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서지 말라는 데도 기다리는 팬들…땡볕 더위에도 "좋아요"
매장 인근 벽면에 방문 접수 관련 큐알 스티커 부착
슈프림 국내 첫 매장, 오는 19일 강남구 신사동서 정식 오픈

오는 19일 정식 오픈하는 슈프림 매장. (사진=최수진 기자)
오는 19일 정식 오픈하는 슈프림 매장. (사진=최수진 기자)
건물 외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 흔한 로고도 안보인다. 미국 스트리트 브랜드 슈프림의 신비주이다. 오픈 전까지 어떤 정보도 공개하지 않겠다는 그들의 전략이 확실하게 드러난다.

18일 오전 11시에 찾은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153길 37(신사동 648번지)에는 막 인테리어 공사를 끝낸 듯한 건물이 있다. 오는 19일 정식 오픈하는 슈프림의 국내 첫 매장, '슈프림 도산(Supreme 도산)'이다. 지난해 10월 한국 진출설이 나온 지 10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내는 셈이다.

슈프림은 1994년 뉴욕 맨해튼에서 시작된 브랜드다. 창업자는 제임스 제비아다. 설립 28년이 지났지만 매장이 있는 국가는 미국·영국·일본·프랑스·이탈리아·독일 등 6곳에 불과하다. 한국은 슈프림 매장을 보유한 일곱째 나라가 됐다.

'슈프림 도산'은 루이비통의 팝업스토어 '이스트 도산'과 메이크업 전문점 사이에 있다. 바로 건너편은 도산공원이다. 매장은 연중무휴다.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된다고 한다.
방문 접수 페이지. (사진=최수진 기자)
방문 접수 페이지. (사진=최수진 기자)
신사동 648번지 건물이 슈프림의 매장일 것이라는 힌트는 사실 없다. 로고, 내부 인테리어, 제품 진열 모습 등은 밖에서 보일 수 없도록 하얀 천과 포장지로 철저하게 막아놨다. 앞서말한 슈프림의 '신비주의 전략'이다. 슈프림은 같은 제품을 2번 이상 제작하지 않는 고집과 한정판 전략 때문에 '신비주의 브랜드'라는 별칭을 얻었다.

고객들, 정확히 말하면 마니아들의 기대도 크다. 슈프림 측에서 지난 16일 노숙런(특정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매장 인근에 텐트를 설치하고 밤새 대기하는 행위)을 하지 못하도록 결정해 별도의 캠핑족은 안보였다. 그래도 여전히 대기 고객은 찾을 수 있었다. 밤새 대기하려고 결심하고 온 사람, 단순 호기심에 매장을 구경하러 온 사람 등 다양한 면모가 보였다. 또, 줄은 서지 않지만 지나가면서 매장을 촬영하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오전 11시 현장에서 만난 20대 박 씨에게 "왜 기다리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지금부터 오픈할 때까지 기다리는 건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매장 사진을 보고 너무 궁금해서 와본 것"이라며 "오늘은 다시 돌아갔다가 내일 아침 일찍 다시 올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오전 6~7시쯤 도착하면 그래도 오전에는 들어갈 수 있지 않겠냐"라고 되물었다.

또 다른 방문객 최 씨는 "내일 오픈까지 여기서 대기하려고 했는데 매장 직원이 와서 기다리지 말라고 하더라"라며 "그래서 그냥 오늘은 집에 간다. 내일 일찍 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같은 날 오후 1시쯤 현장을 다시 찾으니 이전에 없던 큐알 스티커가 있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큐알코드를 촬영하면 방문 접수(웨이팅) 페이지로 연결된다. 아직 접수는 안 됐다. 큐알코드를 촬영해서 해당 페이지로 들어가 보니 현재까지는 '예약 가능한 시간이 없습니다'라는 문구만 나왔다.
슈프림 매장. (사진=최수진 기자)
슈프림 매장. (사진=최수진 기자)
슈프림 측에서 고용한 보안요원은 "밥 먹으러 가기 전까지만 해도 큐알 스티커가 없었는데 방금 슈프림 측에서 스티커를 붙여놨다"라며 "대기하러 오는 사람들이 하도 많으니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슈프림 관계자는 "오늘 밤 12시(19일 오전 0시)에 접수 시스템이 오픈한다"라며 "근데 경쟁이 치열할 것 같다"꼬 말했다, 그는 "이때 접수를 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19일 오후 1시에도 한 번 더 같은 방식으로 접수를 받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방문 접수 시스템을 운영하는 만큼 현장에서 대기하는 고객들의 입장은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슈프림 관계자는 "접수를 하고 오는 게 헛걸음하지 않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오후 1시 30분에 매장을 찾은 23살 정 씨는 "집이 수원인데 오늘 밤샐 각오를 하고 왔다"라며 "현장 대기가 안 돼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오늘 밤 12시에 방문 접수를 도전해 보고 실패하면 아침 일찍 현장에 와서 대기하려고 한다"며 "내일 무슨 일이 있어도 매장에 들어갈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챕터4는 한국의 특허 법인을 통해 2018년 상표권을 출원했다. 특허청은 지난해 9월 슈프림의 상표권 출원에 대해 공고 결정을 내렸다. 통상 상표권은 업체가 출원 신청을 하면 공고 단계를 거쳐 최종 등록된다. '공고'는 출원 거절의 이유가 없을 때에 해당한다. 공고일로부터 2개월간 이의 신청이 없고, 업체가 제때 상표권 등록료를 납부하면 등록이 마무리된다. 이에 따라 슈프림의 상표권 출원은 지난해 말 완료됐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