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재개발이나 재건축 사업에 비해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 주택 정비 사업이 각광받는 이유는 아무래도 빠른 사업 속도 때문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에 의해 진행되는 재개발·재건축과 달리 소규모 정비 사업은 ‘빈집 및 소규모 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에 의해 추진된다. 미니 재건축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도시정비법에 비해 정비기본계획·정비구역지정이나 추진위원회 구성 절차를 생략하고 바로 조합설립인가부터 시작하는 소규모 주택 정비 사업은 사업시행인가를 받으면 별도의 관리처분계획인가 없이 바로 이주·철거·착공이 가능하다.
절차가 대폭 간소화되면서 통상 8~10년이 걸리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비해 입주까지 걸리는 기간이 평균 3~4년으로 줄어들어 단기간에 주택 공급을 늘리는 데도 강점이 있다.
이처럼 보다 빠르고 효과적으로 신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울시에서는 최근 새로운 소규모 정비 사업 모델로 강북구 번동과 중랑구 면목동 일대에 모아타운 시범 사업장을 지정하기도 했다.
현업에서 감정 평가 업무를 하면서 관련 문의가 늘어나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감정 평가에 따라 많은 권리 관계가 결정되기 때문에 관심도가 높은 것은 당연하다.
사업이 많아지면 분쟁도 많이지기 마련인데 주로 ‘자산 평가’ 부문에서 다툼이 발생한다. 사업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종전 자산 평가액이 잘 나와야 추가 분담금이 줄어들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재산권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므로 민감할 수밖에 없다.
사업에 참여할 때 종전 자산 평가액의 ‘절대 금액’보다 구역 내에서 자기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 다른 부동산 대비 상대적으로 잘 평가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자기 부동산이 더 나은 방향으로 평가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상의하는 것이다.
체감적으로는 소규모 주택 정비 사업 중에서도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대한 상담이 가장 많은데 사업에 반대해 현금 청산을 예정하는 경우라도 일단 종전 자산 평가는 잘 받는 것이 유리하다.
특히 사업에서 이탈할 생각을 가진 사람일수록 특히 종전 자산 평가에 무관심한 이들이 많다. 현금 청산을 위한 감정 평가가 별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종전 자산 평가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현금 청산을 위한 감정 평가, 즉 매도 청구 소송에서 법원 감정 평가가 종전 자산 평가 이후에 별도로 진행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법원감정 시에도 청산 대상 부동산에 대한 선행 가치 판단의 논리나 결과를 완전히 배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금 청산을 염두에 뒀더라도 종전 자산 평가를 잘 받기 위한 노력은 결국 현금 청산을 잘 받기 위한 노력이라는 것을 알고 차근차근 대비하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매도 청구 소송 피고, 즉 토지 등 소유자는 법원 감정을 앞두고 시세 대비 어느 정도 산정될 것인지가 가장 궁금하다.
매도 청구 소송 감정 평가 시 감정 기준일 당시 ‘시가’를 평가하는데 이때의 시가에는 “감정 평가의 기준 시점까지 현실화, 구체화된 개발 이익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 명백히 확립된 대법원 판례이므로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시세’를 기준으로 접근하면 손해를 볼 수도 있다.
한편 개별 부동산에 따라 세를 놓기 위해 혹은 주인이 거주하기 위해 등의 사유로 큰돈을 들여 내부를 리모델링한 경우가 있다. 이때 열악하고 노후한 주변의 시세를 기준으로 현금 청산을 받으면 억울할 것이다.
이때 단순한 영수증 등의 제출로는 제대로 된 현황 반영이 곤란하고 감정평가사의 실지 조사가 수반된 사감정 등으로 별도의 대응책을 세우는 것이 현명하다.
박효정 로안감정평가사사무소·토지보상행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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