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 장선익 동국제강 전무,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사장,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투자팀장, 최민정 SK하이닉스 M&A 프로젝트 리더, 최인근 패스키 매니저. 사진=각사 제공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 장선익 동국제강 전무,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사장,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투자팀장, 최민정 SK하이닉스 M&A 프로젝트 리더, 최인근 패스키 매니저. 사진=각사 제공
주요 그룹의 3~4세대 경영인들에 대한 경영 수업이 한창이다. 최근 재계의 경영 수업 방식은 외부 경력을 쌓은 뒤 입사하거나 현장을 경험한 후 승진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신사업을 주도하고 경영 전략을 확립하며 그룹 내 입지를 다지고 있는 3~4세대 경영인들과 이들의 경영 수업 방식을 실전형·현장형·외부 경험 중시형·공동 경영형 등 4가지로 나눠 살펴봤다.

실전형
한화, 3남 독자 경영 본격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 겸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무는 미국 유명 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 국내 론칭을 주도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본부장은 한화그룹의 유통·서비스 부문의 신사업을 총괄하며 미래 먹거리 발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2021년 4월 한화솔루션에 흡수합병된 지 2년 만에 다시 인적 분할됐다. 업계에선 한화그룹 오너가 3세 경영인인 김동선 본부장의 승계를 위한 작업으로 보고 있다.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방산·항공우주·태양광 등 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을 맡고 2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금융부문을, 3남인 김 본부장이 백화점·호텔·리조트 부문을 맡고 있다.

김 본부장 주도로 6월 26일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에 문을 연 파이브가이즈 1호점은 연일 오픈런으로 대기 줄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하루 평균 1800~2000명이 찾을 만큼 인기를 끌며 현재 아시아·태평양 지역 점포 중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 중이고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등과 함께 글로벌 매출 톱5(개점 첫 주 기준)에 이름을 올리며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본부장은 백화점 사업은 프리미엄 전략을 지속하고 리테일 사업 다각화와 신규 프리미엄 콘텐츠 개발 등으로 성장을 위한 기반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영업본부 내 프리미엄 전략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한화갤러리아만의 프리미엄 식음료(F&B) 콘텐츠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6월 와인 자회사 비노갤러리아를 설립해 한화갤러리아의 와인 매장인 ‘비노494’에 직매입 와인을 공급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스페인 농장에서 생산한 프리미엄 이베리코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조리 시 신선한 재료 사용을 고집하는 파이브가이즈를 유치한 것도 평소 ‘건강한 프리미엄 먹거리’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김 본부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한화갤러리아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데오역 근처에 있는 건물 2채를 895억원에 매입했는데 이곳을 팝업스토어·체험관 조성 등을 통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성지로 만들 계획이다. 김 본부장은 이 공간에 대해 “갤러리아의 기존 명품관 이스트·웨스트의 미흡한 부분을 채워 줄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한화갤러리아 주식을 잇달아 매수하며 지배력과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13차례에 걸쳐 회사 주식을 매입해 지분이 0.32%로 늘었다. 실적 성장에 대한 자신감과 책임 경영 의지가 반영된 행보라는 분석이다.

② 현장형
동국제강, 바닥부터 경험 쌓기


동국제강그룹의 4세 경영인인 장선익 전무는 글로벌 경영과 현장 경험을 아우르며 차근차근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장세주 회장의 장남으로 스물여섯 살이던 2007년 동국제강 평사원으로 입사해 동기들과 신입 사원 입문 교육을 함께 받으며 2개월간 동고동락했다.

사내 동호회에도 적극 참여하고 틈날 때마다 행사장에서 직원들과 소통하는 것도 말단 사원에서 출발한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일본법인에서 글로벌 업무를 경험하고 동국제강 법무팀과 전략실을 거쳐 인천공장 생산담당, 구매실장에 이르기까지 17년간 다양한 실무 경험을 쌓아 왔다. 입사 후 10년도 채 되지 않아 최고경영자(CEO) 타이틀을 달아주는 일부 기업들의 오너 일가 자녀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동국제강그룹의 경영 수업 방식은 쇳물을 수없는 담글질을 통해 단단한 강철로 만드는 철강 제조 방식과 닮아 있다. 오너 일가 대대로 현장 경험을 중시하는 전통에 따라 장 회장도 동국제강 매출의 약 30%를 차지하는 핵심 공장인 인천공장에서 근무하며 현장 경험을 쌓아 왔다.

장 전무는 2022년 12월 동국제강의 원가 경쟁력을 책임지는 구매실장으로 승진했다. 철강 제조업은 원가 비중이 높아 원자재 구매 역량이 곧 수익성과 직결되는데 동국제강은 철 스크랩(고철)·고철·열연강판 등 원자재가 원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장 전무는 경영 전략 설계와 생산 현장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동국제강의 원가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동국제강그룹은 형인 장세주 회장과 동생인 장세욱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형제 경영’ 체제다. 지난 6월 동국제강의 인적 분할을 앞두고 장 회장이 8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한 뒤 장남인 장 전무에게 지분 20만 주를 증여해 경영권 승계 작업이 본격화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장 전무가 보유한 동국제강 지분은 1.04%다. 장세주 회장(13.52%), 장세욱 부회장(8.70%)에 이어 3대 주주다.

장 전무는 비전팀과 경영전략팀장을 거치며 동국제강의 중기 경영 계획 체계를 도입했다. 동국제강은 장 전무가 확립한 중·장기 계획 체계를 바탕으로 회사 비전인 ‘최고 경쟁력의 글로벌 스틸 컴퍼니(Global Steel Company)’를 향한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다.

2020년 인천공장 생산담당 상무로 생산 부문을 총괄할 때는 경영 내실화를 꾀해 인천공장의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 인천공장은 장 전무 재직 기간인 2021년 철근 220만 톤을 생산해 2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③ 외부 경험 중시형
신세계·LX “남의 밑에서 일해봐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장남 정해찬 씨는 외부 경험 쌓기에 한창이다. 1998년생인 정 씨는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뒤 2018년 신세계그룹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뒤 2021년 11월 육군에 입대해 지난 5월 전역했다.

전역 직후 국내 4대 회계법인 중 한곳인 삼정KPMG 딜 어드바이저리 5본부 인턴으로 재직 중이다. 5본부는 중소·중견 기업 및 스타트업 대상 자문을 주로 맡고 있다.

구본준 LX홀딩스 회장의 두 자녀는 전략과 벤처 투자 분야에서 경력을 쌓고 있다. 장남인 구형모 LX MDI 대표는 LX그룹의 지주사인 LX홀딩스 산하에 설립된 싱크탱크의 초대 대표를 맡아 그룹 계열사의 사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경영 컨설팅, 정보기술(IT)·업무 인프라 혁신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차녀 구연제 씨는 마젤란기술투자에서 심사역으로 근무하다 올해 상반기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LX그룹이 자본금 120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인 LX벤처스가 지난 6월 공식 출범하면서 구연제 씨가 여기에 합류해 핵심적인 역할을 맡게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LX벤처스의 초기 투자는 LX그룹의 주력 사업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신재생 에너지, 제조·물류 자동화, 친환경 소재, 반도체 기술·소재 분야 벤처기업·스타트업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LX그룹이 LX벤처스를 앞세워 최근 매물로 나온 HMM 인수전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④ 공동 경영형
SK “형제·사촌, 따로 또 같이”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을 중심으로 사촌 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사촌 형제 간 ‘따로 또 같이’ 경영을 통해 다른 대기업들과 달리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별다른 다툼이나 분쟁이 없었던 비결로 꼽힌다.

최종현 선대 회장과 최종건 창업 회장의 ‘형제 경영’에서부터 뿌리 내린 사촌 경영 체제는 2세대를 넘어 3세대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3세 중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인물은 최태원 회장의 세 자녀와 최신원 전 회장의 장남인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사장 등 4명이다.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사장은 SK그룹 3세 중 가장 먼저 회사 경영에 참여했다. 2009년 SKC 전략기획팀에 입사한 이후 기획·인사 관리(HR)·해외 사업 부서에서 다양한 글로벌 투자 경험과 역량을 쌓았다. SK네트웍스의 ‘사업형 투자회사’로의 전환을 위해 투자 분야 비즈니스 확장을 본격화했다.

최태원 회장의 세 자녀는 SK그룹에서 바이오·반도체·에너지 등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계열사에서 근무하며 경영에 참여해 왔다.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투자팀장은 최근 장동현 SK(주) 부회장이 태스크포스(TF)장을 맡은 신약 개발 TF에 합류했다.

차녀인 최민정 씨는 SK하이닉스를 휴직하고 의료 스타트업 자문역을 거쳐 올해 초 ‘스마트(SMART)’라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비정부 기구(NGO)에서 지역 내 취약 계층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무료 교육 봉사를 시작했다.

장남 최인근 씨는 SK E&S 매니저로 일하다가 2022년 말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에너지솔루션사업 현지법인인 패스키로 자리를 옮겼다. 글로벌 에너지 솔루션 사업 영역을 경험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