에 온 듯한 분위기가 신입생들을 압도한다. 특히 한가운데 놓인 풀과 테라스가 사진 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아마 외국인들이 가득했던 경리단길의 본모습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일지도 모르겠다.
호우주의보의 건물을 따라 20~30분 간격으로 쏟아지는 비는 비치된 우산을 쓰고 직접 맞아볼 수도 있다. 건물 내부에 들어서면 가운데 기둥처럼 자리한 모니터가 있다. 모니터의 가운데는 빗줄기가 쏟아지고 있고 화면에는 전 세계 기상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역시 기상학과답게 전 세계 기후를 연구하고자 하는 학구열이 대단하다.
둘째는 기상학과, 카페 호우주의보다. “비 오는 날 커피가 더 맛있는 이유는 뭘까”라는 궁금증에서 시작한 호우주의보는 365일 비가 쏟아지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웨이팅은 기본이라고 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남산대학은 식물학과·기상학과·지질학과·정치외교학과 등 학과로 구성돼 있다. 첫째로 소개할 학과는 식물학과, 레이지 파머스다. 이곳은 비건 식당으로, 비건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다채롭게 선보인다. 오래된 빌라를 개조한 듯 보이는 건물에는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거대한 창문들이 있고 곳곳에 다양한 화분을 비치했다. 비건 식사를 마쳤다면 비건 카페 새비지가든에 가 보자. 그곳에는 물이 흐르는 작은 수조가 있고 주변에 수생 식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씨앗과 잎사귀를 전시해 놓은 곳은 마치 랩실처럼 보이기도 해 식물에 대한 학구열을 샘솟게 한다.
호우주의보의 건물을 따라 20~30분 간격으로 쏟아지는 비는 비치된 우산을 쓰고 직접 맞아볼 수도 있다. 건물 내부에 들어서면 가운데 기둥처럼 자리한 모니터가 있다. 모니터의 가운데는 빗줄기가 쏟아지고 있고 화면에는 전 세계 기상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역시 기상학과답게 전 세계 기후를 연구하고자 하는 학구열이 대단하다.
둘째는 기상학과, 카페 호우주의보다. “비 오는 날 커피가 더 맛있는 이유는 뭘까”라는 궁금증에서 시작한 호우주의보는 365일 비가 쏟아지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웨이팅은 기본이라고 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남산대학은 식물학과·기상학과·지질학과·정치외교학과 등 학과로 구성돼 있다. 첫째로 소개할 학과는 식물학과, 레이지 파머스다. 이곳은 비건 식당으로, 비건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다채롭게 선보인다. 오래된 빌라를 개조한 듯 보이는 건물에는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거대한 창문들이 있고 곳곳에 다양한 화분을 비치했다. 비건 식사를 마쳤다면 비건 카페 새비지가든에 가 보자. 그곳에는 물이 흐르는 작은 수조가 있고 주변에 수생 식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씨앗과 잎사귀를 전시해 놓은 곳은 마치 랩실처럼 보이기도 해 식물에 대한 학구열을 샘솟게 한다.
지층을 형상화한 지질학과 부처스밸리의 건물 Ⓒglowseoul
다시 찾게 만드는 공간의 힘경리단길은 이제 남산대학이라는 새로운 부제를 얻게 됐다. 한 공간 한 공간이 주는 경험은 지역을 새롭게 조망하고 더 넓게는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과거보다 더 트렌디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해진 경리단길. 역시 단길의 조상님은 죽지 않는다. 다만 더 특별해질 뿐이다.
남산대학이 가장 최근에 공개한 학과는 지질학과 부처스밸리다. 부처스밸리는 퓨전 한식을 기본으로 한 한우 티본스테이크 전문점으로, 지층을 연상케 하는 건물 외관이 행인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곳에 들어서면 마치 땅속에 들어간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아늑한 조명은 물론 창문에도 지층이 표현돼 있어 특유의 무드를 완성한다. 실제로 이곳은 자연 침식되는 앤텔로프 캐니언을 콘셉트로 가져왔다. 드라이 에이징 고기 숙성 방식이 마치 자연적으로 숙성되는 듯한 앤텔로프 캐니언의 의미와 맞아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단순히 ‘트렌디하다’, ‘다시 오고 싶다’는 감탄사에서 끝이 아닌 공간의 스토리와 인사이트가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될 감동을 선물한다.
남산대학이 가장 최근에 공개한 학과는 지질학과 부처스밸리다. 부처스밸리는 퓨전 한식을 기본으로 한 한우 티본스테이크 전문점으로, 지층을 연상케 하는 건물 외관이 행인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곳에 들어서면 마치 땅속에 들어간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아늑한 조명은 물론 창문에도 지층이 표현돼 있어 특유의 무드를 완성한다. 실제로 이곳은 자연 침식되는 앤텔로프 캐니언을 콘셉트로 가져왔다. 드라이 에이징 고기 숙성 방식이 마치 자연적으로 숙성되는 듯한 앤텔로프 캐니언의 의미와 맞아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단순히 ‘트렌디하다’, ‘다시 오고 싶다’는 감탄사에서 끝이 아닌 공간의 스토리와 인사이트가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될 감동을 선물한다.
이민희 기자 min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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