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 싣고 발사되는 스페이스X 로켓. 사진=연합뉴스
위성 싣고 발사되는 스페이스X 로켓. 사진=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우크라이나군이 장기간 러시아군에 맞서 싸울 수 있었던 데는 ‘숨은 주역’이 있다. 바로 미국 스페이스X가 출시한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2022년 2월부터 3월까지 우크라이나에 스타링크용 안테나 수천 대를 보냈다. 미국 정부 또한 1330개를 추가로 사 우크라이나에 보내기도 했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인해 지상 인터넷 서비스와 휴대전화 통신망이 완전히 파괴된 상태였다.

이처럼 통신망이 불안정해진 상황에서 우주 위성 스페이스X 기반의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는 전쟁을 수행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했다. 러시아군의 전파 방해 속에서도 우크라이나군에 안전한 야전 통신망을 제공함으로써 우크라이나가 실제 전장에서뿐만 아니라 심리전에서도 러시아에 대항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줬다.

우크라이나군이 위성 링크를 통해 서로 통신하는 것뿐만 아니라 목표물을 식별하고 이를 통해 드론으로 폭탄을 투하할 수 있었다. 전쟁의 참상을 전 세계가 볼 수 있도록 동영상을 업로드하는 것 역시 스타링크 덕분에 가능했다.

스타링크를 이용하는 데는 기존 통신 설비가 필요 없기 때문에 검열이나 사이버 공격, 지상 시설 폭격에 내성이 있다. 러시아군의 공격에 의해 ‘물리적’인 차단이 어려운 만큼 우크라이나군에는 든든한 지원군의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었던 셈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맹활약한 스타링크가 미국과 중국 간 ‘하늘 위 패권 전쟁’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저궤도 위성을 중심으로 한 초연결 네트워크의 위력이 확인되면서 향후 우주 산업 진출 등을 위한 경제적인 이유 외에 국가 안보적인 측면에서도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2022년 5월을 기준으로 지구 궤도에서 활동 중인 위성 5465기의 62%(3433기) 정도가 미국 국적의 것으로 나타난다. 이들 중 대부분이 스페이스X가 쏘아 올린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스타링크의 활약을 지켜본 중국의 경계심이 점점 더 커져 가고 있다. 대만이 스타링크에 접속할 수 있게 된다면 대만섬을 본토에 통일시키고자 하는 중국이 어려운 처지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궤도상 위성통신이 갈수록 많아지면서 자리 선점을 위해서라도 빨리 위성을 쏘아 올려야 한다는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중국이 스타링크와 경쟁할 수 있는 위성 기반의 인터넷 네트워크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이 ‘스타링크’를 두려워하는 이유
스타링크는 지구 저궤도에 다수의 위성을 쏘아 올려 인터넷을 제공하는 위성 인터넷 서비스다. 저궤도 위성은 약 550km 상공을 군집 비행하며 기지국과 사용자를 중계한다. 기존 정지 위성과 비교해 지연 시간이 적어 빠른 인터넷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수신기만 있으면 대양을 횡단하는 선박이나 비행기 등 전 세계 어디서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전쟁 지역 혹은 사막 지역처럼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한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특히 유리하다. 스페이스X는 2020년부터 스타링크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총 1만2000여 개의 위성을 쏘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까지 발사된 저궤도 위성은 약 3600개 정도다.

중국이 미국의 스타링크를 경계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대만을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이 그 핵심이다. 중국은 현재 대만을 중국에서 이탈한 자국 영토, 즉 자국의 일부로 보고 있다. 하지만 대만인들의 대부분은 이와 전혀 다른 인식을 갖고 있다. 공식적인 독립 선언 여부와 관계없이 대만을 하나의 독립된 국가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대만을 전 세계와 연결해 주는 14개의 해저 인터넷 케이블을 끊는 것부터 시작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 교류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지난 4월 미국 의회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를 대만에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의 침략에 스타링크를 통해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대만의 중국 억지력을 돕기 위한 미국의 강력한 지원책이다. 대만의 스타링크 도입은 중국에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국이 스타링크를 경계하는 이유가 이것만은 아니다. 미국이 스타링크를 통해 지구 저궤도의 영토를 잠식하는 데 대한 우려가 상당히 크다. 최근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뿐만 아니라 미국의 또 다른 빅테크 기업인 아마존 또한 지구 저궤도에 인공위성을 띄워 전 세계에 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주 인터넷 사업을 추진 중이기도 하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의장이 추진 중인 ‘카이퍼’는 올해 4분기 첫 시험 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다. 이미 지구 저궤도 위성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국적 위성의 점유율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제2의 스타링크’ 개발 나선 중국
스타링크와 같은 저궤도 위성에 대한 중국의 야망은 훨씬 크다. 중국은 2045년까지 우주 최강국이 되겠다는 ‘우주 굴기’를 앞세우며 우주 산업에 매우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 가고 있다. 10년 내 고궤도뿐만 아니라 저궤도 위성 부문에서도 미국을 위협할 만큼의 기술 발전을 이뤄 내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우주 패권’ 경쟁에 대한 열망이 크다. 저궤도 인공 위성을 통해 고도로 ‘정보화된’ 군대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중국은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1만2000개 목표)보다 많은 1만3000개의 위성을 쏘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2020년 이미 유엔 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에 1만2992개의 위성 배열을 위한 서류를 제출해 놓은 상태다. 이후 2021년 중국 정부는 중국위성네트워크그룹유한공사를 설립하고 자체적인 저궤도 위성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최소 7개의 국영·민간 기업이 위성 공장을 건설하는 등 이 분야에 진출했고 이 밖에 다양한 민간 기업들의 참여도 늘고 있다. 위성을 보내기 위한 새로운 로켓 발사장도 건설중이다.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패권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저궤도 인공위성’은 이미 전 세계 각국이 참전하며 뜨겁게 불붙고 있다. 전 세계를 연결하는 위성 인터넷 서비스의 향후 경제적인 가치가 높게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 인구의 40%가 인터넷 접속이 어렵다. 이 같은 사실을 감안한다면 지상망 기반의 이동통신을 보완하는 역할로 위성망의 중요도가 앞으로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차세대 이동통신인 6G와 결합하면 자율주행차·도심항공교통(UAM) 등 차세대 기술과 융합한다면 수익이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투자은행 모간스탠리는 위성통신 서비스 시장 규모가 2020년에서 2040년 사이에 13배 성장해 950억 달러(약 120조2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주 산업 컨설팅 회사인 유로컨설트는 위성통신 사용자 수는 2022년 7100만 명에서 2031년 1억5300만 명으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러시아 또한 자체적인 저궤도 위성 개발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고 미국의 스타링크 도입을 논의하고 있는 대만은 미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자체적인 저궤도 위성 개발에 나서고 있다. 대만은 2025년 첫 위성을 발사한다는 목표다. 또 다른 저궤도 위성통신 업체인 영국 원웹은 618기의 위성을 올려 보낸 바 있는데 2020년 원웹이 파산 위기에 처하자 영국 정부가 직접 나서 5억 달러(약 7000억원)를 투자해 지분 45%를 인수하기도 했다. 캐나다 정부도 2020년 캐나다의 위성통신 업체 텔레셋에 17억5000만 캐나다 달러(약 1조7000억원)를 투자해 298기의 위성 개발을 지원했다. 유럽 의회는 현재 자체 저궤도 위성통신망 구축 프로젝트인 IRIS2를 최종 승인해 2027년까지 24억 유로(약 3조4000억원)를 투입할 예정이다.

한국도 저궤도 위성 시장을 선점하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한화시스템이 2021년 영국 원웹에 3억 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기간 통신 사업자 등록을 마치는 등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사업을 준비 중이다. 스페이스X도 최근 한국에서 기간 통신 사업자로 등록하며 한국 시장에서 저궤도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 서비스 론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