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유진 디어먼데이(워케이션 전문 스타트업) 대표
일과 휴식의 양립을 지향하는 ‘워케이션(Worcation, Work+Vacation의 합성어)’은 새로운 조직문화를 넘어 새로운 근무형태의 한 축으로 기업에 스며들고 있다. 워케이션은 코로나19의 발발로 전세계 기업의 조직·근무문화가 바뀌면서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시작은 기업이 내세운 복지 이벤트로, 우수 성과자에게 떡 하나 더 주는 셈으로 여겨졌던 워케이션 제도는 시간이 지나면서 기업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근무형태로 변모하고 있다.특히 일본은 코로나19 이후 워케이션 시장이 급성장 중이다. 2020년 일본의 워케이션 시장 규모는 699억엔(약 6,411억원/2023년 8월 17일 기준)으로 성장했고, 2025년에 3622억엔(약 3조 3,220억)까지 전망했다. 국내 역시 대기업을 중심으로 워케이션 도입에 적극적이다. 직원들에게 일과 휴식이 가능한 근무제도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함과 동시에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까운 미래, 기업의 인재 주축이 될 MZ세대 채용의 키(Key)로 주목받으면서 워케이션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아직 시장 초읽기인 국내에 워케이션 제도를 안착하기 위해 등판한 스타트업이 있다. 호텔리어와 기업 인사팀을 거쳐 지난해 워케이션 전문 스타트업 ‘디어먼데이’를 설립한 권유진 대표다. 그간의 경험을 초식으로 워케이션 시장에 뛰어든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요즘 바쁘신가요.
“지난해 말 법인을 설립하기도 했고, 현재 3명이서 일당백으로 커버하고 있다 보니 정신없이 바쁘기도 하지만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웃음) 사실 휴가철은 저희에겐 비수기시즌이라 본격적인 하반기를 준비하는 시간으로 보냈죠.”
요즘 대표님을 가장 바쁘게 하는 건 뭔가요.
“새로운 솔루션 개발, 그리고 신규지점 오픈 준비, 그리고 디어먼데이를 알리는 데 좀 더 비중을 많이 두고 있어요.”
디어먼데이의 비즈니스 모델은 구체적으로 뭔지 소개해 주시죠.
“저희는 워케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입니다. 현재 제주, 경주, 강릉 지역에 있는 호텔 등의 숙박시설과 연계해 저희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워케이션은 일과 함께 휴가를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문화이기 때문에 휴양지의 공간에 좀 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저희만의 색깔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강릉의 세인트존스 호텔의 경우 원래 펍(Pub)이었던 공간을 저희가 오피스 공간으로 바꿔 워케이션 고객사에 제공하는 식이죠.”
그럼 기존에 쓰지 않던 공간을 디어먼데이의 오피스로 바꿔 활용하는 건가요.
“강릉점의 경우, 시작은 플래그십 스토어처럼 활용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투자를 해 공간을 바꾼 케이스예요. 제주나 경주점의 경우에는 유효 공간을 활용했는데, 현재로선 저희도 테스트를 해보는 차원이라 기존 공간을 최대한 저희만의 색깔을 입혀 변화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수익 분배는 어떤 구조로 되어 있나요.
“사실 기존의 호텔이나 펜션 공간을 활용하는 거라 비수기에는 객실을 저희가 대신 팔아주는 거예요. 객실 원가를 정산하고 저희는 오피스 마진을 분배하는 구조라 호텔이나 펜션과 같은 숙박시설에서는 저희와 파트너를 맺고 싶어 하죠.”
숙박시설 입장에서는 오히려 비수기에 손님을 끌고 올 수 있으니 이득이겠네요.
“그렇죠. 공실로 놔두면 손해니까요. 그렇다고 다른 숙박 플랫폼에 올리면 수수료를 많이 줘야하거든요. 또 이미지도 안 좋아질 수도 있고요. 저희는 기존 숙박비용을 제안하는 형태라 오히려 성수기가 걱정이에요. 성수기엔 아무래도 숙박비용이 비싸져서 워케이션을 하려는 기업에도 부담이 되죠.”
디어먼데이가 해석한 워케이션 서비스는 뭔가요.
“저희는 워케이션이라는 자체에 의미를 뒀어요. 지금까지는 휴가지에 카페와 연계해 일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면 저희는 공간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 안에 기업의 복지혜택과 연계한 프로그램들을 제공하는 거예요. 이를테면, 현지에서 요가 프로그램을 제안한다거나 아이들과 함께 올 경우 가족 케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식이죠.”
그 프로그램은 디어먼데이에서 제공하는 건가요.
“현재는 지역에 있는 파트너사와 연결하고 있어요.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 경우 비용이나 관리 측면의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고, 사업 초반이라 여러 방법들을 테스트 해보고 있는 중입니다. 무엇보다 현재 제주, 경주, 강릉 지점에 연결된 지역 파트너사들이 너무 잘 해주시기도 하고요.”
아직 검증되지 않는 초기 스타트업이라 지역 업체와 인연을 맺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이네요.
“중요한 부분이죠. 저희 프로그램이 잘 되면 지역의 파트너사의 수익으로 이어지거든요. 그래서 그만큼 협조적이고 저희랑 핏이 맞는 파트너사를 찾는 게 저희에겐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래서인지 한 번 연결이 된 곳은 끈끈한 파트너십으로 이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코로나19가 시작되고 이어지면서 기업의 근무형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어요. 워케이션에 대한 관심이 커졌지만 현재 시점에선 조금 누그러졌다고 느껴지기도 해요. 이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원격근무를 시행했던 기업들이 출퇴근제로 다시금 바꾸면서 그런 얘기들을 많이 하시는데, 전 워케이션는 다른 문제인 것 같아요. 기업 특성에 따라 기업에 맞는 근무제도를 적용시키는 건 당연하다고 보죠. 반면 워케이션은 직원들에게 자율성과 책임을 동시에 주면서 새로운 근무환경의 기회를 제안하는 제도이거든요. 근무제도를 A에서 B로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C라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거예요. 그래서 기업에서도 굉장히 큰 관심을 가지고 있고, 문의도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실제 기업에서 워케이션 문의를 많이 하나요.
“대기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에서도 이용에 대한 문의가 많이 오고 있어요. 모 대기업에서는 저희가 서비스 오픈을 하기 전 함께 하고 싶다는 제안이 오기도 했어요. 대기업의 경우 워케이션과 같은 새로운 근무제도에 투자는 아끼지 않는 것 같아요. 워케이션을 통해 일하면서 휴가를 즐길 수 있는 만족감이 크다 보니 직원들의 만족도 향상과 향후 인재 확보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거든요.”
기업만의 요구사항도 있을 것 같아요.
“간혹 우리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요청하는 기업들이 있어요. 업무상 보안이 유지되어야 하는 부분이 있잖아요. 그 경우 프라이빗한 공간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죠. 그래서 강릉지점에 별도의 오피스 공간을 만들어 프라이빗한 공간을 제공하고 있어요. 그 공간은 예약한 기업만 사용할 수 있어요.”
디어먼데이의 무기는 뭔가요.
“창업 전 기업의 인사담당자로 근무했었어요. 현대백화점 인사팀에 근무하던 시절, 워케이션을 도입한 적이 있었어요. 꽤나 성공적이었죠. 지금도 내부에서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잘 안착한 프로그램이죠. 처음 도입할 때 무척이나 힘들었어요.”
어떤 점이 힘들었나요.
“워케이션을 왜 해야 하는지 임원분들에게 설명을 하고 설득하는 작업에만 반년 넘게 걸렸어요. 이게 왜 필요한지, 왜 도입해야하는지 이해를 못 하셨거든요. 그때의 반응이 “휴가랑 뭐가 달라” “거기서 회사 기밀 자료 유출되면 어떡할거야” 등등 하지 말아야 할 수백가지의 이유에 대한 답을 만들어 설득했거든요.”
이 부분이 왜 디어먼데이의 무기가 되는 건가요.
“현재 워케이션을 비즈니스 모델로 창업하는 분들 대부분은 숙박시설 운영 경험이 있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펜션과 같은 숙박시설에 가깝죠. 근데 전 인사분야에서 워케이션을 도입한 경험이 있어요. 워케이션이 필요하지만 많은 기업에서 왜 도입을 선뜻 하지 못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어요. 남들이 하지 못한 경험을 통해 시장을 접근하는 것이 디어먼데이의 강점이자 무기라 생각해요.”
호텔리어-대기업 인사팀-창업으로 이어지는 것도 일반적이진 않네요. 창업을 결심한 계기가 있나요.
“창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딱히 없었어요. 회사 생활도 나름 재미있게 했었어요. 퇴사를 결정했을 때 주변에서 다들 놀랐죠. 사실 어느 순간 회사를 다니면서 뭔가 새로움보다 익숙함이 커졌어요. 이렇게 다니면 자연스레 승진하면서 이렇게 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더 늦기 전에 새로운 것에 도전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지금 아니면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퇴사를 했죠.” 국내 시장에서 워케이션은 어느 선까지 왔다고 보시나요.
“턱 밑까지 왔어요. 기업에서는 임직원들을 위한 새로운 복지형태의 프로그램이 필요해요. 근데 그 새로운 것이 무엇이 돼야 할지는 아직 정확히 몰라요. 그 중 워케이션도 있어요. 대게 기업의 복지 프로그램은 기업이 돈을 내고, 직원들이 활용하는 거잖아요. 워케이션은 특히 더 그렇고요. 이 부분의 간극을 어떻게 좁히느냐가 관건인 것 같아요. 제가 인사팀에서 했던 것처럼 이게 왜 필요한지, 왜 기업에 도입해야하는지를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조심스런 이야기지만 워케이션 문화가 이슈가 되다 보니 각 지자체에서 관련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는데, 예산으로 숙박비 등을 할인해 주기도 합니다. 물론 지속가능하다면 좋겠지만 대부분 책정된 예산 외 프로그램 운영이 어려운 게 현실이거든요. 그 경우 시장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요.”
이제 시작이지만 디어먼데이의 향후 목표도 궁금합니다.
“아직 공개 전이지만 기업이 좀 더 편리하게 워케이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워케이션 전용 웹 솔루션 오픈을 준비 중이에요. 기존의 숙박시설 예약 시스템으로는 기업이 원하는 워케이션 형태로 예약이 불가능해요. 그래서 워케이션 지역을 선택하면 최적화된 예약 시스템부터 지역 콘텐츠 상품, 여행가이드, 주변 맛집 등등을 제공하고 커뮤니티 형식으로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 중입니다. 그리고 내년 상반기 내 제주, 강원 등 신규 지점 오픈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사진=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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