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갉아먹는 다섯 부류의 좀벌레[김홍유의 산업의 창]
한비(韓非, 기원전 280년?~기원전 233년)는 ‘한비자’를 저술한 전국 시대 중국의 정치 철학자이자 사상가로 55편 20책에 이르는 대저(大著)를 지었다.

그중 제49편은 ‘오두편(五蠹篇)’이다. 여기서 두(蠹)는 나무 속에 있는 좀 벌레란 뜻으로, 오두(五蠹)란 나라를 갉아먹는 다섯 가지의 좀 벌레를 뜻한다. 첫째 부류는 선왕의 도를 칭찬하며 인의를 빙자해 변설(辯舌)을 꾸미는 학자, 둘째 부류는 거짓을 늘어놓고 바깥 나라의 힘을 빌려 그 사사로움을 이루려고 담론을 말하는 무리, 셋째 부류는 절개를 내세워 그의 이름을 빛내며 중앙의 5대 관직 금령을 범한 칼을 찬 무리, 넷째 부류는 사문(私門)을 만들어 뇌물을 바치고 요직자의 청탁을 받아들여 전쟁터에 나가지 않은 권세를 가까이하는 무리, 다섯째 부류는 농부에게 거친 그릇을 값비싸게 팔아 이익을 챙기는 상공업에 종사하는 무리를 말한다. 즉, 학문에 밝아 곡학아세하는 학자, 무인으로 무법을 저지른 자, 올바르지 못한 야바위 장사치 등 한평생 생업에 종사하지도 않고 전쟁터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피를 흘리지 않은 사람이 ‘부와 권력’을 독차지하려는 무리를 말한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7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 7월 취업자 수는 2868만6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1만1000명 증가했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은 2021년 2월(-47만3000명) 이후 29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다만 우려스러운 것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짊어진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7월에도 13만8000명이나 감소해 지난해 11월부터 9개월 연속 줄었다는 것이다. 두 달 연속 10만 명대 감소 폭이다. 이는 노동 인구 감소를 고려하더라도 다른 연령층과 비교해 취업자 수 감소 폭이 큰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많이 노력했음에도 청년 일자리의 기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오히려 더욱 나빠지는 것은 그 사회에 분명 오두(五蠹) 같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회 정책 변화의 목소리와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로 한국에만 존재하는 ‘연기파 배우’란 말이 있다. 배우(俳優)면 배우지 연기파 배우란 단어가 존재하는 것은 그 사회에 오두(五蠹)같은 문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연기파 배우를 찾아야 한다. 연기파 배우는 ‘오직 자신의 개성적인 연기를 인정받아 인기와 연기 생명을 유지하는 배우를 일컫는다. 외모를 통해 인기를 얻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연기력을 통해 대중에게 어필해 인기를 얻는다’고 인터넷 사전에 정의돼 있다.

자신의 혼과 열정을 담아 개성 있는 연기를 하는 연기파 배우보다 외모를 내세워 인기를 끌기 위한 청년 일자리 정책이 입안되고 실행되지 않았나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또한 청년 일자리 정책의 입안과 집행에 혼을 담기보다 자신들의 정치적 시각에서 판단하고 있지 않나 고민해 봐야 한다.

청년 일자리 정책은 정치적으로 해결하기보다 경제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고 양질의 일자리가 생겨난다. 활발히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시장을 조성해 주면 자연스럽게 일자리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여기에 정부는 청년 일자리 정책을 위한 연기파 배우 캐스팅을 통해 정책적으로 혼이 담긴 청년 일자리 정책이 나오도록 조성해야 한다.

단순한 인기 위주의 재정 지원과 투입보다는 일자리에 대해 많은 고민과 현장에서 일자리 체험을 직접 해 본 개성 있는 연기파 배우로 캐스팅해야 한다. 연기파 배우와 관객 그리고 시나리오는 그 연극을 최대의 가치로 상승시키는 요소다. 정치하던 사람들이 청년 일자리 정책을 세우면 정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이는 인기 있는 아이돌 가수가 외모로 배우를 하는 것과 동일하다. 따라서 현 정부의 청년 일자리 정책에 대한 연극을 어떻게 만들어 갈지 고민해 봐야 한다.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장을 아는 연기파 배우와 현장에 기초한 시나리오 그리고 고용을 책임지고 있는 기업의 참여로 해결돼야 한다. 결국 보여주기 위한 오두(五蠹) 정책은 안 된다. 사회가 모든 역량을 모아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의 방법에 머리를 맞대고 찾아야 한다.

김홍유 경희대 교수, 전 한국취업진로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