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제 도입, ‘찬성’ 47.2% vs. ‘반대’ 25.8%
내년도 최저임금 시급이 결정됐다. 올해 9620원보다 2.5%(240원) 인상된 9860원으로 결정됐다.이번 노사 간 협의 주요 쟁점이었던 1만원은 결국 넘지 못했다. 내년도 최저시급 인상을 두고 찬반 여론이 팽배해지는 가운데, 벌써부터 물가상승으로 먹고 사는 문제를 고민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최저임금 인상에 자영업자들은 고용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에서 기본소득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는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2023 기본소득제 및 최저임금제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 10명 중 8명(78.4%)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노동의 대가만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응답할 정도로 노동에 대한 공정한 분배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생각보다 많을 것이라는 응답은 82.1%에 달했다. 특히 근로자들이 생각할 때 우리나라의 법이 노동자들을 보호해 주거나(25.7%, 동의율), 노동자들을 위한 법률체계가 잘 조성되어 있다(22.8%)는 인식은 매우 낮게 평가됐다.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는 ‘최저임금제’에 대해선 해를 거듭할수록 그 취지에 공감하는 태도가 견고하게 나타났다.(90.4%(2014) → 88.1%(2015) → 88.3%(2018) → 82.5%(2023)). 응답자의 상당수는 최저임금제 실행이 아르바이트생의 권리를 지켜줄 수 있고(72.7% 동의율) 빈부 격차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54.5%)고 평가해 최저임금제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 주는 중요한 제도로 인식했다.
이전 조사 대비 최저임금제의 긍정적 효과에 대한 응답은 감소한 반면, 오히려 중소기업과(62.9%(2015) → 69.2%(2018) → 72.0%(2023)) 자영업자(52.0%(2015) → 66.0%(2018) → 62.4%(2023))의 인건비 부담이 높아지고 있었다. 이러한 부담은 한국의 경제 상황 부담과(45.2%(2018) → 52.0%(2023)), 기업활동이 위축될 것(20.8%(2015) → 26.7%(2018) → 32.6%(2023)) 이란 인식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여기에 응답자 50.6%는 하는 일 구분 없이 최저임금 수준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여기고 있어 최저임금제의 공정성에 대한 경계심도 확인됐다. 응답자 2명 중 1명 “기본소득제 도입 필요”
내년도 최저임금 금액을 두고 노사 모두 만족스럽지 않은 반응이다. 근로자인 응답자 대부분이 최저임금 인상을 계기로 급여 수준이 올라갔으면 좋겠다(72.2%, 동의율)는 의견이었으나 47.5%는 최저임금액이 인상되더라도 생활 수준은 나아질 것 같지 않다고 답했다. 특히 이번 최저임금제 인상은 경제 주체인 자영업자(69.9%, 동의율)와 경영계(48.0%)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한편 내수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37.6%)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이에 국가 차원에서 복지 정책을 통해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해 둬야 한다는 인식이 매우 강하게 평가되고 있었다. 전체 응답자 10명 중 8명(79.5%)은 실업, 질병으로 인한 사회적 위험이 있을 때 기본생활을 보장받아야 하며, 때문에 국가는 실직을 하거나 폐업한 사람들이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66.7%, 동의율)는 의견이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국민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제에 대한 관심이 이전보다 높게 나타났다.
기본소득제 도입 필요성이 소폭 증가(46.6%(2020) → 47.4%(2021) → 52.2%(2023))한 것으로, 특히 프리랜서(69.0%), 자영업(60.4%) 등 직업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응답자를 중심으로 도입 필요성을 높게 평가한 특징을 보였다. 응답자의 상당수가 경제적으로 뒤처진다고 생각될 때 불안감을 느낀다(61.2%, 동의율)고 응답한 만큼, 기본소득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대되는 배경에는 경제적 부담감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여졌다.
기본소득제 도입, ‘찬성’ 47.2% vs. ‘반대’ 25.8%
기본소득제 도입에 대해서는 찬반 입장이 뚜렷하게 양분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었다. 단, 이전 조사 대비 반대 의견이 소폭 줄어든(35.6%(2020) → 34.2%(2021) → 25.8%(2023)) 점이 눈에 띄었다. 기본소득제를 찬성하는 이유로는 주로 경제 불평등 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고(43.9%, 중복응답),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없앨 수 있으며(42.2%), 사회적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다(41.3%)는 점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반대 이유는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포퓰리즘 정책 같고(69.8%, 중복응답), 제도 시행에 국가 세금이 너무 많이 들 것 같다(66.7%)는 점을 꼽았다. 또 일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 같고(63.2%), 일하지 않는 사람에게 생활비를 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62.4%)는 점을 반대 이유로 꼽았다.
기본소득제, “세금 폭증, 비근로자 증가에 대한 우려 큰 편”...68.8%, "기본소득제 시행돼도 지금 하는 일 계속할 것”
기본소득제 필요성에는 대부분 공감하는 태도를 보였으나, 이에 따른 부정적 영향력을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했다. 전체 응답자 10명 중 7명(71.6%)은 기본소득제 시행으로 세금이 폭증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는 저연령층일수록 부정적 인식을 나타냈다(20대 76.0%, 30대 75.6%, 40대 70.4%, 50대 64.4%).
기본소득제는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없는 제도(20대 55.6%, 30대 56.8%, 40대 48.0%, 50대 45.6%)라는 시각이 높았다. 이전 조사와 비교해 기본소득제 도입으로 노는 사람과 일하는 사람 간 갈등이 더욱 심해질 수 있고(44.6%(2017) → 52.4%(2019) → 53.6%(2020) → 56.7%(2021) → 59.9%(2023)), 사람들은 게을러질 것(40.5%(2017) → 47.4%(2019) → 48.6%(2020) → 47.6%(2021) → 53.1%(2023))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사람들만 일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일하지 않을 것(40.8%, 동의율) 이란 인식도 적지 않아, 노동 윤리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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