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마다 되풀이되는 침수의 악몽
8월에도 국지성 호우, 태풍 등으로 강한 비 계속될 것···관악구청 “피해 예방 위해 총력”
지난해 폭우의 피해는 광범위했다. 관악신사시장 근처 반지하가 있는 주택을 소유한 국향예(83) 씨는 지난해 침수된 집수리에만 천만 원이 들었다. 국 씨는 “요즘에는 집이 깔끔하지 않으면 세입자도 없어서 전부 다시 수리해야 했는데 침수 이후에 방도 안 나가고 있다”며 “매년 이러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신림동 일대 매물을 다루는 공인중개사 B(55) 씨도 “작년 이후 반지하 매물은 많이 나왔는데 찾는 사람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지난해 피해 보상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도 존재했다. 관악구는 침수 피해 인정 세대와 주택 소유주에 250만 원, 수해 소상공인에게 500만 원을 지원했다. 추가적으로 침수 피해 인정 세대는 집수리 비용으로 최대 120만 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에 A 씨는 “관악신사시장 지하에 원단 공장을 하는 사람은 7억 넘게 손해 보고도 500만 원 밖에 못받았는데 어떤 사람은 바닥만 살짝 젖었는데도 똑같이 돈을 받았다”며 일괄적인 지원금 지급에 불만을 표했다. 관악구에 향후 지원금 지급 계획에 대해 묻자 “자연재난 구호 및 복구 비용 부담기준 등 규정에 기반한 국비와 지방비 매칭에 따라 재난지원금이 결정되기에 지원금을 피해 이전에 특정할 수 없다”고 답했다.
장마 기간 끝나도 위험 여전…관악구의 조치는
지난달 26일 기상청이 수시 예보 브리핑을 통해 공식적인 장마 종료를 밝혔지만 8월에도 강수 위험은 여전하다. 박중환 기상청 예보 분석관은 “장마철 종료 이후에도 강한 소나기, 열대요란 발달 등 강한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며 “지속적인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관악구 반지하에서 거주하던 일가족 3명이 침수로 사망한 8월 8일도 장마 기간이 끝난 이후였다.
행정안전부의 재난대비 국민행동요령에 따르면 집중 호우 발생 시 문과 창문을 닫고 외출을 자제하며 TV, 라디오 등을 통해 기상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침수가 우려되면 수도, 가스 밸브, 전기 차단기를 내리고 주변 대피소 위치를 숙지해야 한다. 하천변이나 해안가는 급류에 휩쓸릴 수 있으니 피하고 공사장 근처는 공사 자재가 무너질 수 있어 접근하지 않는 것이 좋다. 농촌의 경우 농기계와 가축을 고지대로 옮기면 좋지만 강수량이 많을 경우 논둑이나 물꼬를 점검하기 위해 나가는 것조차 자제해야 한다.
이번해 폭우를 대비하기 위해 관악구는 ▲빗물받이 정비 ▲물막이판과 개폐형 방범창 설치 ▲통합 재난안전상황실 활용 초동대처 ▲양수기 재점검 및 사용법 부착 등 조치를 취했다. 지난달 관악구 주민·직원 약 2500명이 빗물받이에 쌓인 쓰레기와 덮개 등을 제거했다. 다만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빗물받이 내부에 설치된 악취 방지 장치의 경우 공무원이 일일이 제거하기 어렵다”며 “주민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40cm 높이로 창문과 출입문 등에 설치되는 물막이판은 주민센터에 신청하면 무료로 설치할 수 있다. 심각한 침수 피해의 원인이었던 도림천 범람을 대비해 관악구는 오는 2025년까지 도림천 통수단면을 확장해 치수 기능을 향상시키는 ‘별빛내린천 통수단면 확장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다. 또한 하천 지하 70m에 직경 10m 연장 4.5km의 배수터널을 설치하는 ‘도림천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사업’을 오는 11월 착공해 2027년에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민들 비 소식만 들으면 여전히 불안
아직 모든 조치가 완료되지 않았기에 일부 주민들은 여전히 전전긍긍이다. 국향예 씨는 “물막이판 신청을 두 달 전에 했는데 아직 설치가 안 됐다”며 “계속 기다리고는 있지만 그동안에 폭우가 내릴까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신림동에서 수선집을 운영하는 노동건(60) 씨는 “다행히 내 점포에는 20일에 공무원들이 와서 물막이판을 설치해줬는데 주변 사람들은 아직 설치 안 된 곳도 많다”며 “비가 오기 전에 빠르게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관악구는 “24일 기준 약 2800세대에 침수방지시설을 설치했다”며 “전체 조치는 오는 9월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집주인들은 집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물막이판 설치를 거부하기도 한다. 공인중개사 C(33) 씨는 “집을 구하는 사람들은 물막이판을 설치하면 침수가 이미 됐었거나 위험이 큰 집이라고 생각한다”며 “침수 주택으로 낙인찍히기 때문에 집주인들이 설치를 꺼린다”고 이야기했다.
의견이 분분한 물막이판도 능사는 아니다. A씨는 약 10년 전 점포에 물막이판을 설치해 뒀지만 지난해 침수를 피할 수 없었다. A씨는 “물막이판을 훨씬 넘는 양으로 비가 내렸고 점포 내부 하수구에서 물이 역류해 사실상 물막이판이 소용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수도 공사나 대피 교육 같은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의견을 표했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작년 집중호우 이후로 우려의 목소리가 커져 구청뿐만 아니라 서울시 모든 관계자가 협동해 인명·재산 피해 예방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집중 호우 발생 시 구민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도림천 CCTV 영상을 유튜브로 실시간 송출하고 있으니 많은 활용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조은정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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