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컴플렉스서울은 ‘인사동에 뜬 붉은 노을’이라고 소개되는 LP 음악 감상&카페다. 빨간 조명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클럽이나 공연장에서 흔히 사용되는 조명색이지만 이곳은 LP를 감상하는 장소다. LP를 감상하는 공간이라면 마니아들을 위한 골방과 같은 아늑한 분위기의 장소나 거대한 부지에 스피커 하나로 겸허하게 음악만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상상하곤 했다.
‘클럽인 줄…’ 알고 보면 LP 도서관
내부 사진을 미리 본다면 라운지클럽처럼 압구정 지하에 있을 법한 인테리어다. 하지만 이곳은 갤러리가 즐비한, 고즈넉한 인사동의 우뚝 선 멀티플렉스 빌딩 안에 있다. 생긴 것과 다른 의외의 공간이지만 가는 길마저도 반전의 연속이다. 안국역 6번 출입구로 나와 5분 정도 걸으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힙 플레이스’의 공식 중 하나는 스러져 가는 건물과 간판 없이 찾아가는 숨은 공간 아니었던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가면 밝은 복도 사이에 강렬한 붉은 조명이 문 밖에서도 환하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LP로 채워진 벽면과 주방, 소파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2인용 소파는 모두 한쪽 방향으로 놓여 있어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각자 음악을 즐긴다. 4인까지 앉을 수 있는 자리도 마련돼 있다. LP판 하나에는 네 개의 스피커 연결 잭이 있어 한 개의 앨범을 최대 4명이 나눠 들을 수 있다.별도의 입장료는 없다. 문을 열고 들어가 적당한 자리를 찾는다. 그다음 테이블 위에 놓인 메뉴판을 훑어 본다. 메뉴는 커피·맥주와 같은 음료부터 애플파이·먹태와 같은 디저트와 안주까지 다양하다. 월간 신보도 있다. 퀸·본조비·신해철 등 대중적인 가수들의 명반 목록이다. 책장에 꽂힌 LP는 아무거나 가져와 들을 수 있지만 신보 목록에 있는 LP는 카운터에서 요청해야 한다. 한 장씩뿐이니 빈손으로 돌아오는 일이 없도록 후보를 3개 정도 골라 카운터로 향한다. 주문은 셀프다.
턴테이블이 익숙하지 않다면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LP를 들을 때는 정숙해야 한다거나 한 번에 한 앨범만 가져와야 한다는 둥의 규칙은 없다. 한쪽 벽에 가득찬, 박스에 들어 있는 LP판 중 아무거나 골라 듣고 다시 꽂아 두면 된다.
바이닐 마니아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갈린다. 한 온라인 레코드 커뮤니티에서는 뮤직컴플렉스서울의 청음에 제한을 두지 않는 자유로운 콘셉트를 그대로 받아들이는가 하면 방치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LP판을 구분하지 않고 보관하고 있어 자칫 정리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특정 앨범을 찾는 데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공간이 주는 자유로움 속에서 누구나 편하게
뮤직컴플렉스서울은 아직까지 비주류 문화인 LP 감상을 대중에게 친근하게 만드는 데 톡톡히 기여하고 있는 듯하다. 턴테이블로 노래를 듣는다고 하면 왠지 남들은 잘 모르는 노래를 알거나 음악에 조예가 깊고 취향이 마니아틱하지 않아도 된다. 이곳에서는 마니아적 요소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1만 개 이상의 LP들이 무작위로 꽂혀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단 하나의 앨범을 찾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한 장, 두 장씩 LP판을 들었다 내려놓았다, 자리로 가지고 왔다가 도로 벽장에 꽂았다를 반복한다. 마치 도서관에서 책을 골라 읽는 듯하다. 훑어보고 만져보고 들어보고…. 그렇게 LP와 친해진다. 앨범 커버가 마음에 들어 가져온 판에서 뜻밖의 인생 곡을 찾기도한다. 지직거리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이용 제한 시간은 3시간이다. 낮 12시부터 밤 12시까지 연중무휴로 운영하기 때문에 시간을 가리지 않고 방문할 수 있다. 다만 헤드셋을 착용해야 하기 때문에 음악을 배경으로 하고 수다를 떠는 것이 어렵다. 대화가 필요한 만난 지 얼마 안 된 연인이나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방문하기보다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오랜 친구와 함께 가는 것을 추천한다. 3명 이상이라면 청음실을 이용하는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프라이빗 청음실은 최대 6인까지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있는 별도의 룸이다. 시간당 공간 대여료가 5만원이다. 메모지와 펜을 준비해 필담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윤제나 기자 ze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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