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대의 지구과학자 에드워드 블랜처드-리글워스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3월 18일 남극 동부 해안의 기온이 평년보다 무려 섭씨 39도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남극에서 3월은 가을에 들어가는 시점으로 평년기온은 영하 50도 정도이지만 지난해 3월 18일 기온은 영하 10도까지 치솟았다. 이는 남극의 한여름 기온보다 높은 수치다.
당시 남극 동부 아델리 연안 지대부터 남극 동부 빙상 안쪽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평년보다 기온이 최소 32℃ 올랐다.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관측에 따르면 일부 지역은 평년 기온보다 50℃ 넘게 상승한 것으로 추정됐다.
남극점에서 동쪽으로 약 1300㎞ 떨어진 보스토크 기지는 지난 18일 최고 영하 17.7℃를 기록했다. 이는 그동안의 3월 평균 최고기온(영하 53℃)보다 35℃ 이상 높은 것으로, 65년 전 보스토크 기지에서 기온 측정을 시작한 이래 3월 기온으로는 최고치다. 보스토크 기지는 1983년 7월 영하 89.2℃로, 세계 최저 기온을 기록한 바 있다. 보스토크 기지에서 해안 쪽으로 약 560㎞ 떨어진 콩코르디아 연구 기지도 최근 기온이 영하 12.2℃까지 올랐다. 이 기지의 3월 평균 최고 기온은 영하 48.7℃였다.
당시 남극에 있던 연구원들이 웃통을 벗거나 반바지 차림으로 다니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블랜처드-리글워스는 "이상기온의 정도가 세계 다른 어떤 곳에서 측정된 것보다 컸고 괄목할만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단, 연구진은 당시 남극의 이상기온이 지구온난화보다는 남극의 날씨 자체의 변덕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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