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특허 출원 전 공지된 발명에 대해서는 특허를 받을 수 없고 이미 등록된 특허라고 하더라도 출원 전에 비밀 상태를 벗어나 불특정 다수에게 공지됐거나 공연히 실시된 발명이라면 특허 무효 사유가 된다.
발명자나 출원인이 출원 전에 자신의 발명을 스스로 공개한 것을 ‘자기 공지’라고 하는데 이때 해당 발명은 자기 공지로 인해 신규성이나 진보성이 부정돼 특허로 등록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자기 공지는 발명자가 제 발등을 제가 찍는 행위와 같다.
한편 특허법은 자기 공지로 인해 그 발명이 특허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 발명자에게 가혹하다는 측면을 고려해 출원인이 자기 공지 이후 12개월 내에 해당 발명을 출원하면 공지되지 않은 발명으로 보는 ‘공지예외제도(특허법 제30조)’를 마련하고 있다.
자신의 특허를 지키기 위해 그 발명을 출원 전에 공개하지 않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으로 보이지만 실무에서는 자기 공지로 인해 특허 등록이 거절되거나 혹은 등록된 특허가 무효로 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한다.
실제 다수 확인되는 자기 공지 유형은 발명자가 출원 전 대상 발명을 논문 게재, 또는 학회 발표를 통해 공개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은 위장관 기질 종양(GIST)에 대한 용도 특허는 일부 발명자들의 자기 공지로 인해 진보성이 부정돼 무효가 됐다.
위 특허의 발명자들 중 일부가 ‘글리벡의 위장관 기질종양(GIST)에 대한 임상 시험이 시작됐고 초기 결과가 흥미롭다’는 내용의 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했는데 이와 같은 일부 발명자들이 공지한 논문이 선행 문헌이 돼 해당 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된 것이다.
향후 출원인이 될 회사는 해당 연구 시작 단계에서부터 미리 소속 발명자나 제3의 기관과 그 소속 발명자에게 계약을 통해 비밀 유지 의무의 일환으로서 ‘관련 발명에 대해서는 논문·학회 발표 등 형태를 불문하고 외부에 이를 일부라도 공개하는 경우 사전에 회사에 알리고 회사의 서면 동의를 받는 경우에만 이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의무’를 명시적으로 부여할 필요가 있다.
또 발명자가 그 절차를 정확히 이행할 수 있도록 통지 절차도 명확하게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통해 회사는 출원 대상 발명의 공지 여부를 사전에 파악해 출원 전 자기 공지로 인한 무효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발명자나 출원인이 출원 전 거래 관계에 있는 제삼자에게 발명을 공개하는 형태의 자기 공지도 빈번히 확인된다.
발명자가 출원 전에 해당 발명을 제삼자에게 판매해 설치하고 인도한 사안, 발명자가 출원 전 발명의 품목서를 제삼자인 관련 업체에 배포한 사안에서 판례는 비밀 유지 의무가 없는 제삼자에게 발명을 공개한 발명자의 자기 공지로 인해 특허의 신규성이 부정된다고 보고 그 특허를 무효로 판단했다.
따라서 발명자 등은 자신의 발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출원 전에 출원 대상 발명을 제삼자에게 공개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투자를 받기 위한 경영상의 이유나 발명 완성 과정에서 실험을 위한 시제품을 생산해야 하는 여러 가지 이유로 출원 대상 발명을 출원 전에 제삼자에게 공개해야 할 불가피한 사정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 발명자 등은 그 발명을 공개하기 전에 발명을 공개하는 제삼자를 특정한 자로 한정하고 이들 제삼자와 명시적인 비밀 유지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자기 공지로 인한 특허 무효 가능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발명자나 출원인은 특허 발명을 위한 무수한 노력이 스스로의 행위로 인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출원 전 자신이 발명이 공개될 가능성을 사전에 점검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차효진 법무법인(유)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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