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권 산책]
이름·얼굴도 상속된다…인격표지영리권’ 신설이 지재권에 미치는 영향[김우균의 지식재산권 산책]
요즘 실제 유명 연예인의 초상과 동일·유사한 얼굴을 가진 디지털 가상 인간을 제작·사용했다거나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유명 가수가 실제로는 부른 적이 없는 노래를 마치 그 유명 가수가 부른 것처럼 음반을 제작, 사용했다는 등의 뉴스들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유명 연예인이나 유명 가수에게 제작 허락을 받지 않았다면 분명히 위법할 것 같은데 위법하다면 도대체 무슨 권리를 침해한 것일까. 만약 그 유명 연예인이 이미 사망했다면 누구에게 제작 허락을 받아야 할까.

기존에는 유명인의 초상이나 성명 등을 허락 없이 이용해 상품 판매·광고·기타 영업을 하는 경우 인격권인 초상권·성명권 등 침해로 구성하거나 우리 법상 명문의 규정이 없는 ‘퍼블리시티권’ 침해로 구성해 해결해 왔다.

그런데 인격권 침해로 구성하면 인격권은 양도성이나 상속성이 인정될 수 없으므로 유명인 본인이 이미 사망한 경우에는 권리 침해를 인정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퍼블리시티권 침해로 구성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도 퍼블리시티권의 성립 요건이나 효력에 대한 법률상 근거도 없이 해당 권리 침해로 구성할 수 없다는 강력한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처럼 타인의 초상·성명 등을 무단으로 영업 등에 사용하는 행위에 대해 이를 규율할 마땅한 법률적 수단이 없는 상황이 지속돼 왔는데 다행히 부정 경쟁 방지 및 영업 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국내에 널리 인식되고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성명·초상·음성·서명 등 그 타인을 식별할 수 있는 표지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 경쟁 행위로 보고 이를 금지하는 조항이 추가됐다.

이 법은 2022년 6월 8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 법 조항에 의하더라도 이와 같은 권리가 양도나 상속이 되는지 여부, 상속이 된다면 언제까지 존속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함이 없어 여전히 논란이 됐다.

지난해 12월 법무부에서는 ‘인격표지영리권’ 신설을 위한 민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입법 예고했다. 인격표지영리권은 종래 퍼블리시티권이라고 불리던 권리로, 초상·성명·음성 등 자신을 식별할 수 있는 요소를 영리적으로 이용할 권리 정도로 이해될 수 있다.

법무부가 밝힌 입법 취지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비디오 플랫폼 등으로 누구나 유명해질 수 있고 유명해진 인격 표지를 영리적으로 활용하는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모든 개인들의 보편적 권리로서 인격표지영리권을 명문화하고 상속 여부, 상속 후 존속 기간, 침해 시 구제 수단을 명확히 규정해 분쟁을 예방하는 것이다.

위 개정안에 따르면 인격표지영리권은 타인에게 양도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의 인격 표지의 영리적 이용을 허락할 수 있고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허락을 철회할 수도 있다. 또한 인격표지영리권은 본인이 사망한 후 상속돼 30년간 존속되므로 상속인이 30년 동안 위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타인이 허락 없이 자신의 ‘인격 표지’를 영리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면 그 침해의 제거나 예방 청구도 할 수 있게 된다.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면 유명 연예인이나 가수의 초상·성명·음성 등을 허락 없이 이용해 가상 인간이나 음반을 제작, 사용하는 행위는 ‘인격표지영리권’의 침해가 될 것이고 만약 유명 연예인이나 가수가 이미 사망했다면 그 상속인에게 이용 허락을 받으면 되는 것이다.

위와 같은 개정안에 대해서는 ‘영리적 이용권’을 이용 허락은 가능하게 하면서 양도를 금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견해, 본인 사망 후 보호 기간 30년은 너무 짧다는 견해 등 여러 비판들이 제기되고 있고 모두 경청할 만한 의견들이다.

법무부가 입법 취지에서 밝히고 있듯이 누구나 유명해질 수 있고 그와 같은 인격 표지를 영리적으로 이용하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요즘 시대에 맞는 법 제도를 조속히 완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김우균 법무법인(유)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