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폭염'때문에 늘어나는 파업·사직... "2050년까지 연간 5000억달러 손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7월 31일 최근 미국이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해 막대한 규모의 생산성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폭염으로 인한 생산성 손실은 기후 변화와 관련한 여러 경제적인 비용 가운데서도 가장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유통업체 아마존의 기사들과 창고 근무 노동자들은 최근 폭염 관련 근무 조건을 개선해달라며 파업에 돌입했다. 캔자스주의 한 소고기 관련 공장에서는 지난 5월 이후 직원 2500명 가운데 거의 200명이 사직했다. 이는 평소보다 약 10% 많은 수준으로, 실제 최근 폭염으로 인한 사직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한 달 이상 불볕 더위 지속에도 노동자 보호 규정 미비

현재 미국에서는 한 달 이상 불볕더위가 계속되면서 미국 인구의 절반이 넘는 1억7000만 명이 '열 주의보' 또는 '폭염 경보' 영향권에 들어간 상태다.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지만 노동자를 폭염으로부터 보호하는 미국 정부의 규정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2021년 노동부 산하 직업안전보건청(OSHA)이 관련 규정을 내놓을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초안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7개 주 등에는 더위와 관련한 노동자 보호 제도가 마련돼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에 제동을 거는 분위기도 존재한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주지사는 지난 6월 건설 노동자에게 물 마시는 휴식 시간을 의무화하는 규정을 삭제하기도 했다. 기업들의 압박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은 휴식, 물, 그늘, 에어컨 설치 등에 비용이 많이 든다며 국가가 관련 기준을 도입하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동전문가들은 고용주들이 기후 변화라는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지 않으면 기업 경영에도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OSHA에서 노동 차관보를 지낸 데이비드 마이클 교수는 "필요한 변화에는 비용이 많이 들고 고용주와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하지만 노동자가 죽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비용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학술지 란셋의 통계에 따르면 2021년의 경우 더위 노출로 인해 미국 농업, 건설, 제조업, 서비스업 부문에서 25억시간 이상의 노동력이 손실된 것으로 나타난다. 또다른 보고서는 2020년 기준 폭염으로 인한 노동력 손실이 1000억달러(약 128조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 손실 비용은 2050년까지 연간 5000억달러(약 639조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 발표된 다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온이 섭씨 32도에 도달하면 생산성이 25% 떨어지고 38도를 넘으면 70%의 생산성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1주일에 섭씨 32도가 넘는 날이 6일 이상이면 미국 자동차 공장의 생산성이 8% 줄어든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달 폭염으로 인한 만성적 신체 위험이 세계적으로 GDP(국내총생산)를 2100년까지 최대 17.6% 위축시킬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