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홀딩스·포스코퓨처엠, 성장 엔진 장착
핵심 원료부터 소재까지 풀 밸류체인 강점
50년 철강 맏형 포스코, 굴뚝주→2차전지 대장주로
5년간 기업가치 35조→119조…현대차 제치고 시총 4위

[비즈니스 포커스]
포스코퓨처엠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에서 제조 설비를 가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포스코퓨처엠 제공
포스코퓨처엠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에서 제조 설비를 가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포스코퓨처엠 제공
한국 증시에서 만년 저평가 기업의 꼬리표를 달고 있던 포스코가 철강에서 2차전지를 비롯한 미래 소재 기업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면서 명실상부한 2차전지 소재 핵심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주가가 연일 고공 행진하면서 시가 총액 100조원을 돌파했다.

포스코그룹 상장사 6곳(포스코홀딩스·포스코퓨처엠·포스코인터내셔널·포스코DX·포스코엠텍·포스코스틸리온)의 합산 시가 총액은 7월 26일 기준 119조1204억원을 기록했다. 포스코그룹주의 주가를 밀어 올리는 것은 2차전지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이다.

2차전지 열풍으로 주목받으면서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와 2차전지 소재 계열사 포스코퓨처엠의 시가 총액이 각각 53조원, 43조원을 넘으면서 현대차(42조원)를 제쳤다.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2분기 매출 20조1210억원, 영업이익 1조3260억원을 기록했다고 7월 24일 밝혔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액은 3.8%, 영업이익은 88.2% 증가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이날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장중 65만원을 돌파하며 시가 총액 순위가 12위에서 단숨에 4위까지 올랐다. 포스코퓨처엠은 18위에서 9위로 연초 대비 껑충 뛰어올랐다.
그래픽=송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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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뚝심 투자 빛본다…이유 있는 질주

포스코그룹이 증시에서 질주하는 이유는 뭘까. 2차전지를 중심으로 한 성공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이 꼽힌다.

2022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기존 철강 중심 이미지에서 탈피해 2차전지 소재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 미래 소재 그룹으로 도약하고 있다. 최정우 회장이 취임 이후 직접 챙긴 2차전지 소재 사업이 성장 궤도에 오르면서 최 회장의 선구안과 뚝심 투자가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차전지 소재 사업의 핵심인 포스코퓨처엠은 포스코그룹의 10년 투자의 결실과 다름없다. 포스코는 정준양 7대 회장 때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2010년 LS엠트론의 음극재 사업부(카보닉스)를 65억원에 인수하면서 처음 음극재 사업에 진출했다.

2019년 3월 포스코켐텍과 포스코ESM을 통합하면서 한국에서 유일하게 리튬·니켈·흑연 등 원료부터 양극재·음극재까지 2차전지 소재 일괄 공급 체제를 갖춘 포스코퓨처엠을 출범시켰다.

최 회장은 취임 이후 2차전지 소재 분야를 철강의 뒤를 잇는 성장 엔진으로 낙점하고 2차전지 원료부터 소재까지 공급망 밸류 체인 내재화에 주력했다.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을 중심으로 리튬·니켈·흑연 등 2차전지 소재 원료부터 전구체·양극재·음극재·차세대 배터리 소재까지 생산, 공급하는 밸류 체인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2022년 3월 2일 열린 포스코홀딩스 출범식에서 사기(社旗)를 흔들고 있다.  사진=포스코홀딩스 제공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2022년 3월 2일 열린 포스코홀딩스 출범식에서 사기(社旗)를 흔들고 있다. 사진=포스코홀딩스 제공
포스코그룹은 향후 전 세계적으로 리튬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양극재 핵심 소재인 리튬을 확보하기 위해 2018년 선제적으로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를 2억8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호주 리튬 광산 업체 필바라 미네랄스의 광석 리튬 광산 지분도 사들였다.

포스코그룹은 7월 11일 ‘2차전지 소재 사업 밸류데이’에서 2차전지 핵심 원료부터 소재까지 생산하는 밸류 체인을 구축하고 2030년까지 2차전지 소재 분야에서 매출 62조원을 달성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2022년 대비 51% 상향된 수치다.

원료별로 보면 △리튬 생산 능력 총 42만3000톤, 매출 13조6000억원 △고순도 니켈 24만 톤 확보, 매출 3조8000억원 △리사이클 사업을 통한 리튬·니켈·코발트 등 7만 톤 생산 능력 확보, 매출 2조2200억원 △양극재 100만 톤 체제 구축, 매출 36조2000억원 △음극재 37만 톤 체제, 매출 5조2000억원 △차세대 소재 9400톤 등이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그룹 전체 투자 예정액(121조원)의 절반가량을 2차전지 소재 사업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리튬 사업은 염호와 광산을 기반으로 점토 리튬 등 비(非)전통 리튬 자원 등 사업 영역을 확대해 글로벌 톱3 리튬 기업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아르헨티나 염호 3·4단계를 동시에 개발해 2027년까지 염호 리튬 10만 톤 생산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그동안 지속 투자에 따른 리튬 상업화도 임박했다. 포스코그룹은 올해를 리튬 상업 생산 원년으로 삼을 계획이다. 광양 율촌산업단지의 포스코HY클린메탈 리사이클링 공장 완공에 이어 10월 율촌산업단지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 수산화리튬 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다.

최 회장은 “포스코의 지난 50년이 철강 사업을 통해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을 이끈 위대한 도전이었듯이 앞으로는 철강과 2차전지 소재, 수소 등 핵심 사업 중심의 성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선도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픽=송영 기자
그래픽=송영 기자
2차전지 후광에 국민주 귀환…목표 주가 줄상향

포스코그룹은 지난 10년간 경기 변동에 의존할 수밖에 없던 철강 회사였지만 2차전지 소재 사업을 본격 성장 궤도에 올리면서 미래 성장성을 확보한 2차전지 소재 산업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맥쿼리증권은 “포스코홀딩스는 철강 제조사에서 친환경 미래 소재 공급자로 성공적인 변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증권가에선 포스코그룹의 리튬 사업 가치를 반영해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에 대해 목표 주가를 일제히 올려잡았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포스코홀딩스의 목표 주가를 기존 50만원에서 90만원으로 2배가까이 상향 조정했다.

그는 “포스코홀딩스가 2차전지 소재 시장을 지배적으로 과점하는 사업자가 될 것”이라며 “1988년 대한민국 최초의 국민주였던 포항제철이 35년 만에 최고의 국민주 포스코홀딩스로 진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2차전지의 완성품과 부품을 만드는 회사는 많지만 소재는 대부분 포스코홀딩스를 통해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2030년까지 장기 성장이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포스코홀딩스가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에서 탐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포스코홀딩스 제공
포스코홀딩스가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에서 탐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포스코홀딩스 제공
장재혁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도 포스코홀딩스의 목표 주가를 기존 48만원에서 75만원으로 높이며 “향후 10년간의 성장성이 담보된 2차전지 소재 산업의 주요 소재 공급을 과점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특히 구조적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리튬의 가격 상승으로 포스코아르헨티나가 지분을 100% 소유한 염수 리튬 사업이나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의 지분율이 82%인 광석 리튬 사업의 가치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BNK투자증권(45만원→85만원), 하나증권(52만원→74만원), 키움증권(63만원→73만원), 삼성증권(47만원→80만원), 현대차증권(47만원→74만5000원), NH투자증권(48만원→75만원), 유진투자증권(50만원→74만원) 등 다른 증권사들도 포스코홀딩스의 2차전지 관련 사업 가치 등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포스코퓨처엠에 대해서도 SK증권(41만원→67만원), 현대차증권(48만원→67만원), 삼성증권(38만원→60만원) 등 줄줄이 목표가를 올렸다.
그래픽=송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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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없어 2차전지’…과열 우려도

다만 최근 포스코그룹 등 2차전지 주가 급등에 대해서는 과열에 대한 경고도 나온다. 이종형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2주 만에 주가가 60% 넘게 급등해 밸류에이션 매력이 낮아진 점을 고려했다”며 투자 의견을 ‘매수(20% 이상 주가 상승 예상)’보다 한 단계 낮은 ‘아웃퍼폼(10∼20% 주가 상승 예상)’으로 제시했다. 최근 한국 증시에선 2차전지라는 단어가 스치기만 해도 주가가 급등하자 투자 과열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 주식 커뮤니티에는 “2차전지 주식을 사지 않아 벼락거지가 됐다”는 자조가 터져나오고 있다. 벼락거지는 자신의 소득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음에도 부동산과 주식 등의 자산 가격이 급격히 올라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월급만 모으고 재테크를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거지로 전락하고 자기만 뒤처진 것 같다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최근엔 자고 일어나면 급등하는 2차전지 주식을 사지 않은 사람들이 ‘포모(FOMO) 증후군(뒤처짐에 대한 불안과 박탈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포스코홀딩스의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 시범 공장. 사진=포스코홀딩스 제공
포스코홀딩스의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 시범 공장. 사진=포스코홀딩스 제공
2차전지 업종에 대한 포모 현상이 나타나면서 증권사에 빚을 내 투자하는 ‘빚투’도 증가세다. 지난 4월 소시에떼제네랄(SG) 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이후 감소세를 보였던 신용 거래 융자 잔액은 20조원을 돌파했다.

빚투 자금의 대부분은 2차전지 관련주에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이 올해 1월 2일부터 7월 26일까지 가장 많이 산 종목은 포스코홀딩스로 8조6683억원어치에 달했다. 같은 기간 포스코퓨처엠 4450억원, 포스코인터내셔널 3624억원어치를 사들여 개인 투자자들이 올해 포스코그룹 3사에 투자한 금액만 9조4757억원에 달한다. 신용 거래 융자 잔액이 증가하며 주가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차전지 관련 사업의 성장성이 부각되면서 제2 에코프로·포스코홀딩스로 주목받은 LS, LS일렉트릭도 주가가 최근 급등했다. LS일렉트릭은 아직 관련 매출이 없는 데도 주가가 7월에만 45.65% 올랐다. 김지산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LS일렉트릭의 목표 주가를 기존 11만원에서 13만5000원으로 올렸지만 투자 의견은 기존 ‘매수’에서 ‘아웃퍼폼’으로 한 단계 내렸다.

그는 “전력 인프라 주도의 높은 이익 성장률과 전기차 관련 사업의 잠재 성장성 등이 반영돼 기업 가치 재평가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주가가 단기 급등한 점을 고려해 투자 의견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