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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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조기 편입이 이번에도 불발됐다.

WGBI를 관리하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은 9월 28일(현지 시간) 9월 FTSE 채권시장 국가분류를 발표하면서 한국에 대해 기존 관찰대상국 지위를 유지했다. WGBI 편입을 유보한 것이다.

한국은 문재인 정부 후반기부터 WGBI 편입을 추진해왔다. 윤석열 정부 첫해인 2022년 세법개정안에 외국인(비거주자)이나 외국 법인이 한국 국채에서 지급받는 이자·양도소득에 대해 비과세를 적용한다는 내용을 담기도 했다.

세제 개편 노력 등에 맞물려 2022년 9월에는 WGBI 편입 가능성이 높은 국가를 등재하고 있는 관찰대상국 리스트에 포함되면서 정식 지수편입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지난 3월에 이어 이번에도 지수 편입까지 나아가지는 못했다.

업계에선 관찰대상국 등재 이후 최종 편입까지는 통상 2년가량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2024년 9월께 편입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

WGBI는 블룸버그-바클레이즈(BBGA)·JP모건 신흥국 국채지수(GBI-EM)와 함께 세계 3대 채권지수로 분류된다.

WGBI에는 미국·영국·일본·중국 등 주요 24개국 국채가 편입돼 있다. WGBI의 추종 자금 규모는 약 2조5000억달러로 추산된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0대국 가운데 WGBI에 편입되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인도뿐이다.

FTSE 러셀은 국채발행 규모, 국가신용등급, 시장 접근성 등을 기준으로 매년 3월·9월 두 차례 편입 대상을 조정한다. 일반적인 경우 편입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는 FTSE 러셀의 채권시장 국가분류 보고서의 WGBI 관찰대상국 리스트에 등재되며, 이후 편입기준 충족 여부를 확인한 후 정식 편입 발표가 진행된다.

WGBI 정식 편입을 위해선 정량 평가 기준과 정성 평가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한국은 정량평가 기준인 시장 규모 500억 달러, 신용등급 A-(S&P)·A3(무디스)는 모두 충족한 상태다. 다만 외국인이 얼마나 국내 채권시장에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느냐를 보는 정성적 지표인 시장 접근성 기준이 미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2009년 WGBI 편입 시도 당시에도 외국인 국채 투자자에 대한 원천징수 등이 지수편입의 걸림돌로 작용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비거주자 국채투자 비과세 조항을 포함한 세법개정안과 더불어 국제예탁결제기구와의 연계성 강화 및 외환시장 개방성 확대 등 지수편입에 요구되는 시장접근성 개선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WGBI에 편입되면 지수를 추종하는 외국계 자금이 국채시장에 유입되고 국채의 신뢰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WGBI 편입 시 약 90조원의 외국인 국채 투자가 유입될 것으로 기획재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