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이미지 정치 프로파간다 분석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2009년 8월 여름 휴가 중 말을 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2009년 8월 여름 휴가 중 말을 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필자는 개인 이미지 관리(PI : Presidential Identity) 전문가로서 정치와는 무관하게 PI를 이미지 브랜딩 관점에서 분석해 보고자 한다.

이미지 브랜딩(Image Branding)은 이미지 메이킹보다 포괄적인 개념으로, 개인이 자신의 인격·전문성·가치관 등을 포함한 개인적 특성을 강조해 자신의 브랜드를 구축하는 과정이다. 이는 개인의 취향·스타일·경력 등을 고려해 타인에게 이미지를 전달하고 인식을 조작함으로써 목표를 달성하는 전략으로 정치인에게는 승패가 달린 경쟁력이다.

암살자 배후로 의심받는 푸틴의 이미지 평판 추락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었던 이들은 암살설과 함께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최근 무장 반란을 시도했던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의 설립자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탑승한 전용기가 추락해 사망했다고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푸틴 대통령이 배후로 의심되는 암살설이 회자되면서 푸틴 대통령의 이미지 평판을 더욱 추락시키고 있다.

영국으로 망명한 전직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가 2006년 홍차를 마시고 숨진 ‘홍차 독살 사건’부터 영국으로 망명했던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 재벌) 보리스 베레조프스키가 2013년 런던 부촌의 자택 욕실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숨진 채 발견된 사건 배후에도 푸틴 대통령이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푸틴 대통령을 러시아 국민의 의식 속에 ‘카리스마 지도자’로서 이미지 브랜딩을 확고하게 해준 것은 과거의 강한 러시아를 재건하겠다는 정치적 프로파간다(propaganda) 전략이었다.

‘프로파간다’는 일정한 의도를 갖고 세론을 조작해 사람들의 판단이나 행동을 특정의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것으로 선전·선동을 의미한다.

푸틴 대통령은 집권 기간 내내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메가 스포츠 이벤트 유치를 통해 ‘러시아의 영광’을 강조하며 자신의 이미지를 브랜딩하고 있다. 2014년 크림반도 침공에 이은 우크라이나 침공 역시 이런 정치적 프로파간다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월 4일(현지 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 다게스탄 자치공화국의 여덟 살 소녀 라이사트 아키포바를 초대해 꽃다발을 선물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월 4일(현지 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 다게스탄 자치공화국의 여덟 살 소녀 라이사트 아키포바를 초대해 꽃다발을 선물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민심 흔들릴 때면 소녀 앞에 무릎 꿇고 꽃 전달

푸틴 대통령은 ‘카리스마 있는 강한 지도자’로 보이기 위해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 이력과 다양한 스포츠를 하는 사진이나 영상을 교묘하게 활용해 왔다.

예를 들어 상의를 탈의하고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말을 타거나 사격을 하는 등의 사진을 통해 대중과 거리를 두면서 철권 통치자를 연상케 한 푸틴 대통령은 위기가 닥칠 때마다 국민에게 자신의 건재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민심을 얻기 위한 미디어 정치를 교묘하게 활용했다.

크렘린궁에서 여덟 살 소녀 라이사트 아키포바에게 무릎을 꿇고 꽃다발을 전하면서 부드러운 이미지를 어필하거나 모스크바에서 열린 기술 박람회에서는 화이트보드에 직접 유명 만화 캐릭터를 그리는가 하면 관람객들과 셀카를 찍는 등 스킨십을 보여주면서 친근한 이미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바그너그룹의 무장 반란 사태 이후 흔들리는 민심을 느낀 푸틴 대통령은 시내에서 자신을 환영하는 군중에게 다가가 악수를 하거나 함께 사진을 찍었고 심지어 가볍게 볼 입맞춤을 하는 모습을 미디어를 통해 노출했다. 소통하는 대통령의 이미지 프로파간다 전략을 미디어를 통해 노출하고자 한 것으로 분석된다.

부정적인 행동의 본질을 흐리는 패션 정치

푸틴 대통령은 부정적인 행동이 언론에 노출될 때마다 ‘블레임 룩’ 전략을 활용해 왔다.

‘블레임 룩’은 ‘비난하다’라는 뜻의 블레임(blame)과 ‘스타일’을 의미하는 룩(look)의 합성어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인물의 패션이 주목받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는 사회적으로 논란을 만든 부정적인 행동들을 명품 스타일 등의 이슈들을 생산해 본질을 흐리고 언론의 주목을 다른 쪽으로 분산시키려는 전략 중 하나다.

예를 들어 세계인의 공분을 사고 있던 2015년 푸틴 대통령은 멜란지 그레이와 다크 그레이 컬러가 배색된 트랙 슈트를 입었고 그리스 메테오라의 발람 수도원을 방문했을 때는 로로피아나의 네이비 컬러 운동화를 착용해 언론과 세계인의 관심을 부정적인 사건에서 명품으로 전환시켜 본질을 흐리고 분산시키는 전략 등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정치인 이미지는 유권자가 평가하는 종합적 인식체계

정치인의 비전과 정책 그리고 공약·업적 등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정치인 간에 이런 부분에 큰 차이가 없거나 잘 모른다면 정치인의 보여지는 이미지와 인간적인 매력을 감성적으로 판단할 확률이 높다.

즉, ‘이미지는 실제보다 강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런 부분을 인지하고 있는 정치인은 저마다 자신의 강점을 강화하고 단점을 보완하는 이미지 전략을 세우고 있다.

실제 정치 세계에서는 정치인 이미지와 브랜딩 파워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PI 전략들이 실행되고 있다. PI는 상호 작용의 결정체로, 이미지는 유권자가 정치인이나 정당을 평가하는 종합적 인식 체계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미지는 단순히 개인적 매력이나 카메라에 대한 친숙성보다 훨씬 더 본질적이고 복합적인 개념으로 이해돼야 한다. 정치인의 이미지는 유권자가 인식하는 외향에 관련된 차원과 정치인 업무 수행 능력과 관련된 개인적 속성의 조합이고 이는 개별 유권자의 개인적 속성과 선유경향(先有傾向 : 사람들이 특정 사실에 대해 미리 갖고 있는 선입견)과의 상호 작용을 거쳐 생성되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위태로워지고 있는 푸틴의 철권 통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것은 러시아가 아니라 서방이고 러시아는 평화로운 사태 해결을 원한다는 억지 주장을 재차 피력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흔들림 없는 지지 기반에 힘입어 지금까지 존재할 수 있었다.

정권의 취약성이 드러난 경우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푸틴 대통령을 대체할 만한 지도자가 아직 없다는 러시아 국민의 믿음이 바로 푸틴 대통령의 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 전문가들은 러시아 엘리트들과 국민이 국가의 견고함과 정치적 안정 때문에 푸틴 대통령을 사랑했지만 푸틴 대통령이 권력을 잡음으로써 안정을 제공하고 안보를 보장한다는 생각은 반란과 함께 혼란을 겪고 있다고 본다. 또한 러시아 엘리트들이야말로 푸틴 정권을 가장 위태롭게 만들 수 있는 세력이라고 주장하면서 푸틴 대통령의 철권 통치가 위태로워지고 있다고 예고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거리에 푸틴 대통령이 수갑을 찬 채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선 모습을 묘사한 이미지를 담은 우표 모양의 플래카드가 세워져 있다는 최근 보도는 푸틴 대통령의 추락을 오버랩 되게 한다.

푸틴 대통령의 암살 잔혹사는 지난 23년간의 통치 기간 반복돼 왔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암살 사례도 셀 수 없을 정도였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비판한 사람들은 모조리 숙청당했다.

‘무장 반란’을 시도했던 프리고진 설립자가 2개월 만에 전용기 추락사를 하면서 푸틴 대통령을 떠올리면 ‘독극물’, ‘추락사’, ‘의문사’ 등 ‘죽음’이라는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게 된다. 이미지 브랜딩은 실체와 이미지가 동일하도록 견제하고 유지하는 끊임없는 자기 관리 과정이다.

세계를 피로 물들이며 거센 비난을 사고 있는 푸틴 대통령의 실체가 변화하지 않는 이상 연극은 무의미하다. 다시 말해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생명은 러시아 국민에게 달려 있는 만큼 측근들의 부정부패와 러시아 국민 사이에서 높아지고 있는 개혁의 시그널을 계속 무시한다면 제아무리 전략적으로 이미지 정치 프로파간다를 한다 한들 진정한 이미지 브랜딩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 사진=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제공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 사진=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제공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