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파크트리플, 지난달 20일 ‘인터파크트리플 비전 선포 미디어데이’서 인바운드 관광객 5천만 목표 내세워
업계 “일본도 못하는데 우리가 가능할지 의문···현실성 떨어져”
지난달 20일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인터파크트리플 비전 선포 미디어데이’에서 이수진 야놀자 대표가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야놀자에서 인수한 인터파크가 ‘인터파크트리플’로 사명을 변경하고, K-트래블을 중심으로 인바운드 5천만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힌 첫 자리였다.
이날 기자간담회의 골자는 글로벌 콘텐츠 허브 ‘인터파크’와 데이터 기반 초개인화 플랫폼 ‘트리플’의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여행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인터파크가 보유한 K-콘텐츠와 상품 기획력에 트리플의 혁신 AI 기술을 더해 국내부터 글로벌 여행까지, 아웃바운드와 인바운드를 모두 아우르는 ‘K-트래블의 중심’이 된다는 계획이다.
이날 이 대표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 대부분이 인천공항을 통해 서울에 머무른다. 한국에 여행을 오면 서울을 벗어나기 힘든 구조”라며 “양양, 청주 등 전국의 국제공항을 활성화시키고, 지역 여행 상품을 개발해 인바운드 관광객 5천만 시대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여행 상품, 지역한계 어떻게 극복할까
이 대표가 언급한 인바운드 관광객 5천만 명은 과연 가능한 숫자일까.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가장 많이 방문했던 2019년(1천7백5십만여명)과 비교해도 3배 가까이 많은 숫자다. 우리보다 관광객 수가 훨씬 많은 일본이 5천만명을 목표로 한 것을 비춰볼 때 어떻게 목표 달성을 한다는 것일까.
업계 관계자는 “민간기업이 공격적인 마케팅과 목표 설정은 할 수 있으나 인프라를 구축해 놓지 않고 목표만 내세우는 건 무리수”라며 “우리보다 외국인 관광객이 훨씬 많은 일본도 못하는데, K팝으로만 어떻게 할지 의문”이라며 잘라 말했다.
이날 이수진 대표를 비롯한 김종윤 야놀자클라우드·최휘영 인터파크트리플 대표는 K-콘텐츠에 열쇠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현장에서 발표한 목소리를 종합해보면 K 콘텐츠에 열광하는 외국인들에게 K팝 공연을 비롯해 K스포츠·전시·여행 등의 상품을 개발해 관광객들의 니즈에 맞는 패키지 상품을 개발한다. 여기에 AI 기반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한국을 잘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간편한 컨시어지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인터파크트리플이 지향하는 목표에는 풀어야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서울에 집중된 관광 포화현상을 지자체로 분산시킨다는 계획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다. K-콘텐츠에 의해서만 인바운드 5천만 관광객 유치가 현실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에 대해 김종윤 대표는 “외국인들이 바라볼 때 한국은 생경한 나라인 반면 K-콘텐츠는 유명하다. K-콘텐츠를 보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 하는데, 이 경험을 할 수 있는 상품이 없다”라며 “외국인 관광객들이 원하는 패키지 상품을 구성해 판매한다면 달성 가능한 숫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역의 관광 인프라 구축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현재 수도권, 특히 서울 중심의 관광 상품이 집중돼 있는 상황에 지자체와 연계해 지역 내 관광 상품 및 숙박시설이 여의치 않은 게 현실이다.
인터파크트리플에서 언급한 K-콘텐츠의 주요 공연은 아이돌 중심의 K-팝이다. K-팝의 주축이 되는 뮤지션들이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지방 공연을 지속하는 것 역시 현실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 대표는 “현재 지역 공항 및 지역 내 인프라를 조성하기 위해 정부기관, 지자체와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명한 K-팝 가수들의 공연으로만 5천만 관광객을 유치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유명하지 않는 아티스트들의 공연도 지방에서 열고, 관광객들이 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최휘영 인터파크트리플 대표는 앞으로 선보일 패키지 상품에 대해 소개했다. 새롭게 선보일 서비스는 A, B, C 패키지 상품 중 관광객이 원하는 여행 상품을 부분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산을 여행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A패키지에 있는 프로야구 관람과 C패키지에 있는 전시회 관람을 원하는 대로 선택 가능하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최 대표는 “패키지 상품을 고르는 것도 쉬워진다. 관광객이 한국을 방문해 하고 싶은 것들만 고를 수 있는 선택 기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AI가 여행지 및 상품을 추천해주고, 관광객이 궁금한 질문을 던지면 24시간 바로 답해주는 컨시어지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대로 된 여행 콘텐츠 개발을 위해서는 수도권 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교통이나 인프라가 갖춰지는 것이 우선”이라며 “지역 특색에 맞게 여행상품을 개발해야 하지만 현재 국내 지자체는 하나가 유행하면 모두 따라가는 형식이라 지역 특색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지방에서 아이돌 등 K-팝 공연이 많지 않은데다 야구, 축구 등 국내 프로리그가 해외에서의 인지도가 적어 현재로선 K-콘텐츠로 외국인 관광객을 유입시키기 어려운 구조”라며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일본이나 중국 등 아시아 지역과 비교해 차별성이 없다고 느껴지면 일회성 관광지로 전락해 누적 관광객 유치는 힘들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대봉 경복대 호텔관광학과 교수는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접근성이 가장 우선순위”라며 “일본의 경우 20여개가 넘는 지방공항에 국제선이 취항하고 있어 소도시 관광이 자연스럽게 활성화가 돼 있다. 지방공항 활성화는 대한민국 관광산업의 발전을 위해 사활을 걸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물론 이러한 큰 숙제를 민간기업 한 곳이 해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지만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민간기업이 협업해 양양, 청주, 진주 등 소도시 공항과 연계할 상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예전에도 비슷한 시도로 한계를 보긴 했으나 최근 빅데이터 분석 및 AI와 IoT 등을 기반으로 이전보다 훨씬 효율적인 접근이 가능해졌다”고 덧붙였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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