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과 성수동의 잠재력에 의문을 품는 사람은 없다. 두 곳 모두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요소는 모두 갖췄다. 앞으로는 한강을 끼고 있고 대형 공원을 품은 강남과 강북의 중심이다.
한남동은 단독주택, 성수동은 고급 아파트로 이미 부촌이 형성돼 있다. 두 곳 모두 인근에 국제 업무지구(용산 정비창부지, 성수동 삼표레미콘부지)가 들어선다. 상권마저 핫하다. 성수동과 한남동은 패션의 성지이자 2030세대의 핫 플레이스로 자리 잡으며 서울에서 트렌드가 가장 빠른 상권으로 떠올랐다.
성수동과 한남동의 신화는 이제 시작이다. 15년간 지지부진하던 재개발 시계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속도 내는 한남동, 3구역 10월 이주 시작 마포·성수·반포로 둘러싸인 서울의 ‘금싸라기 땅’. 용산구 재개발의 핵심은 한남동이다. 한남뉴타운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보광동·이태원동·동빙고동 일대 111만205㎡를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2003년 뉴타운으로 지정됐고 15년 넘게 개발이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한남동 재개발은 5개 구역으로 돼 있었다. 이 중 구역 해제된 한남1구역을 제외한 한남2~5구역에서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총 4개구역으로 이뤄지는 한남동 재개발의 핵심은 ‘단군 이후 최대 재개발’로 불리는 한남 3구역이다. 한남3구역은 총사업비만 약 7조원, 예정 공사비만 1조8880억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 재개발 사업지다.
한남 3구역은 오는 10월 중 이주를 시작할 예정으로 사실상 사업의 ‘9부 능선’을 넘겼다. 남은 절차는 철거, 일반 분양, 착공, 준공 순이다.
2020년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뒤 순조롭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한남3구역은 지하 6층~지상 22층, 197개 동 총 5816가구(임대 876가구)의 매머드급 대단지 ‘디에이치한남’으로 다시 탄생한다. 현대건설은 한남3구역에 현대백화점을 입점시킬 계획이다. 구역 전체가 언덕으로 돼 있어 일부 가구는 한강 조망권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경사가 상당하다는 단점도 있다. 그다음으로 속도가 빠른 지역은 한남2구역이다. 보광동 일대 11만여㎡ 땅에 새 아파트 1537가구를 짓는 한남2구역은 한남뉴타운 중에선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이 가장 가깝다. NH투자증권은 2구역은 조합원 수가 가장 적어 사업 속도를 내기에도 유리하다고 봤다.
하지만 재개발 이후 아파트 단지가 가장 적게 만들어지기 때문에 사업성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다른 숙제도 생겼다.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지난해 11월 한남2구역 높이 규제를 90m에서 118m로 완화하겠다고 조합원들을 설득, 시공권을 따냈다. 2구역은 다른 구역보다 지대가 높아 최고 층수가 14층에 그치는데 118m로 완화하면 21층까지 올릴 수 있다. 한남뉴타운의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는 계획안도 냈다.
6개 동을 잇는 총길이 360m의 스카이브리지를 제안하고 야외 수영장 ‘인피니티 풀’을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재 한남뉴타운 전체가 90m 높이 제한을 받고 있다. 남산 고도지구와 별개인 90m 높이 기준은 박원순 전 시장 재임 시절인 2016년부터 한남 2·3·4·5구역에 모두 적용된다.
높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서울시에 정비 계획 변경 신청을 해야 하는데 시 내부에서는 한남뉴타운의 높이 규제 완화에 회의적인 상황이다. 서울의 상징인 ‘남산’의 경관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대우건설이 고도 제한 완화에 실패하면 시공권을 포기한다는 확약서도 제출한 상황이라 조합원들이 시공사 선정 과정에 대한 논의를 거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남뉴타운에서 ‘입지 깡패’로 불리는 곳은 5구역이다. 강변북로와 맞닿아 있고 한강 조망을 확보해 입지가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용산공원과 바로 인접해 있는 것도 장점이다. 반면 5구역은 2555가구 가운데 822가구가 중대형으로 32%에 달한다.
4구역은 일반 분양 비율이 높아 한남뉴타운 구역 중 사업성이 가장 좋다고 평가받는 지역이다. 총 1965가구 중 1630가구가 일반 분양 물량이다. 4구역은 현재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는데 한남뉴타운의 ‘마지막 퍼즐’로 불리는 만큼 시공사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됐다.
재개발에 본격적인 속도가 붙자 올해 한남뉴타운 일대에서는 빌라 거래가 지난해보다 2배 늘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한남뉴타운(한남·보광·이태원·동빙고동)에서 이뤄진 빌라 거래는 92건으로 지난해 하반기에 이뤄진 40건과 비교하면 2배 이상 거래량이 늘었다. 3.3㎡당 평균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6607만원에서 올해 상반기 7666만원으로 1000만원 이상 올랐다.
NH증권은 한남뉴타운은 미래 가치와 주변 실거래가를 볼 때 사업 완료 시 시세는 평당 1억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 프리미엄 및 조합원 분양가를 고려한 예상 수익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현 NH투자증권 Tax센터 부동산 수석연구원은 “한남동은 접근성과 한강 및 용산공원으로 쾌적한 환경을 이루고 있어 향후 강남과 함께 한국 부동산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며 “인근 고급 아파트의 대형 평형 시세가 평당 1억원을 훌쩍 넘기고 있어 한남뉴타운 사업 완료 시 평당 1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압구정 재개발, 성수에도 호재...강남 강북 연결된다 성수동은 ‘강북과 강남을 잇는 미니 신도시’로 거듭날 예정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성수동과 강남 압구정동이 1km 길이의 한강 보행교로 이어진다. 강남과 강북을 잇는 최초의 ‘보행 전용교’다.
압구정 재개발이 건너편 성수동에도 호재로 작용했다. 한강 보행교를 위한 비용 2500억원은 압구정 3구역 재건축조합이 기부채납으로 부담한다. 보행교가 생기면 성수전략정비구역과 인근 삼표 레미콘 부지 일대에 조성될 글로벌 업무지구가 압구정 상권과 바로 이어진다. 도보로 30분, 자전거로 10분 거리다. 넓은 공원과 한강 조망, 부촌과 고급 문화 시설이 밀집한 성수동의 생활권이 강남까지 넓어지는 것이다.
성수동은 성수대교가 지어진 이후 강북과 강남을 잇는 가교 지역이었다. 교통이 편리하고 한강과 서울숲이라는 녹지를 끼고 있어 고급 아파트가 들어섰고 갤러리아포레·트리마제·아크로 서울포레스트 등 3대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촌이 형성됐다.
이전 공장 지대는 힙한 카페와 식당으로 변신했고 젊은 세대의 발길이 이어지자 다양한 업종, 각양각색의 브랜드 팝업스토어(임시 매장)가 일정한 간격으로 문을 열면서 성수동의 변화를 이끌었다. 무신사·SM엔터테인먼트·정보기술(IT) 기업·스타트업 등 업무지구도 성수동에 자리 잡았다.
하지만 성수동의 신화도 이제 시작이다. 특히 한강변을 둘러싸고 일직선으로 형성된 정비구역이 재개발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성수동 5개 재개발 구역의 정비 사업이 재개된 것은 2009년 이후 14년 만이다. 성수전략정비구역은 트리마제 오른쪽으로 1~4지구가 직사각형 모양으로 구획된 곳이다. 현재 모든 구역의 조합 설립이 완료됐고 모두 건축 심의 중이다.
성수전략정비구역 4개 지구 중 입지가 가장 좋은 곳은 1지구다. 서울숲과 지하철 수인분당선 서울숲역이 가장 가깝다. 트리마제 바로 옆이라 갤러리아포레·아크로서울포레스트 등과 거대한 블록을 만들 수 있다는 평가다. 면적도 4개 지구 중 가장 넓다.
2지구는 다른 지구보다 사업 속도가 느려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다. 하지만 성수전략정비구역의 또 다른 핵심 개발 계획인 강변북로 지하화에 성공할 경우 최대 수혜지로 꼽힌다. 지하화를 통한 대규모 공원이 1지구의 절반과 2지구 전체를 가로질러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4지구는 일반 분양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돼 주목받고 있다. 전략 정비구역에서 가장 오른쪽에 있어 영동대교를 이용하면 압구정동·청담동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다. 특히 한강 조망권이 전략정비구역 4개 중 가장 뛰어나다. 3지구는 가격이 다른 지구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을 이용하기도 쉽다.
또 다른 수혜도 있다. 서울시는 최근 성수동 정비 계획 변경안을 발표하면서 ‘50층 층수 제한’을 없앴다. 그러자 애초 50층 규모의 재개발을 추진했던 조합은 최고 80층 계획안을 앞세워 고급화 경쟁에 나서고 있다. 1·2지구는 조합이 50층과 70층안을 각각 제시했는데 대부분의 조합원이 70층을 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3지구 역시 최대 80층 규모 건축을 계획하고 조합원 설문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일부 조합원 사이에서는 초고층·고급화 설계에 대한 공사비가 부담스럽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70층이상 초고층 설계로 진행하면 49층이하 건축보다 공사비가 두 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1·2·4지구는 50층과 35층 재건축을 놓고 투표를 진행한 결과 공사비 증가 우려로 층수상향이 무산된 바 있다.
성수전략정비구역 옆에는 성수동 삼표레미콘 용지에 첨단 산업에 투자하는 기업이 모인 글로벌 미래 업무지구가 조성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성수전략정비구역의 지구단위계획과 정비 계획 변경안이 마련되면서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실현될 것”이라며 “정비 계획 변경 절차를 거쳐 연내 변경 결정이 완료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행정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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