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출시 일정 공유·제품 큐레이션 통해 '커뮤니티 강화'

(사진=무신사)
(사진=무신사)
3조원대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무신사, 그 시작은 20여년 전 작은 커뮤니티 소모임이었습니다. 2001년 조만호 무신사 의장이 온라인 동영상 포털 프리챌에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을 만들면서죠. 지금의 '무신사'는 당시 이름을 줄인 겁니다.

프리챌은 2000년대 가장 인기가 많았던 사이트입니다. 그때는 사용자간 소통이 가능한 커뮤니티형 사이트들이 인기가 많았는데, 프리챌은 사용자들이 올린 동영상을 공유하는 소모임 커뮤니티로 유명했거든요. 프리챌 외에도 다음 카페, 디시인사이드 등이 대표적인 1세대 커뮤니티 사이트입니다.

1999년 설립된 프리챌은 한때 회원수 1000만명을 돌파하며 다음보다 영향력이 컸습니다.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용자들이 프리챌 소모임을 통해 한데 모여 여러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 2000~2002년에 가장 인기를 얻었고요. 유료화 선언 이후 사용자가 이탈하면서 2011년 파산했지만 말이죠.

무신사도 여기서 시작됐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스니커즈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곳이었죠. 신발을 좋아하는 사용자들은 조만호 의장이 만든 이 소모임에서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한정판 운동화 사진을 자랑하거나 인기 제품의 출시 정보를 공유했습니다. 스니커즈만을 위한 커뮤니티가 형성된 것입니다.

다만, 2000년대 후반 들어서는 커뮤니티보다는 커머스 기능이 더 강화됐습니다. 더 많은 사용자를 유입시키기 위해 다양한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게 됐고, 기업으로 변모하기 시작했죠. 2009년 브랜드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 스토어'가 만들어진 이유입니다.

이제 사용자들은 정보 공유가 아닌 구매를 목적으로 무신사 앱을 누릅니다. 요즘 스니커즈 커뮤니티 어디가 유명하냐고 묻는다면 무신사가 아닌 네이버 카페, 다음 카페라고 답하죠.

그런데 오늘(20일) 무신사가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에서 시작한 무신사의 정체성을 강화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스니커즈를 주제로 신규 서비스 '스니커 전문관'을 오픈한다는 겁니다. 22년 전 그때처럼 사용자들끼리 한정판 신발의 출시 일정을 공유하고, 인기 제품들을 알려주겠다는 겁니다.

스니커 전문관에 들어가면 무신사가 직접 큐레이션한 스니커즈, 러닝화, 구두, 부츠, 신발 용품을 확인할 수 있고, 브랜드 협업과 발매 소식 등 스니커즈와 관련된 패션 콘텐츠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무신사 관계자는 "스니커 전문관을 통해 신발 사진과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로 출발한 무신사의 헤리티지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캠페인도 진행한다고 합니다. 10월 3일까지 무신사가 선별한 스니커즈 화보와 영상을 공개하고 한정판 스니커즈 발매, 할인 기획전, 오프라인 팝업 등 다양한 온오프라인 행사를 실시합니다. 다시 스니커즈 커뮤니티를 구축하겠다는 무신사. "그 신발 출시 일정이 언제더라? 무신사 들어가봐야겠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네요.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