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하는 긱워커 시장 공략, AI와 빅데이터로 소득 지출 데이터 자동화 분석 및 최적화
양질의 세금 데이터 활용해 신용 평 가모델 구축 중, 긱워커 세무비서 플랫폼으로 확장

김범섭(오른쪽) 정용수 삼쩜삼 자비스앤빌런즈 대표 / 사진=강용구 한국경제 기자
김범섭(오른쪽) 정용수 삼쩜삼 자비스앤빌런즈 대표 / 사진=강용구 한국경제 기자
성공하는 모든 사업은 고객의 불편을 해결해 주는 데서 출발한다. 하지만 편리한 서비스가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2020년 5월 출시된 ‘삼쩜삼’은 성공할 수밖에 없는 편리한 서비스다. 이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해 간편 인증을 하면 종합소득세 환급을 쉽게 받을 수 있다. 가입자는 1600만 명을 돌파했다. 누적 환급 금액은 8000억원에 달한다.

복잡한 세금 신고를 간단하게 처리하는데 그치지 않고 기꺼이 수수료를 지불할 수밖에 없는 사업 모델을 구축한 덕분이다. 삼쩜삼은 고객이 몰라 받지 못했던 환급금을 찾아주고 10~20%를 수수료로 받는다. 수수료를 내더라도 이득이니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2020년 41억원이던 삼쩜삼의 매출은 2021년 311억원, 2022년 496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회사는 지난 4일 거래소에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하고 연내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마지막 투자 라운드에서 기업 가치를 3000억원대로 평가받았다. 삼쩜삼을 개발한 자비스앤빌런즈의 김범섭·정용수 대표를 만나 상장 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삼쩜삼 가입자 수가 1600만 명을 넘어섰다.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상했나.
김범섭 대표(이하 김범섭) =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동안 수많은 아이템이 실패하고 나니 섣불리 확신을 가지지 않게 됐다. 사실 안 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잘될 것을 기대했다가 안 되면 데미지가 너무 커 다시 일어나기 어렵다. 안 되더라도 해볼 만한 서비스를 하는 게 중요하다. 대략 20여 개 서비스를 출시했는데 잘될 것 같던 것도 망했다. 사실 지금 기억이 잘 안 나는 서비스도 많다. ‘예쁜 쓰레기’를 많이 만들어 냈던 것 같다.”

명함 관리 서비스 앱 리멤버를 창업해 손대는 것마다 성공을 거둔 것 같은데 의외다. 실패한 서비스는 어떤 것들이 있나.
김범섭 = “대학생 시절 선보인 명함 전송 서비스 ‘프로필미’가 있다. 페이스북 로그인 한 번으로 10초 안에 명함을 만들어 주는 프로그램이다. 상대방에게 명함을 받으면 자신의 모바일 명함을 링크로 전달해 준다. 반응이 좋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다 한 투자 기업 대표가 내게 ‘명함을 주는 게 문제가 아니라 받은 명함이 문제’라고 했다. 그래서 명함을 입력해 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게 지금의 리멤버가 됐다. 창업 성공에 기여하는 요소 중 사업 아이디어가 차지하는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서비스를 만들어 낸 이후 끝까지 갈 수 있는 역량에 달려 있다.”

명함 관리에서 세금 분야로 전환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김범섭= “막내 시절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 대학원 석사 1년 동안 연구실의 비용을 정산하는 일을 했다. 졸업 후 KT에 입사했는데 신입 사원이라 부서 영수증 정리를 맡았다. 이후 창업했더니 세무사가 영수증을 모아 오라고 했다. 이걸 세 번 했더니 진절머리가 났다. ‘명함은 사진만 찍으면 자동 입력이 되는데 영수증은 왜 아직도 직접 붙여야 하나’ 의문이 들었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해 세금 분야를 보게 됐고 인공지능(AI) 경리 회계 시스템을 개발했다.”

처음부터 세금 환급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창업한 것이 아닌데 어떻게 사업 방향을 전환하게 됐나.
김범섭 = “리멤버를 선보였을 때 휴대전화 카메라의 인식률이 높지 않았다. 10장의 명함을 찍으면 두 개 이상 잘못 입력됐다. ‘정확도를 높이면 사람들이 이 서비스를 쓸까’ 하는 가설을 가지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는데 사람들이 안 쓰면 망하니 일단 출시해 보고 판단하자고 생각했다. 재택근무 아르바이트를 써 명함을 받아 직접 입력했다. 어떤 교수님은 ‘박사 학위까지 받은 사람이 창업했으면 기술을 개발해야지 그런 식으로 하면 되느냐’고 했다. 이때 단기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면서 ‘긱워커’ 시장에 눈을 떴다. 정규직 외에 다양한 형태의 노동자들이 늘고 있는 것에 주목해 긱워커들을 위한 서비스를 생각하게 됐다.”
1600만 명 사로잡은 세금 환급 플랫폼 삼쩜삼의 성공 비결 [전예진의 마켓 인사이트]
삼쩜삼의 뼈대는 정용수 대표가 합류한 이후 만들어졌다고 들었다. 삼쩜삼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
정용수 댜표(이하 정용수) = “나는 사실 ‘세금 덕후’다. 15년 동안 대기업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는데 직장에 다닐 때 부양가족 수와 소득, 상황에 따라 종합소득세를 계산해 주는 엑셀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족들과 직장 동료들에게 최대로 환급받을 수 있는 방법을 조언해 줬다. 그때 만든 프로그램을 삼쩜삼에서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이런 작업은 수만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이 하기엔 어렵다. 세법도 알아야 한다. 계속해 바뀌는 세법을 반영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AI를 활용하면 몰라서 혜택을 못 받는 경우를 찾아내 자동으로 최적의 시나리오를 계산해 줄 수 있어 획기적이다.”

지금까지 축적한 방대한 빅데이터로 세금 환급 서비스 외에 다양한 분야로 확장이 가능할 것 같다.
김범섭 = “나이스신용평가와 협업해 긱워커를 위한 신용 등급 모델을 만들고 있다. 은행권은 직장과 소득을 기준으로 대출 심사를 하는데 긱워커는 아무리 소득이 일정해도 높은 신용 등급을 받기 어렵다. 우리는 은행이 갖고 있지 않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런 사람들의 신용을 보장해 줄 수 있다. 최근 5년 동안 얼마나 성실하게 일하고 세금을 냈는지, 소득이 얼마나 꾸준하게 증가하는지, 소득과 지출의 비율 등 상세한 데이터를 통해 연체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다. 그동안 어쩔 수 없이 고금리 대출을 받아야 했던 긱워커들은 양질의 대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아르바이트 급여 관리 앱 ‘하우머치’도 인수했다.
김범섭 = “세금은 과거 데이터다. 양질의 정보를 담고 있는 좋은 데이터인데 시간상으로 보면 느리다. 하우머치는 알바생들이 몇시간 일했는지 캘린더에 실시간으로 입력하면 주휴 수당, 포괄·비포괄 임금 등을 구분해 실수령액을 계산해 주는 플랫폼이다. 이 데이터가 있으면 현재 일을 하고 있는지, 쉬고 있는지, 돈을 갚을 수 있을지, 안 갚을지 등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시점에서 고객의 신용 상태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셈이다. 하우머치를 활용해 신용 데이터를 고도화하고 긱워커들 간 실시간 아르바이트 매칭 서비스 등으로 확장할 수 있다.”

앞으로 삼쩜삼이 새로 선보일 서비스는 어떤 것들이 있나.
정용수 = “삼쩜삼의 종합소득세 환급 서비스는 100%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지만 고객에게 물어봐야 알 수 있는 전산화되지 않은 자료들이 많다. 이런 것을 찾아내 몰라서 받지 못했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예를 들어 복지법상 장애인이 아니지만 세법상 장애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례가 있다. 암 환자처럼 병원에 자주 가는 사람의 부양가족에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데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고객의 의료 정보를 AI가 자동으로 찾아내 세금 환급 절차를 안내해 주는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