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관 수요 급증에 작년 사상 최대 실적 달성
8월 초 유가증권시장 상장…구주 매출 규모가 흥행 변수

홍성만 넥스틸 대표 / 사진=넥스틸
홍성만 넥스틸 대표 / 사진=넥스틸
글로벌 종합 강판 제조 기업인 넥스틸이 다음 달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올해 첫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나서는 기업이다. 공모 주식 절반에 육박하는 구주 매출 규모가 흥행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고품질 파이프로 인지도 확보

1990년 설립된 넥스틸은 강관 제품을 주력 사업으로 하는 철강 제조사다. 원유와 천연가스 등의 굴착에 사용되는 유정용 강관이 핵심 제품이다. 현대제철·세아제강·휴스틸 등과 함께 한국 강관 시장의 선두 업체로 꼽힌다.

이 회사는 셰일 산업용 전기 저항 용접 강관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쌓았다. 한국 강관 업체 중 최초로 미국석유협회인증(API) 기준 강도의 1.3배가 보증되는 전기 저항 용접 강관(ERW)을 주도적으로 포스코와 공동 개발했다. 높은 품질과 가격 경쟁력으로 미국 셰일 산업 강관 시장에서 선도 기업의 입지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셰일 유정은 개발 난도가 높아 유정관의 품질에 따라 유정의 성공 여부와 좌우된다. 회사 관계자는 “유정사들이 넥스틸의 강관에 대한 긍정적 사용 경험이 지속적 재구매로 이어졌고 전기 저항 용접 강관 시장에서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넥스틸은 전기 저항 용접 강관의 개발 단계부터 유정관용 강관 생산에 목적을 두고 체계적으로 공장을 설계하고 시설을 구축했다. 후육관용 한국 최대 용량의 용접기를 보유하고 있고 한국 최대 속도의 조관 라인과 최장 공랭 구간 설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고품질의 후육관을 생산하고 있다. 철저한 품질 검사를 통해 고객 만족도가 높다는 것도 장점이다. 경쟁사와 달리 고객사로부터 문제 제기를 받은 이력이 없다.

넥스틸은 내년 26인치 설비 가동을 시작으로 스파이럴 강관 설비, 롤 벤더 강관 설비 등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계획이다. 넥스틸이 생산을 준비하고 있는 최대 104인치 크기인 스파이럴 강관과 롤 벤더 강관 등은 대형 구조물에 사용되는 대구경 강관이다. 풍력 발전 산업이 발달하면서 하부 구조물을 공급하는 철강 기업의 경쟁도 치열해지는 추세다. 홍성만 넥스틸 대표는 “에너지 프로젝트 입찰 과정에서 모든 사이즈 구경의 제작 여부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며 “기존 설비에 26인치 설비 등 추가 설비가 더해지면 그동안 수주가 어려웠던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게 돼 추가적인 시너지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관 수요 증가로 작년 최대 실적

넥스틸은 대규모 설비를 확충한 덕분에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작년 매출 6684억원, 영업이익 181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33.5%에 달했다. 2020년 이후 지속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 2020년은 코로나19 사태와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간 유가 전쟁의 영향으로 국제 유가가 급락하는 등 대외 여건이 악화하면서 넥스틸도 타격을 입었다. 에너지 유정관 수요 감소로 제품 판매 단가는 하락했고 이에 따른 원가율 증가로 수익성도 악화했다. 이후 백신 공급에 따른 글로벌 경기 회복과 유가 상승에 따른 에너지용 유정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제품 판매 단가가 높아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튀르키예 대지진 여파로 글로벌 철강 기업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강관 공급이 줄었고 도시 복구 과정에서 강관 수요가 대거 늘었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불균형이 일어나면서 유정관 가격이 상승했다. 이에 따라 수익성 지표가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영업이익률은 2020년 0.72%에서 2021년 4.00%, 2022년 27.12%, 2023년 1분기 33.48%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당기 순이익률은 2020년 순손실률을 기록했지만 2022년 21.57%, 2023년 1분기 28.44%로 증가했다.

넥스틸은 한때 미국 반덤핑 관세로 실적 부진에 시달린 적이 있는 만큼 이와 관련된 리스크 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있다. 2014년 이후 미국 정부는 넥스틸을 비롯한 한국이 주요 강관 업체에 반덤핑 관세를 매겼다. 2014년 6300억원에 달했던 넥스틸의 매출은 이듬해 200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영업이익도 500억원대에서 100억원대로 줄었다.

넥스틸은 반덤핑 관세 부과 이후 미국 국제법원(CIT) 등에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현재는 반덤핑 관세와 관련된 리스크는 거의 사라졌다는 게 회사 측의 주장이다. 덤핑 관세 리스크를 원천적으로 회피하기 위해 설립한 미국 휴스턴 법인도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미국 휴스턴 법인은 미국 파트너사 3곳과 조인트 벤처 형식으로 설립됐다. 넥스틸이 지분 50.9%를 보유하고 있다. 넥스틸의 창업자인 박효정 회장이 직접 챙기며 미국은 물론 중남미 시장 진출을 위한 영업 활동을 펼치고 있다.
넥스틸은 8월 2~3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 예측을 진행하고 8월 9~10일 일반 청약을 진행한다. 총공모 주식 수는 700만 주(신주 365만 주, 구주 335만 주)다. 희망 공모가 범위는 1만1500~1만2500원이다. 공모가 기준 공모액은 805억~875억원이다. 예상 시가 총액은 2990억~3250억원이다.
구주매출 흥행 변수 되나
올해 첫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 넥스틸, 시총 3000억원 도전 [전예진의 마켓인사이트]
구주 매출 비율이 47.7%에 달한다는 점은 공모 흥행의 걸림돌로 꼽히고 있다. 공모 자금이 신규 사업에 투자되지 않고 기존 주주의 차익 실현에 사용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구주는 2대 주주(26.18%)인 넥스틸홀딩스가 내놓는다. 공모가 기준 385억~418억원 규모다. 넥스틸홀딩스는 아주IB투자와 원익투자파트너스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이들의 취득 단가는 주당 3125원으로, 희망 공모 가격 범위 내에서 상장한다면 3배 이상의 평가 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구주 매출이 잠재적 매도 물량(오버행) 이슈 등의 악재를 막아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투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하는 재무적 투자자가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보유 지분을 처분한 만큼 상장 후 대규모 물량 출회에 따른 주가 변동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이유에서다. 넥스틸은 구주 매출을 통해 상장 직후 유통할 수 있는 주식 비율을 26.35%로 줄였다.

대표 주간사 회사인 하나증권은 주가수익률(PER) 1.81배를 적용해 넥스틸의 기업 가치를 산정했다. 비교 기업은 강관 사업이 주력 사업이면서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휴스틸과 세아제강 등 두 곳을 선정했다. 이들의 과거 12개월 실적을 고려한 평균 PER은 1.81배를 적용해 넥스틸에의 주당 평가액을 1만3273원으로 도출했다. 여기에 5.83~13.36% 할인해 희망 공모가를 제시했다.

공모로 조달한 자금은 신재생에너지 수요 증가에 대비한 시설 확충에 사용한다. 전 세계적인 탄소 중립 기조로 급증하는 신재생에너지 수요에 맞춰 해상 풍력 등 대형 구조물에 사용되는 대구경 강관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