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기기의 함정[김홍유의 산업의 窓]
현재 우리의 삶은 과거 역사에서 보듯이 늘 변화와 혁신을 바탕으로 진화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시도했다. 3000년의 농경 생활에서 산업혁명에 따른 산업화 시대의 300년, 컴퓨터의 등장을 통한 정보화 시대 30년을 거쳐 21세기 지식 창조적인 사회에 진입해 있다.

수많은 민족과 국가 중에서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는 국가와 민족들은 새로운 세계에서 생명력을 인정받았고 그렇지 못한 국가와 민족들은 역사에서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것으로 마감했다. 지금 우리 사회도 커다란 변화와 혁신의 매우 중요한 시기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 삶의 커다란 변화를 가져 온 문명 중 하나는 바로 스마트 기기의 등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 덕에 현재까지 짧은 시간 내에 보급과 등장이 하루가 다르게 상승하고 있고 우리 삶의 일부가 돼 가고 있다.

이러한 스마트 기기의 영향으로 우리의 삶은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정보 검색이 가능해지고 있고 정보에 대한 저장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면 사용자가 요구하는 편리한 정보와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정보 관리 프로그램에서부터 교육·정보·생활·문화·레저·게임 산업 등 수많은 정보들이 스마트 기기에 다 포함돼 있다. 아마도 현재 삶의 대부분이 스마트 기기에 의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은 곧 인간이 지닌 여러 가지 능력을 오히려 진화보다 퇴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 인류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만물의 영장으로서 정보 분석과 저장 그리고 이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결정을 스스로 해 왔다. 그리고 뇌의 구조도 이러한 환경에 맞게 진화시켜 왔다.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편리함이 오히려 퇴보하는 결과를 가져 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아마도 오늘 만난 사람의 전화번호를 외울 필요가 없어지고 새로운 길에 적응하려고 하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길 안내 프로그램을 통해 목적하는 바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커뮤니케이션은 정(情)적인 내용에 바탕을 두고 인간의 관계 네트워크가 형성됐다. 하지만 요즘은 가상 공간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로 형성되는 느낌을 받고 있다. 지하철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너 나 할 것 없이 스마트 기기에 시선을 고정하는 현상을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다. 우리 시대의 암울한 단면을 보여 주는 것 같아 너무나 안타까운 현상이 아닌가 생각한다. 더더욱 심각한 것은 스마트 기기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어린이들을 비롯한 청소년들에 대한 안전장치와 올바른 이용과 관련한 교육 등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과학 기술의 발전은 인류를 편안함으로 이끌고 살기 좋은 환경을 구축하는 데 필요하고 좋은 점도 많이 있다. 다만 우리 사회가 문명의 발전을 통해 잃는 것보다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아야 한다.

최근 발생한 서초구 초등교사 사건 등과 같이 비공식적인 사회적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면서 검증되지 못한 왜곡된 정보로 인해 2차, 3차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이 사례에서 보듯이 더 이상 스마트 기기가 인류를 지배(?)하는 안타까운 일이 없었으면 한다. 따라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인간성 회복에 필요한 능력을 키워야 한다. 스마트 기기의 편리함을 이용하기 전에 이를 스스로 통제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고 잘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먼저 해야 할 일이다. 변화와 진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아노미(anomie) 현상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물질 문명의 발전 속도에 정신 문명의 향상도 같이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질을 다스릴 수 없는 자는 과감히 물질에 대한 편리성을 포기시켜야 한다. 우리 사회는 더불어 사는 사회다. 더불어 살기 위해 최소한의 역할과 책임을 지켜야 한다.

김홍유 경희대 교수, 전 한국취업진로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