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이 쏜 휘어진 3개의 화살, 중국 경제를 위기로[EDITOR's LETTER]
‘청년 실업률 고공 행진, 부동산 침체로 대형 건설 업체 부도 위기, 반도체 수출 부진, 수출 증가율 마이너스 기록, 경제성장률 전망치 계속 추락 중, 급속한 고령화로 생산 가능 인구 감소, 이에 따른 성장 잠재력 훼손, 사회적 불만에 대한 정부의 통제 강화.’

아주 익숙한 현상이지요. 어떤 나라를 생각하셨습니까? 중국 이야기입니다. 최근 중국 경제와 관련해 나오는 단어는 대부분 부정적입니다. 디플레이션, 1억 채의 빈집, 청년 실업률 21%, 부동산 개발 업체 파산, 국가 부채 비율 급등 등이 그렇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질주는 거침없어 보였습니다. 미국과 세계 패권을 놓고 다투면 승패를 예상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습니다. 이랬던 중국이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진 느낌입니다.

전문가들은 핵심 문제로 ‘3D’를 꼽습니다. 부채(Debt), 인구 변동(Demography), 디커플링(Decoupling) 등입니다. 코로나19 극복과 경기 부양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한 결과 중국의 부채는 급증했습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 비율(정부·가계·기업)은 282%에 달합니다. 고령화로 인구가 줄어들며 성장 여력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미국과의 충돌에 따른 디커플링은 중국에 엄청난 타격을 줬습니다.

동의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발 더 들어가면 중국 자본주의와 정치 시스템의 마찰이라는 본질적 문제가 머리를 내밀고 있는 게 보입니다. 한국과 중국 경제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정통 경제학에서 하지 말라는 것은 다 해가며 발전했다는 것입니다. 정부 주도의 계획 경제, 시장 개입, 대기업 중심의 불균형 발전 등이 그것입니다. 중국은 여기에 더해 건설 중심의 ‘토건 국가’란 특징까지 더해 놓았습니다. 한국은 그 한계가 1997년 외환 위기로 드러났습니다. 이후 체질 개선에 성공, 두 번째 도약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진행형이지만….

반면 중국은 40여 년간 이렇다 할 위기 한 번 없이 질주했습니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 시장의 힘도 커지는 게 자연스럽지만 시진핑 국가주석은 반대로 가는 모험(?)을 합니다. 정치의 힘을 강화하는 공동 부유(共同富裕) 정책을 2021년 들고나왔습니다. 이는 부동산·빅테크·사교육 등 3대 규제로 이어졌습니다. 그 결과 2023년 중국 경제는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볼까요.

자본주의는 본질적으로 개별적 욕망을 구조화한 시스템입니다. 공동 부유는 이 욕망을 통제하려는 시도였습니다. 한마디로 잘살아 보겠다는 ‘인민의 꿈’을 무시한 정책이었습니다. 내 집을 마련하고 내 자식을 교육해 다음 대에는 성공을 이루겠다는 인민의 꿈은 상처받았습니다.

자본주의의 또 다른 원동력은 ‘파괴적 혁신’입니다. 슘페터는 “자본주의 파괴적 혁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발전한다“고 했습니다. 빅테크에 대한 파괴적 규제는 이 명제를 거부한 결과로 이어집니다. 창업 열기는 식어버리고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는 증가를 멈췄습니다.
마지막은 민주주의의 가치입니다. 민주주의 없이 선진국으로 간 국가는 없습니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경제는 정치다”라고 말했습니다. 집단 간 이익이 충돌할 때 이를 조화롭게 조절하는 민주주의를 통해 경제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다는 의미였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경제 위기의 진원지가 시진핑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입니다. 이 역행의 최종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비관적입니다.

글로벌 경제 전체로 보면 성장을 멈춘 미국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에서 중국 경제의 위기가 시작됐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충분히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 현재 중국이 자신의 힘을 과신하고 행동한 결과란 측면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한국은 어떻냐고요? 글의 맨 앞부분을 다시 읽어주시길….

김용준 한경비즈니스편집장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