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트릿 브랜드 '키스'와 독점 계약
일본 도쿄 이어 아시아 2호 매장이자 글로벌 기준으로는 네번째
내년 상반기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1호 매장 열어

사진은 파리 키스 매장. (사진=현대백화점)
사진은 파리 키스 매장. (사진=현대백화점)
해외 패션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과거에 비해 소비하는 브랜드도 많아지고 있죠.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처럼 남들이 다 아는 브랜드는 기본이고요. 신생 브랜드지만 유명인이 착용했다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힙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 또 관심을 가집니다. 일부는 '대중적으로 유명하지 않지만, 옷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인기 있는' 브랜드를 유독 선호하기도 합니다.

패션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해외 패션 브랜드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현대백화점의 패션 계열사 한섬이 특히 그렇습니다. 타임, 마인, 시스템, 시스템옴므, SJSJ 등 가격대가 좀 있는 토종 브랜드로 알려진 회사이기도 하죠. 그런데, 지난해부터 전략을 바꿔 해외 패션 포트폴리오를 적극적으로 강화하고 있습니다. 토템, 아워레가시, 가브리엘라 허스트 등과 독점 계약을 체결하면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거든요.

이번에는 해외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편집샵까지 확보했습니다. 바로, '키스(Kith)'입니다. 한섬은 오늘(24일) 미국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이자, 스트리트 컬처 기반 패션 브랜드인 ‘키스(Kith)’와 독점 유통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습니다.

키스는 옷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한 브랜드입니다.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한국에서 만날 수 없었고요. 키스는 1982년생 로니 피그라는 미국의 신발 디자이너가 2011년 설립한 브랜드입니다.

뉴욕 퀸즈에서 태어나고 자란 피그는 12살에 뉴욕 기반의 신발 프랜차이즈 업체 '데이비드 지(David Z)'에서 일하게 됩니다. 데이비드 지는 피그의 삼촌이 운영했거든요. 점원으로 시작했지만 실력을 인정받아 매니저, 헤드 바이어까지 승진했습니다.

자신감이 생긴 피그는 2011년 자신의 브랜드를 설립했는데, 그게 바로 '키스'입니다.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에서 작은 편집매장으로 시작한 키스는 이후 글로벌 브랜드 및 유명 패션 디자이너 등과 협업을 진행하며 인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설립 초기에는 남성복과 스니커즈를 중심으로 판매했지만 매출이 늘자 2015년에는 라인업을 여성복까지 확대했고요. 미국 현지에서 그를 '스트릿 패션의 거물'이라고 표현할 정도입니다.

현재는 자체 브랜드부터 타 브랜드의 의류와 신발, 액세서리 등 모든 제품군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다만, 여전히 키스의 까다로운 기준에서 '엄선된' 브랜드만 매장에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매장은 전 세계에 15개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이 가운데 12개 매장은 미국에 있습니다. 미국을 제외하고는 영국, 프랑스, 일본에 각각 하나씩 있고요. 브랜드의 이미지를 고급화하고, 희소성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겠죠.

여기서 딱 떠오르는 브랜드가 있죠. 비슷한 전략으로 대성공을 거둔 미국의 스트릿 브랜드 '슈프림'입니다. 슈프림은 1994년 뉴욕 맨해튼에서 시작된 브랜드로, 설립한 지 29년이 지났습니다. 그럼에도 스트릿 브랜드 가운데 가장 인기가 많죠. 매장이 있는 국가는 미국·영국·일본·프랑스·이탈리아·독일 등 6곳에 불과합니다. 생산량을 수요보다 한참 적게 잡고, 매장도 쉽게 열지 않는 전략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키스와 비슷한 게 많죠.

이런 키스가 한국에 온다고 합니다. 한섬을 통해서요. 한국 매장은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에 이은 4번째 글로벌 매장이자, 아시아 2호 매장입니다. 한섬은 내년 상반기 중으로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한섬은 키스를 앞세워 틈새시장을 공략할 계획입니다. 최근 패션 시장은 '메가 트렌드(대유행)'가 사라졌거든요. 소비자들, 특히 MZ세대의 취향이 극세분화되며 '니치마켓(틈새시장)'이 주류가 됐습니다. 한섬은 올 하반기까지 해외 패션 브랜드 수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20여 개까지 늘리고 향수 등 잡화 카테고리까지 상품군을 확대한다고 합니다.

한섬 관계자는 "상황과 장소에 따라 여러 자아를 동시에 가지는 '멀티 페르소나(다중 자아)' 현상이 일상에 퍼지고 있다"라며 "요일별, 상황별로 포멀한 정장부터 스트리트 패션, 스포티 패션까지 다양한 스타일링을 추구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토종 브랜드에 이어 해외 패션에서도 경쟁사를 뛰어넘는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지 지켜보면 재밌을 것 같네요.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