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는 지구… 값비싼 기후 변화 청구서 [Weekly Report]
세계 각국이 극심한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살인적인 더위에 시달리고 있고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도 폭염과 폭우가 연달아 닥치고 있다. 이란은 섭씨 영상 50도가 넘어가는 더위에 8월 1일부터 이틀간 정부기관·은행·학교 등이 문을 닫기도 했다. 심지어 한겨울이어야 할 남반구에도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기온은 8월 2일 섭씨 영상 30.1도까지 높아졌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최근 117년 중에서 8월 초 기온으로는 가장 높다.

미국은 살인적인 폭염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며 사망자가 속출하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애리조나 주 피닉스는 8월 1일 최고 기온이 섭씨 영상 48도까지 올랐다. 섭씨 영상 43도 이상의 무더위가 26일 지속되는 중이다. 미국은 남서부 지역을 덮었던 열돔(heat dome) 현상이 동북부까지 확대되며 사실상 미 전역이 살인적인 폭염에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신장 등 서북 지역을 중심으로 섭씨 영상 40도를 훌쩍 넘는 살인적 무더위에 이어 제5호 태풍 ‘독수리’가 동부 지역을 따라 북상하며 물 폭탄을 쏟아부어 큰 피해를 낳았다. 수도 베이징과 랴오닝성 북동부 등에서 4명이 숨지고 수십만 명이 대피하는 가운데 제6호 태풍 카눈까지 접근해 오면서 초비상이 걸렸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집중 호우 이후 폭염이 곧바로 이어지며 사상자가 잇따르고 있다. 폭우와 산사태로 오송 지하차도 사망자를 포함해 최소 41명이 숨졌고 올여름 폭염에 의한 사망자가 최소 10명에 이른다. 7월 말부터 섭씨 영상 33∼39도의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지난 주말 열사병·열실신·열경련 등 온열 질환자가 1000명 넘게 속출하고 있다.

살인적인 폭염 속에서 특히 건설 현장이나 논밭·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 또한 주목받고 있다. 실제 최근 미국 등에서는 붙별 더위로 인해 파업이나 사직을 선택하는 이들이 증가하며 막대한 생산성 손실을 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까지 발표된 다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온이 섭씨 영상 32도에 도달하면 생산성이 25% 떨어지고 섭씨 영상 38도를 넘으면 70%의 생산성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