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연합뉴스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연합뉴스
문재인 정권의 통계 조작 사건으로 세상이 어수선하다. 부동산 관련 통계는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인 한국부동산원에서 집계하는 통계와 민간 기관인 KB국민은행에서 집계하는 통계가 주로 쓰이고 있다.

문제는 정부 통계라고 할 수 있는 한국부동산원의 통계에서 발생했다. 민간 통계와 차이가 많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대해 그 당시 정부에서는 정부 통계는 ‘실거래가’를 중심으로 집계된 것이고 민간 통계는 부동산 중개소에서 집계된 ‘호가’ 중심의 통계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이런 주장에는 크게 두 가지 모순이 있었다. 첫째는 정부의 말이 맞는다면 예전에도 그런 차이가 났었어야 하는데 유독 문재인 정권에서만 그 차이가 크게 났다는 것이고 둘째는 문재인 정부의 통계 간에도 심각한 모순이 발생한 것이다.

한국 부동산원에 따르면 2020년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3.01%로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의 7.57%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반면 민간 기관인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같은 기간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13.06%로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의 9.65%보다 훨씬 높다. 정부 3.01% vs 민간 13.06%한마디로 같은 서울 집값 상승률을 놓고도 정부에서는 전국 평균보다 적게 올랐다고 주장하고 민간에서는 전국 평균보다 많이 올랐다고 주장한 것이다. 두 기관의 통계 차이가 전국 평균은 2.08%포인트에 불과하지만 서울은 무려 10.05%포인트나 차이가 났던 것이다.

통계를 내는 데는 조사 대상이나 집계 방식이 정확하게 같지는 않기 때문에 약간의 편차가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 평균 상승률에서 두 기관 통계 간에 2%포인트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은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 하지만 서울 통계에서는 문제가 다르다.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는 것은 두 통계 중 어느 것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러한 오류가 정부 측에 있다는 것을 밝힌 것은 아이로니컬하게도 문재인 정부 스스로였다. 이듬해인 2021년 3월 공시가를 발표하면서 2020년 서울 아파트 값 상승률을 3.0%가 아니라 19.9%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서울 집값 통계, 민간 통계와 10%p 차이 난 이유[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민간 기관을 비롯해 많은 전문가들이 서울 집값이 많이 오르고 있다고 지적해도 그것은 호가만 오른 것이고 실제는 3.0%밖에 오르지 않았다고 하다가 막상 세금을 걷을 때는 상승률을 19.9%로 적용한 것이다. 그동안 통계를 조작해 왔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은 구조적인 모순 때문이다. 시험을 본 당사자가 채점을 매기는 시스템에서는 공정성이 보장되기 어렵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시장에서 작동되는지 여부는 집값의 흐름을 보면 알 수 있다. 어떤 정책을 내놓았는데 그 정책이 시장에서 먹히지 않는다면 그 과정을 다시 살피고 보완해 더 나은 정책을 만들어 내면 된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라 통계의 조작으로 눈가림하려고 했다는 것이 문제다. 이러면 순진하게 정부 말만 믿은 사람만 손실을 보게 된다.

그러면 이런 문제가 앞으로는 재발되지 않을까. 그건 아니다. 문재인 정권이 부도덕해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고 정권이 바뀌었으니 앞으로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믿는 것도 너무 순진한 생각이다.

이전 정권이 무리수를 두게 된 것은 언론을 포함한 우리 국민 모두의 책임이기도 하다. 어떤 정책이 발표되면 며칠 안 돼 르포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시장의 분위기가 보도되곤 한다. 심지어 주중에 정책이 발표됐는데 그 주말에 발표되는 집값에 어찌 반영되는지가 기사로 나오기도 한다.

어떤 정책이든 나오자마자 화끈하게(?) 시장에서 작동되는 것은 흔하지 않다. 하지만 국민들은 언제나 화끈한 정책 한 방을 원한다. 하지만 무리하게 단기적인 효과를 노리는 정책일수록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도 높다. 그러므로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해 시행착오가 적은 정책을 만드는 국가와 그 정책을 신뢰하고 기다려 주는 국민과 언론 그리고 이들 간의 솔직한 소통이 중요하다. 통계 무용론?
교통사고 예방하려고 자동차 타지 말라는 것
그런데 통계 조작이라는 이슈가 대두되자 엉뚱하게도 그 대책으로 일각에서는 주간 통계 무용론을 들고나오고 있다. 통계가 문제라면 통계를 내지 않으면 되지 않겠느냐는 단순한 논리다. 교통사고를 예방하려면 자동차를 만들지도 타지도 않으면 된다는 논리와 같다.

이들 통계 무용론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매주 시세 통계를 내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고 이런 통계가 나올 때마다 국민들이 자극을 받아 투기판에 뛰어들게 된다는 논리다.

이런 논리가 타당한지 살펴보자. 전 세계에서 주간 통계를 공식적으로 내는 나라가 한국뿐인 것은 맞다. 그런데 다른 나라에서 주간 통계를 내지 않는 이유는 주간 통계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통계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단독 주택이 주류를 이룬다. 그런데 단독 주택이라는 것은 조그만 오두막부터 궁전과 같은 으리으리한 대저택을 모두 포함한 개념이다. 이러니 표본을 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아파트가 주류다. 2022년 기준으로 한국의 주택 중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64%나 되고 그중 도시 지역은 무려 71%나 된다. 그런데 아파트는 단독 주택에 비해 상당히 정형화된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러니 조사하기에 큰 무리가 없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주간 단위로 발표되는 통계는 아파트다. KB국민은행도 (표본이 적어 조사가 어려운) 단독 주택은 월간 단위로 발표하고 있다. 한마디로 다른 나라와 한국의 상황이 크게 다른 것이다.

시세 통계 발표를 주간 단위로 하지 않게 되면 사람들은 부동산 중개소에서 전하는 비공식적인 정보에만 의존하게 된다. 어떤 단지 몇 평형이 ‘얼마에 거래됐다’는 정보만을 사람들이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계 조작이 발생했던 이유는 통계를 자주 내서가 아니라 시험을 치른 사람이 자신의 성적을 매길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였기 때문이다. 통계 조작이 무서워 통계 자체를 내지 않는다고 하면 그보다 더 큰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게 되는 것이다.

아기곰 ‘아기곰이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