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곡동 엑슬루프라임 조감도. 사진=자곡동 엑슬루프라임 홈페이지.
자곡동 엑슬루프라임 조감도. 사진=자곡동 엑슬루프라임 홈페이지.
서울 강남의 마지막 ‘지식산업센터’로 큰 관심을 끌었던 자곡동 ‘엑슬루프라임’이 시행사와 분양자 간 갈등이 불거지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갈등의 핵심에는 지식산업센터 호황기에 시행사가 계약 조건으로 내걸었던 ‘중도금 이자 지원’이 자리 잡고 있다.

지식산업센터는 2~3년 전만 해도 아파트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대체투자처’로 반짝 인기를 끌었으나,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침체, 아파트 규제완화 여파가 겹친 뒤로는 수익성이 급감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시세 차익은 기대하기 어려워졌는데, 이자 부담은 계약 때보다 급증하다 보니 시행사와 분양자들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엑슬루프라임은 이명박 정부가 공급한 보금자리주택 ‘자족 기능 용지’에 지어진 강남에서 단 3개밖에 없는 지식산업센터 중 한 곳이다. 2020년 6월 지하 4층~지상 10층, 연면적 4만3115㎡ 규모로 총 249호실이 공급됐다. 3.3㎡당 분양가는 2000만~2500만원으로 높은 편이었지만, 준공업지역이 없는 강남의 ‘마지막 지식산업센터’로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던 곳이다.

'중도금 이자 지원'두고 갈등 격화

엑슬루프라임은 대명종합건설의 자회사인 엔티산업이 시행을 맡고 있다. 시행사는 분양 당시 7차에 걸친 ‘중도금 이자 지원’을 약속했었다. 지식산업센터가 우후죽순 공급됐던 2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지산 시행사들은 ‘중도금 무이자’를 계약 조건으로 내건 경우가 많았다. 당시 시중은행 대출금리는 2%대였다 분양대행사가 분양자들에게 안내한 설명서에 따르면 ‘계약금 10%만 내면 입주시까지 분양자들이 부담해야 할 돈은 없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원자재 가격이 폭등한데다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이 하락기에 접어들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시행사는 당초 준공 예정일이었던 지난해 12월 “코로나19라는 ‘불가항력적 사유’로 인해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면서 분양자들에게 입점 지연에 따른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합의서를 요구했다.

김정민 엑슬루프라임 분양자 대표는 “분양자들이 합의서를 작성하지 않을 경우 그 동안 약속했던 ‘중도금 이자 지원’을 끊겠다는 것이 시행사의 입장이었다”며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신용불량자가 될 판이니 ‘울며 겨자 먹기’로 서명을 해준 분양자들이 상당수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합의서를 써 준 이후에도 갈등은 계속됐다. 시행사는 6차 중도금 이자 지급일을 앞둔 지난 6월 4일 분양자들에게 ‘4월28일 임시사용승인 이후 발생하는 중도금 이자는 분양자들이 부담한다’고 통보했다. 시행사가 중도금 이자를 대납한 경우 그 기간을 입점 지정 기간 개시일 전까지로 한다는 계약 조항이 그 근거였다.

엑슬루프라임의 입점지정기간(잔금 납부 및 입주 기간)은 구청 임시사용승인이 난 지난 4월28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였다. 하지만 분양자들은 이를 ‘무리한 입주 강요’라고 반발하고 있다. 분양자 A씨는 “소유권보존등기도 되지 않은 지식산업센터에 임시사용승인만 받아 놓고 ‘입점 지정 기간이 개시됐으니 그 이전에 실입주 하지 않으면 중도금 이자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건 분양자들에게 중도금 이자를 떠넘기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소유권보존등기는 건물에는 일종의 ‘출생신고’로, 소유권보존등기가 돼야만 건물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 보존등기 전까지는 건물을 담보로 잔금대출을 받을 수도, 세입자를 구할 수도 없다.

이에 대해 시행사인 엔티산업 측은 “중도금 대출에 따른 이자는 차주인 본인이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나, 입주 개시 전까지만 당사가 예외적으로 이자를 대납해 준 것”이라며 “분양계약 체결 후 금융비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많게는 1회당 5억원이 넘는 중도금 이자를 30회 대납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도금 이자 회피를 위해 입주 일정을 무리하게 앞당겼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코로나19로 인한 인력수급 차질, 화물연대 파업,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따른 원자재값이 폭등하는 등 공사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그럼에도 기존 사무실과의 계약이 만료됐으니 입주시기를 앞당겨달라는 분양자들의 요청이 있어 추가비용을 투입하면서까지 공사기간을 최대한 앞당긴 것이다”고 반박했다.

현재는 시행사가 지난 6월 2일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치면서 현재는 대출 등을 통한 잔금 마련이 아예 불가능한 상태는 아니다. 하지만 ‘중도금 무이자 지원’으로 시작한 갈등이 쉽게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상황이다. 입점지정기간 내 잔금을 납부하지 않은 분양자들은 잔금과 미상환 중도금에 대한 지연 이자를 내야 한다.

특히 분양자들과 시행사의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시행사는 준공과 입주 지연으로 증가한 선수관리비 납부에 동의한 입주자에게만 열쇠를 불출해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분양자들은 "시행사측이 입주를 요구했을 당시는 입주가 불가능한 수준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분양자 제공
분양자들은 "시행사측이 입주를 요구했을 당시는 입주가 불가능한 수준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분양자 제공
분양자들은 공사 지연, 중도금 이자 전가, 부당한 관리규약 강요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임시사용승인 당시는 입주가 불가능한 수준이었다”며 “중도금 이자 기산일을 정식사용승인일로, 입점지정기간을 보존등기 이후인 6월 말로 연장해달라고 요구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행사 측은 “분양자들을 중심으로 임시대표단이 구성된 후 지난 7월 12일 자곡동 강남엑슬루프라임 현장에서 강남구 건축과 주재 하에 임시대표단, 시행사 등이 참여해 회의를 가졌다”며 “향후 대화를 지속하며 갈등을 해결해 나갈 것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