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선임된 사라 버튼, 13년 만에 물러나

사라 버튼이 알렉산더 맥퀸을 떠난다. 사진은 2010년 알렉산더 맥퀸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로 선임된 이후 진행한 첫 컬렉션 모습. (사진=연합뉴스)
사라 버튼이 알렉산더 맥퀸을 떠난다. 사진은 2010년 알렉산더 맥퀸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로 선임된 이후 진행한 첫 컬렉션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1년간 명품업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죠. 지난해 11월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를 떠났고, 올해 3월에는 또 다른 이탈리아 명품 '모스키노'를 이끌어 온 제레미 스캇이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여기에 7월에는 스페인 명품 '끌로에'의 수장이었던 가브리엘라 허스트까지 자신의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 직책을 내려놨고요.

이번에는 영국의 명품 브랜드 '알렉산더 맥퀸'입니다. 지난 13년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를 지낸 사라 버튼이 떠납니다. 알렉산더 맥퀸의 모회사 케링그룹은 "알렉산더 맥퀸과 디자이너 사라 버튼의 협업이 20년 만에 종료된다"라며 "사라 버튼은 재임 기간 뛰어난 비전과 창의성으로 맥퀸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매우 성공적인 파트너십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라 버튼은 "알렉산더 맥퀸에서 한 나의 모든 일이 자랑스럽다"라며 "맥퀸은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내 가족이자 집이었다. 특히, 나를 믿고 기회를 준 리 알렉산더 맥퀸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그는 나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저는 미래와 다음 장을 기대하며 이 소중한 추억을 항상 기억하겠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알렉산더 맥퀸은 영국의 패션 디자이너인 '리 알렉산더 맥퀸'이 자신의 이름을 따 1992년 설립한 브랜드입니다.

1974년 영국에서 태어난 사라 버튼과 알렉산더 맥퀸과의 인연이 시작된 것은 1996년입니다. 런던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CSM) 재학 도중 인턴 형식으로 알렉산더 맥퀸에 입사하게 됐는데요. 실력을 인정받아 1997년 졸업 이후 정규직 형태로 맥퀸에 입사했으며 3년 만인 2000년, 여성복 책임자로 임명됐습니다. 이후 유명 헐리우드 배우 케이트 블란쳇, 기네스 펠트로와 팝가수 레이디 가가 등의 드레스를 제작했습니다.

버튼은 '공주의 디자이너'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영국 왕실의 드레스를 다수 제작했습니다. 2011년 영국 윌리엄 왕자와 캐서린 미들턴 왕세자빈 결혼식에서 캐서린의 웨딩드레스를 디자인하며 처음 유명해졌으며, 2018년 해리 왕자와 미국 배우 출신의 메건 마클의 결혼식, 지난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 등에서도 케이트 미들턴의 의상을 담당했죠.

알렉산더 맥퀸의 CD 자리에 오른 것은 2010년 5월입니다. 설립 이후 18년간 브랜드를 이끌어 온 리 알렉산더 맥퀸이 2010년 2월 사망하면서 후임자로 선택됐습니다. 이후 올해까지 13년간 브랜드 디자인을 총괄해 온 거죠. 인턴쉽 기간까지 합칠 경우 브랜드와의 인연은 무려 27년이나 됩니다. 27년간 몸담은 회사를 떠나는 겁니다.

지안필리포 테스타 알렉산더 맥퀸 CEO는 "알렉산더 맥퀸 역사에 중요한 장을 써준 사라 버튼에 무한한 감사를 표한다"라며 "버튼의 공헌은 지울 수 없는 흔적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프랑소와 앙리 피노 케링그룹 회장은 "그의 작업에 대해 개인적으로 감사를 표하고 싶다"라며 "사라는 자신의 경험, 감성, 재능을 통해 알렉산더 맥퀸을 계속 발전시켜 왔다. 설립자인 리 알렉산더 맥퀸의 유산, 디테일에 대한 관심, 독특한 비전을 유지하고 이어가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가해 왔다"고 전했고요.

후임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케링그룹은 새로운 디자이너와 조직 개편은 적절한 시기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사라 버튼을 뛰어넘는 디자이너가 알렉산더 맥퀸에서 탄생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네요.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