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커뮤니티, 기업 간 비즈니스·규제개선 등 협업 통해 실질적 성과 창출
정보 공유나 친목 도모를 위한 활동으로 여겨졌던 커뮤니티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충성 이용자를 다수 확보해 이를 기반으로 광고수익, 데이터 활용 등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는 스타트업이 생겨나면서 기업규모나 산업군을 막론하고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디지털 경제 시대의 핵심 성장 전략으로 각광받는 추세다. 최근 스타트업에서는 각 기업이 커뮤니티를 사업모델로 개발하는 것을 넘어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기업 간 업무 협업이나 규제개선을 위한 연대, 투자 및 육성 지원 등 실질적 성과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러한 스타트업 커뮤니티의 중심에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이 있다. 2016년 창업가 커뮤니티를 표방하며 출범한 코스포는 연간 워크숍, 산업·지역협의회, 창업가클럽 등 다양한 형태의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특히 투자 위축 시기 스타트업 생존을 위한 연대와 교류, 교육 기회를 제공하며 생태계 내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기업 간 콜라보는 선택 아닌 필수, ‘뭉쳐야 산다’
화훼 종합 플랫폼 기업 플라시스템과 모바일 부고서비스 ‘추모’를 운영하는 비아이컴퍼니는 협업을 통해 매출 증대 성과를 거두고 있다. 김태진 플라시스템 대표와 김영빈 비아이컴퍼니 대표는 2019년 코스포 제주 워크숍에서 만났다. 당시 모바일 부고장은 화환 주문 서비스가 접목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두 대표는 ‘부고장’과 ‘화환’을 연결시켜 추모 모바일 부고장에서 화환을 주문하면 간편하게 근조화환을 받아볼 수 있도록 서비스와 시스템을 결합했다. 플라시스템은 2020년 비아이컴퍼니와 협업 후 전년대비 매출이 약 20% 가량 상승했고 현재까지도 지속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비아이컴퍼니 역시 2020년 서비스 론칭 직후 손익분기점을 넘겼고, 2021년 매출은 약 10배, 2022년은 2배 이상 매출 성과를 이루며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빈집 재생 스타트업 다자요와 제주여행 슈퍼앱 ‘제주패스’를 운영하는 캐플릭스는 제주를 기반으로 활약하고 있다. 코스포 출범 초기부터 연을 맺어 온 양사는 2021년부터 제주의 빈집을 리모델링해 여행자에게 제공하는 ‘빈집 재생 스테이’를 추진 중이다. 제주패스는 지역의 빈집을 활용해 이용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함으로써 렌터카 가격비교 서비스에서 여행 콘텐츠와 숙박까지 제공하는 통합 여행 플랫폼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다자요도 제주패스 앱 사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 노출 및 홍보 기회를 증대하는 등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 현재까지 ‘하천바람집’과 ‘월령바당집’, ‘두모옴팡집’ 등 네 채를 오픈했고, 향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협업을 넘어 M&A도 발생하고 있다. 종합 이벤트 비즈니스 플랫폼 온오프믹스는 지난 3월 넥스트스토리 레저사업부 자산과 구성원 전부를 인수했다. 온오프믹스는 145만 회원과 28만여개의 이벤트에서 발생한 390만개 이벤트 참석DB를, 넥스트스토리 레저사업부는 전국 150여개 레저시설과 박물관, 키즈카페 등 온라인 판매대행과 현장 운영을 맡고 있어 양사의 결합은 업계의 이목을 모았다. 온오프믹스는 넥스트스토리 레저사업부 인프라를 활용해 정부나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대규모 컨벤션, 축제, 국제행사 등에 필요한 솔루션을 공급하고 마이스 및 레저 산업의 디지털 대전환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규제, 직역갈등, 로컬 인프라 부족.. 연대의 힘으로 위기 타파
규제나 직역갈등, 지역 인프라 부족으로 인한 문제는 개별 스타트업이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서로 연대하며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고 있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비대면 진료 관련 활동이 대표적이다. 지난 4월, 6월 예고된 팬데믹 종료를 앞두고 비대면 진료 스타트업의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자 코스포 내 선후배 창업가들이 발벗고 나서 화제를 모았다.
코스포 의장인 박재욱 쏘카 대표를 필두로 김봉진 전 우아한형제들 의장,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최혁재 스푼라디오 대표 등이 ‘지켜줘챌린지’에 대거 참여하며 비대면 진료 수호를 외쳤다. 그 결과 챌린지와 함께 진행된 대국민 서명운동은 열흘 만에 11만 명 이상의 국민들의 지지를 얻었고, 대통령실에 결과가 전달되기도 했다.
코스포 산하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을 맡고 있는 장지호 닥터나우 이사는 “많은 창업가와 스타트업 관계자 분들의 응원 덕에 가능했던 일로 코스포 커뮤니티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창업 생태계의 지역 불균형도 자발적으로 형성된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해결하고 있다. 코스포 동남권협의회는 커피밋업과 런치모임 등 선배 창업가가 후배 창업가에게 전문 지식을 나누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전개하고 있다. 지역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투자 유치 노하우나 지역 인프라 활용 방법 등을 공유하고 협력 기회도 도모한다. 최근에는 동남권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김민지 브이드림 대표가 지역 창업가를 위한 HR 노하우를 공유해 회원사의 호평을 얻기도 했다.
이를 통해 스타트업과 특별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대기업간 유의미한 협업도 나타나고 있다. 동남권협의회 회원이자 경남 커뮤니티 리더인 공태영 기술자숲 대표는 올해 초 동남권협의회 모임에서 만난 BNK경남은행 디지털전략부와 손잡고 은행 모바일 앱과 연계한 퇴직·은퇴 익명커뮤니티 서비스 ‘웨이어스’를 구축했다. 퇴직 전후 세대를 대상으로 커뮤니티와 재교육 등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자숲의 신규 사업모델이 경남은행의 지역 스타트업 지원 활동과 맞아 떨어졌다. 최근 기술자숲은 경남은행 은퇴금융팀과 협업해 웨이어스에서 은퇴·퇴직자를 위한 실질적인 1:1 금융·재무 상담을 무료로 제공하며 5060세대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될성부른 스타트업, 스타트업이 투자하고 키운다 생태계 선순환 구조 정착
성장한 선배 스타트업이 잠재력 있는 후배 스타트업을 이끌고 대가 없이 경험과 노하우를 전하는 ‘페이 잇 포워드(Pay-it-Forward)’ 문화도 다양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통해 실현되고 있다. 코스포는 창업가 커뮤니티 프로그램 ‘창업가클럽’을 통해 오피스아워, IR토크룸, 창업가토크룸 등을 진행 중이다. 오피스아워는 유니콘 혹은 시리즈별로 직전 단계를 갓 지난 창업가가 직접 멘토로 나서 후배 창업가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경영전략을 제공하고 경험 기반의 노하우를 전하는 것이 특징이다. 박재욱 코스포 의장을 비롯해 박기웅 산타 대표, 박현호 크몽 대표, 조성우 의식주컴퍼니 대표 등 내로라하는 스타트업 대표들이 참여하며 후배 창업가의 성장을 돕고 있다.
IR토크룸은 최근 투자 혹한기가 길어지는 가운데 투자자와 만남이 어려운 초기 스타트업을 위해 제공하는 IR 피칭 프로그램이다. 6월 론칭 후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DHP), 매쉬업엔젤스, 씨엔티테크 등 투자사와 함께 총 6회를 진행했다. 7월 참여사인 황세호 삼화이노랩 COO(최고운영책임자)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투자사의 성과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듣고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며 “기업 입장에서 향후 사업 방향을 고민하고 투자업계 동향에 대해서도 폭넓게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자체 프로그램 뿐 아니라 협업 프로젝트도 운영하며 커뮤니티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코스포는 2020년부터 매년 엘리베이터TV 기업 포커스미디어코리아와 함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아윌비빽’을 운영 중이다. 초기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피칭데이를 개최하고, 선정 기업에게 엘리베이터TV 광고와 PR·마케팅·재무회계·기업문화 등 경영에 필요한 컨설팅을 지원한다. 현재까지 수산물 플랫폼 인어교주해적단, 방문 트레이닝 홈핏 등 총 8개 스타트업이 선정돼 마케팅 지원 혜택을 받았다. 특히 작년 선정 기업 중 하나인 헌옷 수거 서비스 리클은 올해 상반기 엘리베이터TV 광고 송출 한 달만에 전월 대비 수거량과 회원 수가 각각 3배, 4.1배 증가하는 높은 성과를 냈으며, 코스포 회원사로 가입해 규제와 PR 등 영역에서도 혜택을 누리고 있다.
박재욱 코스포 의장은 “스타트업은 사람과 자본, 시장, 기술 등이 핵심 성장 요소인데 최근에는 상호 네트워크를 통해 성장하고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하는 커뮤니티도 점점 중요시 되고 있다”며 “자발성에 기초한 커뮤니티 활동은 비즈니스와 인적자본을 확장하고 교류할 수 있는 기회로, 창업가와 생태계 플레이어가 성장 노하우와 경험을 나누고 연대의식을 쌓아가며 대한민국의 창업 생태계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