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미술도서관 외관. 2020년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준공건축물 부분 우수상을 수상했다.
의정부미술도서관 외관. 2020년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준공건축물 부분 우수상을 수상했다.
입추가 지났지만 퇴약볕은 여전히 강하게 내리쬐고 있다. 고온 다습한 무더위가 언제쯤 끝날지 모르겠지만 먼 곳으로 비행기를 타고 멀리 떠나 휴가를 즐기는 것은 바쁜 직장인들에게 쉽지 않은 과제다. 휴가를 계획하고 있더라도 어디에서 보낼지 망설이게 되는 법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우리 일상에서 아주 가까이에 마치 휴가를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문화 공간이 있다.

예술의 아름다움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 공간, 바로 의정부미술도서관이다. 이곳은 예술과 도서관이 만나 탄생한 한국 최초의 복합 문화 공공시설로, 300억원의 투자로 완공됐다. 건물 외부에서부터 느껴지는 세련된 디자인은 여타 보수적인 공공시설물의 디자인과는 차이가 있다.
도서관 1층의 이름은 '아트그라운드'다. 예술과 관련된 서적들이 모여있다.
도서관 1층의 이름은 '아트그라운드'다. 예술과 관련된 서적들이 모여있다.
의정부미술도서관은 1층부터 3층까지 나선형 계단으로 연결돼 있다. 건축학적으로 설계된 계단은 공간의 높이를 최대한 활용해 내부의 웅장하고 넓은 시야를 구현한다. 창문 밖의 자연과 채광이 한쪽 벽을 모두 차지해 마치 숲속 도서관에 온 듯한 착각을 준다. 변화무쌍한 자연의 날씨와 함께 전시된 책 그리고 도서관을 찾는 이들이 어우러져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여겨질 만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도서관 2층에서 내려다본 전경. (사진=우화정)
도서관 2층에서 내려다본 전경. (사진=우화정)
1층부터 3층까지 차별화된 콘텐츠가 한가득
2023년 7월 말 기준 현재 의정부미술도서관의 소장 총 권수는 5만2056권이고 이 중 예술 서적이 1만3781권이다. 가격이 비싸거나 단종돼 구하기 쉽지 않은 예술 서적도 소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들을 엄선해 제작된 리미티드 에디션 ‘호크니 빅북’이라는 희귀본은 한 권에 500만원에 이르는 고가 도서다. 의정부미술도서관에서는 1층에 전시돼 있다.

이곳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다양한 주제와 카테고리의 서적뿐만 아니라 역사·사회·외국어 등의 교양도 함께 제공한다. 2층은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관심을 가질 만한 다양한 책들로 가득 차 있다. 의정부미술도서관의 주요 테마는 예술에 관한 모든 것이지만 역사·사회·외국어 등 도서관 기본 교양 카테고리에도 충실하다. 이곳에서는 가족들이 함께 독서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3층은 도서관의 주제와 특징을 엿볼 수 있는 휴식 공간으로 다목적홀과 프로그램존이 있다. 여기에는 기증존과 오픈 스튜디오도 있다. 오픈 스튜디오는 미래가 창창한 신예급 작가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초대받은 작가들은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작업실을 사용할 수 있고 작업 결과물을 의정부미술도서관 전시실에서 공유하기도 한다.
3층에 마련된 카페.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사진=우화정)
3층에 마련된 카페.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사진=우화정)
기증존에서는 미술 애호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이 기증한 책과 함께 미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적은 메모를 확인할 수 있다. 3층에는 카페도 있어 커뮤니티는 물론 휴식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 밖에 기존 판형보다 30% 크게 제작된 큰 글자책, 도서관 사서가 직접 구매해 읽은 책 등 테마존이 구석구석 마련돼 있다.
여름을 보내는 방법, 의정부미술도서관에서 ‘북캉스’ 즐기기 [MZ 공간 트렌드]
만약 작은 글자를 보는데 어려움을 느낀다면 3층에 마련된 큰 글자책 코너에서, 부모님과 함께 온 자녀라면 뒹굴면서 책 속에 빠져들 수 있는 어린이 도서관 섹션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 남녀노소 모두를 위한 공간이다. 도서관 회원으로 가입하면 최대 10권까지 무료로 대출할 수 있다.
창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놓여진 1인용 소파. (사진=우화정)
창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놓여진 1인용 소파. (사진=우화정)
사용자의 감성을 배려한 공간 디자인
다양한 콘텐츠와 함께 특히 사용자의 감성을 고려한 공간이라는 특징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특히 사람마다 다른 읽기 스타일을 존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사람은 정자세로 앉아 책을 정독하고 싶어 하고 어떤 사람은 푹신한 소파에 누워 탐독하고 싶어 한다. 태블릿이나 노트북을 들고 자료를 검색하거나 개인 공부를 하고 싶어 할 수도 있다. 일반 도서관이라면 모든 개성을 수용할 수 없지만 이 미술 도서관에서 만큼은 가능하다. 1층에서 3층까지 건물의 각층을 돌아다니며 자신만의 책 공간을 찾아가는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윤제나 기자 ze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