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 경제학’ 저자, 데이비드 미어먼 스콧

[커버스토리 : 21세기 경영학의 키워드 ‘팬덤’]
데이비드 미어먼 스콧. 사진=본인 제공
데이비드 미어먼 스콧. 사진=본인 제공
‘고객을 팬으로 만드는 것’은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이 됐다. 팬덤의 지속성 여부는 생존을 가르는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말이다.

인공지능(AI) 시대에는 이 팬덤이 어떤 역할을 할까. 답을 찾기 위해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인 데이비드 미어먼 스콧과 인터뷰했다. 그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한 베스트셀러 ‘팬덤 경제학(영문판 Fanocracy : 팬을 고객으로, 고객을 팬으로 만들기)’을 쓴 작가다.

스콧 작가는 “AI 시대에서 팬덤 경제는 더욱 중요해졌다”며 “팬덤을 거느리는 자만이 살아남는다”고 말한다. 다음은 스콧 작가와의 일문일답.

-‘패노크라시(Fanocracy)’가 출간된 지 2년이 지났습니다. 팬덤 경제 개념은 여전히 유효한가요.

“팬덤 경제는 AI 시대에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팬들은 솔직하고 정직한 소통을 기대합니다. 인간적인 방식이지요. 이 소통은 양방향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칭찬이든, 피드백이든 자신의 의견이 들리길 기대하는 것이죠. 팬들은 회사와 소통할 때 실제 사람과 소통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길 바랍니다.

디지털 시대에 기업이 대응하는 방식은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 채널에서 더 크게 소리 지르고 더 집요하게 밀어붙이는 것이었습니다. 장기적인 전략 없이 엄청난 수의 광고성 메일을 자주 보내거나 더 많은 비디오, 더 많은 트윗, 더 많은 링크트인 초대를 보내 사람들의 이목을 끌려고 했죠.

하지만 이런 방식은 해결책이 될 수 없어요. 우리는 진정한 인간관계라는 강력한 것을 놓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친밀감·따뜻함·공감대를 만드는 일에 가장 많이 투자해야 할 겁니다. 바로 팬덤이죠.”

-팬덤의 중요성에 대해 한 번 더 설명해 주세요.

“팬덤은 언제, 어디에나 있습니다. 기업·아티스트·기타 단체들이 성공적으로 사람을 모을 수 있는 열쇠죠. 팬덤은 여러 세대에 걸쳐 흥미·목적·구매력 등에 따라 또는 사람들을 모여들게 하는 주제에 따라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앞으로 누구와 관계를 맺든 간에 팬덤을 이해하는 것이 성공적 관계의 초석이 될 겁니다.”

-AI 시대에 팬덤의 역할을 어떻게 변화할까요.

“AI가 만들 새로운 세계는 팬덤을 더 중요하게 만들 겁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기계의 한계를 항상 인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케팅에 AI를 도입할 때 우리는 마케팅의 인간적인 측면을 그대로 유지하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고객들이 AI 프로그램과 상호 작용하는 데 익숙해지고 경험이 쌓이면 자신이 사람이 아닌 기계와 소통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사람들은 AI 세계에서도 실제 살아 숨 쉬는 사람과의 진실하고 정직한 관계를 계속 갈망할 겁니다. AI 세계에서는 회사·직원·브랜드가 가져다주는 인간미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해요. 기계가 마케팅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기계와 사람 간의 효과적인 협업이 앞으로 성공의 열쇠가 될 겁니다.”

-한국 경제는 현재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팬덤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요.

“팬덤은 세계 경제가 어려운 오늘날 특히 중요합니다. 팬덤을 이루는 가장 근본적인 요소는 의미 있고 활동적인 인간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시기에 서로 도움이 되는 근본적인 힘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함께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도록 만드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어요.

불황 때 고객은 떠나도 팬은 떠나지 않습니다. 이제는 브랜드도 팬덤 시대입니다.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고객을 넘어 브랜드 자체에 대한 애정을 가진 ‘팬’이 필요합니다.”
데이비드 미어먼 스콧. 사진=본인 제공
데이비드 미어먼 스콧. 사진=본인 제공
-팬덤 경제의 개념은 보편적인가요. 특정 국가나 문화에 따라 달라질까요.

“팬덤 경제는 모든 문화권에 적용됩니다. 모든 사람들은 인간적인 비즈니스 방식에 반응하니까요.”

-팬덤 경제의 사례를 소개해 주세요.

“미국 자동차 보험 회사인 해거티의 매킬 해거티 최고경영자(CEO)는 ‘아무도 보험을 사고 싶어하지 않는다. 보험은 재미없고 형편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해 보험 상품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클래식 자동차 주인과 회사 간에 인간관계를 구축해 보험을 판매했습니다.

해거티는 연식 25년 이상의 클래식 자동차를 기반으로 팬덤을 만들었습니다. 해거티는 북미에서 열리는 수많은 클래식 자동차 쇼에 참가하고 홈페이지에 클래식 자동차 가격에 대한 정보를 올리고 사람들이 해거티 홈페이지에 접속해 자동차 가격을 확인하도록 했습니다. 클래식 자동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해거티 홈페이지에 모여 토론하고 열광하게 만든 거죠.

해거티는 드라이버스 클럽이라는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었고 회원 65만 명을 모았습니다. 여기에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것과 직접 관련된 것은 하나도 없었죠. 하지만 해거티는 클래식 자동차 팬들에게 정서적인 유대감을 느끼게 해줬고 고객과 관계를 유지하며 보험을 판매할 수 있었습니다.”

-팬덤 경제에서 CEO의 역할은 달라질까요.

“CEO는 팬덤 문화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적인 디지털 마케팅 소프트웨어인 허브스폿의 오랜 CEO였던 브라이언 할리건은 팬덤 경제를 만들었습니다. 이 회사의 공동 창립자인 브라이언 할리건과 다르메시 샤는 처음부터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기업 문화를 구축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처음부터 팬덤 문화를 회사에 녹여 냈죠. 다른 조직과 달리 단순히 제품만 판매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직원·파트너·고객·팬 등 모두가 모여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훨씬 더 큰 가치를 제공했죠.

9월 초에 열린 허브스폿의 연례 콘퍼런스인 인바운드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1만1000명 이상의 팬들이 보스턴에 모였고 10만 명 이상이 화상으로 참여했습니다. 올해 행사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팬덤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행사장 커뮤니티 허브에 있는 대형 로고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수십 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습니다. 상상해 보세요. 회사 로고와 사진을 찍기 위해 20분 이상 기다리는 사람들, 당신의 회사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하나요.

이 회사의 행사는 단순히 고객을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참가할 수 있습니다. 이 개방적인 태도에 따라 허브스폿 커뮤니티에는 3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있고 이들은 허브스폿 아카데미에서 제공하는 무료 온라인 강좌뿐만 아니라 블로그·팟캐스트 네트워크 등의 콘텐츠를 통해 학습합니다.”

-팬덤 경제를 성공시키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요.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핵심은 항상 고객, 즉 팬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겁니다. 제품과 서비스가 아니라 사람과 커뮤니티가 중심이 돼야 해요.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만드는 방법에는 팬들과의 대면 또는 디지털 접근을 통해 팬에게 더 가까워지는 것, 개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는 것, 팬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 포함됩니다. 차가운 회사와 고객 간의 관계가 아니라 동등한 개인 간의 아이디어 교환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전략을 말씀해 주세요.

“저는 아홉 가지 전략을 제시합니다. 첫째, 평소보다 더 가까이 다가가라. 고객과의 친밀감은 진정한 팬덤 경제를 만드는 팬덤을 구축하기 위해 모든 조직이 구현할 수 있는 요소입니다.

둘째, 당신의 창작물을 놓아버려라. 예술 작품·제품 또는 서비스를 세상에 내놓은 후에는 온전히 자기 것이 아닙니다. 창작물을 내려놓으면서도 팬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을 찾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실수할 수도 있지만 팬덤과 크리에이터가 각자의 공간에서 상호 존중하는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가장 큰 보람이 될 것입니다.

셋째,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제공하라. 받기보다 베풀 때 팬이 생깁니다. 하지만 많은 마케터들이 콘텐츠를 제공할 때 e메일 등록을 요구하도록 배워 왔기 때문에 ‘완전 무료’라는 개념은 마케터에게 특히 어렵습니다. 패노크라시를 만들려면 가치 있는 콘텐츠를 완전히 무료로 제공해야 합니다.

넷째, 정체성을 형성하라. 누군가가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를 소유하게 되면 그것은 곧 그들의 정체성이 됩니다. 특히 아이들은 구매하는 브랜드에 투영되는 모습을 자기 자신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자라면서 그 브랜드에 충성하는 팬덤이 됩니다. 각 개인이 제품을 자신의 삶에 통합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는 것은 제품을 성공으로 이끄는 포인트입니다. 중요한 것은 스토리가 그 자체로 가치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다섯째, 브랜드 옹호자를 활용하라. 브랜드·제품·서비스를 좋아하기 때문에 진정으로 브랜드를 옹호하는 지지자를 육성하는 것이 단순히 유명인의 추천을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보다 팬덤을 구축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습니다.”

“불황에 고객은 떠나도 팬은 떠나지 않는다” [21세기 경영학의 키워드 ‘팬덤’]

-또 다른 전략도 궁금합니다.

“여섯째, 장벽을 허물어라. 제품에만 초점을 맞추면 가격 할인과 형편없는 서비스 등의 하향식 경쟁을 하게 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경험’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들이 브랜드의 경험을 하게끔 하거나 브랜드의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람들을 브랜드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방법을 찾는 겁니다. 주방에 테이블을 두는 레스토랑, 유명한 스케이터들과 팬 미팅을 하는 아이스쇼, 제조 공장에서부터 배달까지 전 과정에 고객을 참여하도록 하는 아우디 등은 기업에 팬을 직접 연결함으로써 그들만의 팬덤 경제를 구축한 사례입니다.

일곱째, 데이터가 아닌 고객의 말을 들어라. 오늘날 경영진은 자동화가 비즈니스에 엄청난 기회를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팬덤 경제를 구축하려면 고객이 디지털 발자국 너머의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하고 고객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수록 충성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여덟째, 진실을 말하라. 고객은 수개월 또는 수년에 걸친 상호 작용을 통해 브랜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됩니다. 고객은 그 사이 우리가 거래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평판을 쌓습니다. 팬이 브랜드가 솔직하고 정직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실수하더라도 혹은 실수했을 때 팬은 브랜드를 존중하고 브랜드와 거래하기를 열망하게 됩니다. KFC는 2018년 영국에서 치킨이 바닥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900곳의 매장 중 560곳 이상이 닭고기 부족으로 문을 닫았죠. 최악의 위기 상황에 KFC는 일간지에 전면 광고를 냈습니다. ‘치킨 없는 치킨 레스토랑은 이상적이지 않다. 고객들에게 사과드린다’는 특별할 것 없는 내용이었지요. 하지만 이 광고는 ‘천재적인 사과’란 평을 받았습니다. 바닥에 팽개쳐진 텅 빈 치킨 통에 ‘KFC’의 알파벳을 재배치해 ‘FCK(f*ck)’이라는 강렬한 한마디를 적은 게 통한 것입니다. 자신들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자세를 낮춘 뒤 유머를 더해 긍정적 반응을 끌어낸 사례죠.

아홉째, 직원들을 팬으로 만들어라. 고객은 ‘그저 자기 일만 열심히 하는’ 직원을 기대합니다. 하지만 직원이 자신이 하는 일에 강한 열정을 보이면 그 열정은 점염됩니다. 이들과 관련된 업무와 사람들 모두 자연스럽게 열정에 동참하게 되죠. 이것이 팬덤 경제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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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