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순이익 주요 지방 은행 제쳐… 순이자 마진 감소했다는 점은 눈여겨봐야

[비즈니스 포커스]
카카오뱅크 판교 오피스. (사진=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 판교 오피스. (사진=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가 올해 상반기 최고 실적을 냈다. 다양한 예·적금 상품과 함께 중저신용 대출, 주택 담보 대출(주담대) 확대가 유효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주담대는 카카오뱅크의 상반기를 이끈 ‘일등 공신’이다. 금리 경쟁력과 ‘비대면’이라는 편리함이 결합된 결과다.

인터넷 은행의 최강자로 자리 잡은 카카오뱅크는 이제 지방 은행까지 위협하고 있다. 상반기 카카오뱅크의 순이익은 1838억원으로 경남은행(1613억원), 광주은행(1416억원) 등을 제쳤다. 금융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 대출 강점 앞세워 주담대 큰 폭 성장


올해 상반기 카카오뱅크는 영업이익 2482억원, 당기순이익 1838억원을 달성했다. 반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 실적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영업이익은 52% 증가했다.

2분기 평균 월간 사용자 수(MAU)는 1735만 명으로 1분기 평균 MAU 1635만 명에 비해 100만 명 증가했다. 카카오뱅크 측은 “모임통장·26주적금 등 다양한 상품들이 사랑받고 있고 동시에 경쟁력 금리로 무장한 중저신용 대출과 주담대의 확대 등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카카오뱅크의 폭풍 성장을 주도한 것은 주담대다. 지난 2분기 기준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잔액은 약 5조5000억원으로 전 분기 2조400억원에 비해 3조원 정도 늘었다. 전 분기보다 무려 134.3% 증가했다. 2분기 신규 취급액은 약 3조5000억원으로 이 중 약 60%가 대환 목적으로 집계됐다. 이는 인터넷 은행으로서 ‘플랫폼’의 역할에 충실했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카카오뱅크 측은 “신규 대출보다 기존 주담대 보유 고객들이 카카오뱅크의 낮은 금리에 매력을 느껴 카카오뱅크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카카오뱅크는 그간 주담대 시장을 공격적으로 확대했다. 비대면 심사와 대출이 가능하다는 점은 고객들에겐 분명 차별화된 요소였다. 또 지난 4월 주담대를 취급할 수 있는 대상을 기존 아파트에서 연립·다세대 주택까지 확대했다. 연립·다세대 주택 역시 기존 주담대와 동일하게 대화형 인터페이스로 구성된 챗봇 기능을 통해 100% 비대면으로 서류 제출부터 대출 심사, 실행까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의 성장에 특히 긴장하는 곳은 지방 은행이다. 대환 대출의 시작으로 카카오뱅크로 주담대를 갈아타는 고객들이 많았는데 이러한 현상에 가장 타격을 받는 곳이 지방 은행이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상반기, 금융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방 고객들의 금리를 낮추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은행 영업점이 비교적 적은 지역(수도권·광역시 제외) 고객이 대환 대출을 통해 평균적으로 감면받은 금리는 1.38%포인트로, 수도권·광역시 고객의 평균 금리 감면 폭보다 높았다. 카카오뱅크가 6월까지 주담대 중도 상환 해약금 면제를 통해 고객에게 돌려준 금액은 누적 63억원에 달한다. 갈수록 은행 점포, 그중에서도 지방 점포가 줄어드는 현상 속에서 카카오뱅크의 비대면 대출 방식은 금리와 함께 충분히 갈아탈 수 있는 명분을 제공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뱅크의 평균 금리는 타사보다 낮은 수준이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지난 6월 취급한 분할 상환 방식의 주담대 평균 금리는 4.02%로, 16개 은행 중 가장 낮았다. 같은 기간 전세 자금 대출 평균 금리는 3.61%로 마찬가지로 은행권 최저 수준이다.

올해 시중 은행들은 이른바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 속에서 다소 보수적인 영업을 펼쳐야만 했다. 이러한 틈을 타 카카오뱅크의 연중 누적 대출 성장률은 22%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연간 가이던스를 기준 10%에서 최소 30% 중반으로 대폭 상향했다. 박용대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주담대 대상 확대와 전세 대출 한도 상향, 여기에 대환 대출 플랫폼 지배력이 더해져 연간 가이던스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4050까지 포용하는 카카오뱅크

주담대 확대와 함께 카카오뱅크가 거둔 성과 중 하나는 고객 연령대의 다양화다. 모바일에 익숙한 2030세대를 넘어 4050세대까지 고객의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대표적인 적금 상품 ‘26주적금’은 출시 5년 만에 누적 개설 2000만 계좌를 돌파했다. 이 적금은 매주 적금 납입액이 늘어나는 방식으로 최초 가입 금액만큼 주간 납입 금액이 증액된다. 예를 들어 첫 주에 1만원을 납입하면 2주 차엔 2만원, 3주 차엔 3만원, 26주 차엔 26만원을 납입해야 하는 구조다. 최고 금리는 연 7%다. 기본 금리는 연 3.5%이고 가입자가 26주 동안 자동 이체를 통해 납입에 모두 성공하면 3.5%포인트의 우대 금리가 적용된다.

카카오뱅크는 고객이 소액으로 시작해 부담 없이 적금 만기에 도전하고 성공을 통해 목돈을 모으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26주적금을 설계했다. 여기에 카카오프렌즈 캐릭터가 납입 성공이 이뤄지는 주마다 도장처럼 찍히는 방식을 통해 성취감과 재미 요소를 더했다.

이러한 상품은 초기엔 2030의 가입 비율이 높았지만 점차 4050세대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26주적금 가입 고객의 연령대별 비율은 20대 이하 24.9%, 30대 27.8%, 40대 30.6%, 50대 이상은 16.7%로 집계됐다.

전체 고객 수에서도 중·장년층의 비율 증가가 눈에 띈다. 카카오뱅크의 고객 수는 지난 1분기 2118만 명에서 2분기 2174만 명으로 증가했다. 이 중에서 중·장년층인 40대 이상 고객이 활발히 유입되는 추세다. 40대 침투율(연령별 인구 대비 카카오뱅크 고객 비율)은 2022년 2분기 55%에서 64%로, 50대 침투율은 30%에서 40%로, 60대 이상은 7%에서 10%까지 높아졌다.

주담대를 기반으로 한 대출에서의 외형 성장, 고객층 확대 등 카카오뱅크의 성장세는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다만 카카오뱅크의 성장이 ‘지속 가능’할지는 아직 의문 부호다. 은행의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순이자 마진(NIM)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의 2분기 NIM은 2.26%로 전 분기 2.62%에서 0.36% 감소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의 실적 발표 직후 마진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투자 의견을 ‘매도’로 낮췄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분기 깜짝 실적을 냈지만 주로 담보 대출이라는 점에서 마진 희석을 고려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건전성 관리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카카오뱅크에 대해 건전성 관리와 플랫폼 수익 개선은 유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정 애널리스트는 “최근 대출 성장을 주도한 주담대는 상품 특성상 건전성 우려가 낮다”며 “하지만 전체 대출에서 신용 담보 비율이 높은 만큼 하반기 연체율과 충당금 부담은 상대적으로 시중 은행보다 클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플랫폼과 수수료 수익 부진이 지속되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