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다음은 초전도체인가"...거센 투자 열풍
학계 "아직 검증 단계"...묻지마 투자 주의보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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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전 세계 과학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관련 논문이 아직 검증 단계에 머문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증권 시장은 상온 초전도체 이슈로 들썩이는 모습이다. 각국 증시의 초전도체 관련 테마주가 일찌감치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강세를 보였다.

2일 증시에서 상온 초전도체 관련 테마주 종목으로 거론되는 서남, 서원, 파워로직스, 신성델타테크 등이 이날 상한가로 마감했다. 코스피에서는 서원(29.98%)과 덕성(29.97%), 고려제강(29.82%) 등 상온 전도체 테마주 종목이 상한가를 기록했으며, 코스닥에서 서남(30.00%), 모비스(29.98%), 파워로직스(29.97%), 신성델타테크(29.75%) 등 관련 테마주 종목이 상한가를 보였다.

이날 코스피는 1.9%, 코스닥은 3.18% 하락한 가운데, 초전도체와 관련된 종목들이 시장의 분위기와 무관하게 일제히 급등한 것이다. 다만 관련 주식으로 꼽히는 이들 종목은 이번 상온 초전도체 개발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진 않다는 지적도 있다. 서남은 2세대 고온 초전도선재 제품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주목받았다. 또 신성델타테크와 파워로직스는 이번 이슈의 중심에 있는 퀀텀에너지연구소 지분을 보유한 엘앤에스벤쳐캐피탈에 투자했다는 점이 투자 근거로 거론된다.

이에 이들 종목이 상온 초전도체와 뚜렷한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해 명확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관련 종목으로 꼽힌 대정화금은 홈페이지를 통해 “초전도체와 관련해 퀀텀에너지연구소와 구리 등을 포함한 거래내역이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혀, 주가 상승 폭을 줄인 채 장을 마감하기도 했다. 대정화금은 이날 오전 28.22%까지 올랐다가, 홈페이지 공지 이후 7.04% 상승으로 마감했다. 아직 논문이 검증 단계인 만큼 '묻지마식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앞서 퀀텀에너지연구소 연구진은 지난달 22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를 통해 상온과 대기압 조건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초전도체 물질 ‘엘케이(LK)-99’에 관한 논문을 공개한 바 있다. 이후 미국, 중국 등 전 세계 주요 연구진이 검증 작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 연구원이 LK-99의 구조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기존 초전도체들에 비해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성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해당 논문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폭됐다.

이경수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논문이 검증된다면 노벨상감”이라며 “특히 마이크로 일렉트로닉스(초소형 전자공학기술)를 발전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라고 언급했다. 학계에서는 해당 논문이 사실로 확인되기를 바라는 기대감이 흘러나오지만, 아직 검증이 완료되지 않아 진위 여부에 대한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이날 국내 전문가로 구성된 한국초전도저온학회도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상온 초전도체를 검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학회는 LK-99 관련 논문을 공개한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초전도체 샘플을 제공하면 분석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학회는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수일간 국내·외에서 보고된 결과의 진위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고, 검증되지 않은 다른 주장들이 추가되는 상황”이라며 “현재 상황을 과학적 측면에서 판단하고 결과를 명확히 판단하기 위해 상온 초전도 검증위원회를 구성, 대응하고자 한다”고 했다.

또 “두 편의 아카이브 논문을 통해 발표한 데이터와 공개된 영상을 기반으로 판단할 때 논문과 영상의 물질은 상온초전도체라고 할 수는 없는 상태”라면서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에서 제작한 시편을 제공한다면 검증위에서 상온 초전도체 검증을 위한 측정을 하고자 한다. 검증에 참여할 회원소속기관은 서울대, 성균관대, 포항공대 등이다”라고 설명했다.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