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정치 아이콘’ 마거릿 대처의 파워 드레싱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1983년 5월 런던에서 열린 보수당 기자회견에서 연설하는 대처 전 영국 총리. 사진=AP·연합뉴스
1983년 5월 런던에서 열린 보수당 기자회견에서 연설하는 대처 전 영국 총리. 사진=AP·연합뉴스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하원의장에 선출됐던 83세의 낸시 펠로시 의원은 2024년 20선 도전 선언을 했고 중남미 국가 중 남성 우월주의가 가장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멕시코에서도 여야 모두 여성 후보를 내세울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200년 만에 첫 여성 대통령이 나올 가능성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결과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부통령 후보로 여성 정치인을 지명하는 데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여성 정치인들의 활약이 예사롭지 않은 가운데 여성 정치인들에게 영감과 영향을 주고 있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패션을 통한 이미지 브랜딩 전략을 분석했다.

‘철의 여인’ 대처의 시그니처 메시지 ‘핸드배깅’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대처 전 총리의 총리 시절 평생 정치적 무기로 활용한 아스프레이(Asprey) 검정색 사각 핸드백은 시그니처 메시지 전략 중 하나였다.

1979년부터 11년에 걸친 재임 시절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 등 주요 행사 때마다 소지했던 이 핸드백은 장관들을 떨게 했다.

대처 정부에서 5년간 장관으로 일한 케네스 베이커 경은 대처 전 총리의 핸드백을 ‘비밀 병기’라고 불렀는데 대처 전 총리가 각료 회의 때 핸드백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안에서 결정적인 문서를 꺼내곤 했기 때문이다. 핸드백은 ‘자기주장을 강하게 내세운다’는 뜻의 신조어 ‘핸드배깅(handbagging)’을 탄생시키며 대처 전 총리만의 이미지 브랜딩을 강화했다.

이처럼 패션은 강력한 메시지를 담은 제2의 언어이자 취향을 나타내는 기호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치인들은 이미지를 중요한 정치적 역량으로 여기며 패션 스타일을 통해 자신의 비전과 철학을 설명하고 대중과 소통하는 비언어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여성 정치인은 조금 더 다양한 패션 아이템들을 통해 그들의 신뢰와 전문성을 표현할 뿐만 아니라 이미지와 인식을 형성하며 정책과 정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시그니처 핸드백을 들고 있는 대처 전 영국 총리. 사진=AFP·연합뉴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시그니처 핸드백을 들고 있는 대처 전 영국 총리. 사진=AFP·연합뉴스
여성 정치인의 패션을 통한 이미지 브랜딩 전략

‘파워 드레싱(power dressing)’은 위엄·지성·힘을 느끼게 하는 옷차림이라는 뜻이다. 지위와 영향력을 나타내고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자신의 색채를 강하게 나타내는 옷을 입는 남녀 모두에게 적용되는 일상의 드레스 코드다.

특히 여성의 파워 드레싱은 신뢰감을 주는 동시에 부드러움을 나타내거나 조화롭게 하는 옷차림으로, 남성이 지배하고 있는 정치와 비즈니스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꼭 필요한 전략이기도 하다.

이번 칼럼에서는 대처 전 총리의 파워 드레싱을 통한 이미지 브랜딩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미지 브랜딩은 이미지 메이킹보다 포괄적인 개념으로, 개인이 자신의 인격·전문성·가치관 등을 포함한 개인적 특성을 강조해 자신의 브랜드를 구축하는 과정이다.

이는 개인의 취향·스타일·경력 등을 고려해 타인에게 이미지를 전달하고 인식을 구조화함으로써 목표를 달성하는 전략으로 정치인에게는 승패가 달린 경쟁력이다.
대처 전 총리가 1975년 2월 영국 보수당의 당수로 선출된 후 런던 자택의 부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대처 전 총리가 1975년 2월 영국 보수당의 당수로 선출된 후 런던 자택의 부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① 동네 아줌마 스타일에서 패션 정치 아이콘으로

대처 전 총리는 정치 이력만큼이나 패션 아이콘으로서도 파급력이 컸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국의 첫 여성 총리이자 세계에 가장 영향력을 끼친 정치가로, 그녀의 패션 정치는 여성들의 정치적 전문적 지위를 높이는 롤모델이 되고 있다.

동네 아줌마 스타일이었던 정치 입문 초기와 달리 시간·장소·상황(TPO)에 맞게 옷을 잘 차려입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한 후부터 대처 전 총리는 이미지 또한 국가가 자신에게 부여한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라고 여기며 패션을 정치의 영역으로 승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② 보수당과 신중함의 상징, 로열 블루 활용

컬러는 강렬한 시각적 자극과 심리적 연상 작용을 통해 정당 또는 정치인의 이미지 구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컬러는 시기와 상황에 따라 다양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정치인이 컬러를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할 때는 항상 자신이 원하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중이 해당 컬러를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지 뾰족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대처 전 총리는 영국 왕실의 상징인 로열 블루 컬러의 스커트 정장을 즐겨 착용했는데 블루는 보수당을 상징할 뿐만 아니라 성취·헌신·신중한 성향을 나타내는 컬러다.

또한 블루는 주장이 한결같은, 강한 의지의 소유자 혹은 충성심이 강한 사람을 의미하는 컬러이기 때문에 정치인 대처 전 총리를 대표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되면서 시그니처 컬러로 이미지 브랜딩하는 데 성공했다고 분석된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사진=연합뉴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사진=연합뉴스
③ 카리스마 이미지에 여성성 상징 액세서리 믹스 매치

대처의 패션에 관한 자료에 따르면 프랑스 제21대 대통령인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은 대처 전 총리에 대해 로마제국 제3대 황제인 칼리굴라의 눈과 마릴린 먼로의 입술을 가졌다고 평가한 바 있다.

칼리굴라가 남성적 정치 지도자를 대표한다면 마릴린 먼로는 여성성의 상징으로 여성성과 남성성을 모두 포함한 양성적 이미지의 대처 전 총리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도 힘을 정치가의 중요한 덕목으로 인식했던 대처 전 총리는 공적 행적에서는 성의 구분을 초월하는 남성적 이미지를 보이기도 하고 사생활에선 전통적인 면을 강조하면서 여성적 이미지를 띠며 양성을 화합시킨 성적 양면성을 보였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대처 전 총리의 패션 스타일링에서도 양성적 이미지를 찾을 수 있다. 블루 컬러의 각이 살아 있는 슈트에서는 남성적 파워 이미지가 보이고 리본과 진주 목걸이·브로치 등의 액세서리를 통해서는 여성적 이미지를 믹스 매치하는 전략을 활용했다.

프랑스에서 열린 경제 성장 회담에서는 리본이 달린 원피스를 착용함으로써 남성 대통령들 사이에서 여성성을 더욱 강조한 스타일링으로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다.

진정성 있는 자기다움이 핵심

정치인에게 패션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체이자 자신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강력한 수단이다. 특히 여성 정치인은 남성 정치인보다 패션 스타일로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되고 이미지를 얻게 되며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대처 전 총리의 정치적 업적은 관점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수 있지만 이미지 브랜딩 외적인 관점에서 보면 단순하면서도 상황에 맞는 시그니처 패션 스타일링으로 자신의 이미지와 소속 정당 그리고 정치 이념을 전달하는 자신만의 파워 드레싱을 완성했다고 분석된다.

하지만 남녀를 떠나 모든 정치인의 이미지는 국민이 인식하는 외향에 관련된 차원과 상호 작용을 통해 느껴지는 개인적 속성의 조합인 만큼 외면만 번지르르한 이미지 전략은 오래가지 못한다. 결국 정치인의 이미지 브랜딩에서 가장 핵심 요소는 바로 ‘진정성 있는 자기다움’이라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 사진=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제공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 사진=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제공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