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토 데 사르노 디자이너, 오는 22일 밀라노서 첫 컬렉션 공개

사바토 데 사르노. (사진=구찌 인스타그램)
사바토 데 사르노. (사진=구찌 인스타그램)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가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지금의 구찌를 만든 디자이너 '알렉산드로 미켈레'가 지난해 말 사임한 데 이어 전 세계 패션 트렌드까지 변화하면서 실적 성장세는 둔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난 7월에는 구찌의 전성기를 이끈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마르코 비차리의 불명예 퇴진까지 발표됐죠. 공식 퇴임일은 오는 23일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구찌가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에서 모든 게시물을 삭제했습니다. 수천장의 사진과 동영상을 모두 없앤 것입니다. 지난 5월 경복궁 근정전에서 개최한 구찌의 '2024 크루즈 컬렉션 패션쇼' 사진도 모두 사라졌습니다. 게시물 '제로(0)' 상태로 회귀한 거죠. 이를 두고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은 '피드를 밀어버렸다'고 표현합니다.

브랜드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상업적인 용도로 사용되는 탓에 일상을 공유하는 목적이 아닙니다. 지난 자료를 한데 모아서 관리하고, 쉽게 볼 수 있도록 하는 '아카이브' 개념입니다. 그러나 변화, 혁신, 리브랜딩 등을 암시하기 위해 지난 자료를 모두 파기하는 파격적인 실험을 하기도 합니다. 지난 8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베르사체 역시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전부 삭제하며 변화를 암시하기도 했습니다.
인스타 게시물 삭제한 구찌…새 디자이너, 미켈레 뛰어넘을까[최수진의 패션채널]
구찌 계정에 새 글이 올라온 것은 지난 17일. 첫 게시물은 올해 1월 선임된 새 디자이너 '사바토 데 사르노'의 얼굴이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구찌 계정에서 올린 것은 아닙니다. 디자이너가 자신의 계정에 올린 게시물이지만 다른 계정에도 공유되는 '콘텐츠 연동' 기능을 사용해 구찌 계정에서도 보이는 겁니다. 사바토 데 사르노 디자이너는 사진과 함께 "구찌는 내가 패션에 다시 반할 기회"라고 적었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해보겠다는 포부를 밝힌 셈이죠.

18일에는 세계적인 모델인 다리아 워보이를 앞세워 새로운 주얼리 캠페인을 공개했습니다. 사바토 데 사르노가 처음 선보이는 캠페인으로, 엄밀히 따지면 이게 구찌의 첫 게시물이기도 하죠. 구찌 측은 "이번 캠페인은 두 가지 의미의 데뷔를 기념한다"라며 "사바토의 구찌에서의 새로운 시작과, 또 다른 하나는 수년 전 그가 패션 세계에 데뷔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구찌가 앞으로 성공할지 여부는 오는 22일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공개되는 사바토 데 사르노의 첫 컬렉션을 보면 알 수 있겠죠. 약 7개월의 기다림 끝에 나오는 컬렉션입니다. 구찌 모회사 케링그룹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사바토 데 사르노가 미켈레의 구찌를 지울 수 있을지 지켜보면 재미있을 것 같네요.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